▲ 스냅챗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반 스피겔.    출처= itwork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대부분의 CEO들은 아마도 처음 기업을 공개한 후 1년도 안 돼 핵심 사업을 전면 개편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상장 후 첫 1년은 회사 경영진이 월가의 잠재적 신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안정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반 슈피겔은 그런 대부분의 CEO에 속하지 않았다. 이 28세의 젊은 창업자는 신규 상장회사의 그런 전통과 페이스북 같은 경쟁자들이 따라오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는 것을 과감히 거부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부터 3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7년 3월 기업 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억만장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여타 CEO와는 달리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수 백 마일 떨어진 베니스 비치(Venice Beach) 해변 산책로 옆에 본사를 두었다.

그래서 스냅챗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 지 9개월이나 지난 후인 2017년 말에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모든 것을 다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슈피겔은 참석자들에게 스냅챗이 대규모 재설계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계획은, 친구나 출판업자, 유명인 사용자들의 콘텐츠를 분리하고, 앱을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새로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런 계획은 ‘잘 나가고 있는 스냅의 비즈니스에 사업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들끓었다.

온라인 서명 수집 및 신고를 통해 사회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하는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 사이트에는 그런 변화를 철회하라는 청원 글이 120만 개나 올랐다. 연예인 사용자인 카일리 제너와 크리시 티겐도 이 조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하루 활동적 사용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공모가 17달러에서 시작해 최고 27달러를 넘은 적도 있지만 이후 계속 떨어지며 2018년 12월 21일 5달러 이하로 추락했다.

그러나 올 들어 지금까지 11.56달러(24일 마감 기준)로 회복되었고, 회사는 이제 사용자들이 줄어드는 시기는 끝났다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보였다. 가장 최근 분기에 사용자들이 더 이상 줄지 않았고, 일일 활동 iOS 사용자들은 분기별과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슈피겔은 자신의 재설계 구상 발표 이후 일어났던 일에 대해 "예상했던 것도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구 목록이 정렬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많은 사용자들이 절망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Snapchat는 사용자 비판을 인정하고 나중에 몇 차례의 수정을 가했다).

슈피겔은 주가가 10달러 이하로 떨어지던 지난해 9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재설계를 하면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많은 문제가 생겼다. 또 이해 당사자가 몇 명 되지 않았던 상장 전과 달리 상장 이후에는 위험한 투자에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그는 이후 큰 변화를 시도할 때에는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슈피겔은 예측 가능한 길을 따른 적이 없었다.

슈피겔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게시물을 영원히 게시하는 것을 표준으로 하고 있을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삭제되는 방식을 추진했다. 그는 대부분의 인기 서비스들이 수평 동영상을 선호한 반면 수직 동영상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스냅챗의 파트너인 아이허트래디오(iHeartRadio)의 밥 피트먼 CEO는 "무엇이든 재설계를 할 때에는 사람들이 기존에 익숙했던 것을 바꾸기 때문에 반발이 생긴다"며 "특히 SNS같은 소비자 지향의 플랫폼은 계속 진화해야 할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에반은 그런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형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 스냅챗은 설립 10년 동안,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라 하려는 다른 회사들에게도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출처= Entrepreneur

슈피겔은 늘 "혁신이란 실제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무언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슈피겔은 젊고 위험을 좋아하며 통제되지 않고 나가는 너무 자신만만한 애송이로 보일 수도 있다(실제로 슈피겔은 상장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했음에도 회사를 상장시킨 공로로 2017년에 6억 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받았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슈피겔은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방향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는 자신감 가득 찬 대담한 CEO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스냅챗 뿐만 아니라 스냅챗을 따라 하려는 다른 많은 회사들에게도 비전을 제시하며 명성을 쌓았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인 BTIG의 리치 그린필드 미디어 및 기술 애널리스트는 "에반이 하기 전에는 아무도 수직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고, 아무도 24시간 후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사라지게 하지도 않았으며,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아버지 식당 테이블에 공동 창업자와 함께 앉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사라져가는 메시지 앱의 개념을 고안해냈지만 여론으로부터 엄청난 비평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의사 소통할 수 있고 게시물이 단기간만 살아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했지요. 그런 건 섹스팅(sexting)에나 필요한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그 이후 슈피겔은 "하루 종일 창조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엉뚱한 생각을 품는다는 비난에 개념치 않는 문화를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이 작은 그룹으로 모여서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청하는 내부 프로그램인 ‘카운실’(Council)을 만든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혁신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슈피겔의 지휘 아래 스냅챗은 지난 1년 동안 여러 명의 잘 알려진 중역들의 이탈을 목격해야 했다. 그 중에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인사담당책임자, 마케팅 부사장, 그리고 두 명의 재무담당책임자(CFO)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이탈은, 논란이 되었던 회사 재설계, 인스타그램과의 경쟁 심화 등의 여파 이후 회사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분기에 스냅챗은 회원 증가는 없었지만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4분기 매출은 투자자들의 예상을 넘어 3억 9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처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스냅챗은 슈피겔이 추진한 재설계 덕분에 가짜 뉴스와 외국 선거 개입 같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다른 소셜 미디어 대기업들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지난 3월에 페이스북 발표한 프라이버시, 일정 기간 후 사라지는 콘텐츠와 메시지 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비전은 이미 오랫동안 스냅챗이 강조해 온 것들이다).

그러나 BTIG의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슈피겔의 재설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스냅챗이 경쟁업체들을 능가할 지 여부는 전적으로 에반에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