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특히 아름다운 외모는 사회적 학습과 편견의 산물일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아기도, ‘안예쁜’ 이모와 ‘예쁜’ 이모를 구분해서 울거나 웃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얼마 전 필자를 찾아온 총각 같아 보이는 남자분은 중등도 이상의 심한 돌출입이었다.

진료를 위해 활짝 웃어보시라고 하자, 환자에게서 “저는 웃지를 않아요”라는 참 서글픈 답이 돌아왔다.

환자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돌출입 진료에 중요하다.

돌출입인 경우 웃을때 잇몸이 많이 보이는 증상(gummy smile)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돌출입수술시 상악의 3차원적인 이동으로 이 증상을 개선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에 반드시 체크한다. 그런데 ‘저는 잘 웃지를 않아요’ 라고 말하며 소심하게 웃거나,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가 입을 가리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웃는데 자신이 없고, 활짝 웃다가 받은 놀림의 기억이나 마음의 상처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출입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자환자는 자신이 결혼을 했고, 아내가 계속 돌출입 수술에 반대해왔다고 한다. 아내의 입장은, ‘수술을 하려면 총각 때 하지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돌출입수술이냐’ 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수술을 ‘허락’ 받은 계기가 있다고 했다.

아내와 여섯 살 딸, 그리고 아빠인 환자 본인 셋이서 함께 있는데, 남자가 활짝 웃자 딸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빠. 아빤 웃지마. 웃는거 안 예쁘니까”

폐부를 찔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딸바보인 아빠에게 둘도 없는 사랑하는 딸의 이런 천진난만한 직언이 얼마나 서글펐을까?

남자환자는 그 때 자신이 거의 울 뻔 했다고 회상하며 이미 눈시울이 뜨거워져 있었다. (그 당시에도 울 뻔한 것이 아니고, 건넌방에 가서 몰래 운 모양이다)

요즘은 사실 모든 게 빨라져서 초등학생도 연애를 하고 스마트폰을 쓴다고 한다. 여자 아이 여섯 살이면 예쁜 것을 알고 예쁜 것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아직 영혼이 맑은 여섯 살 딸아이의 입에서 “아빠 웃지마. 안 예뻐”라는 말을 듣고 나서, 아이의 아빠는 ‘아 이제 돌출입 수술을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내의 허락도 떨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뭔가 마음이 먹먹해진 필자가 먼저 말했다.

“제가 칼럼을 쓰는게 있는데, ***님의 이야기를 좀 쓸게요. 물론 실명이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남자환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 쓰신 칼럼 많이 읽어봤는데, 다 사연이 있더라구요. 아마 제가 이 이야기를 드리면, 바로 칼럼에 쓰시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센스있는 남자다.

이 남자환자가 군대를 마치고 복학생으로 학교에 돌아와 여학생이 극소수인 과에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과커플로 결혼까지 골인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센스있는 남자는 센스없는 몸짱보다 낫다. 연애나 결혼은 소통하고 싶지 않아도 소통해야 할 일 천지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튜닝에 가장 필요한 요소를 함축적으로 말하자면 바로 센스다. 센스! 그 다음은 스마일이다. (뭐 꼭 끝말 잇기는 아니다)

필자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빅 스마일, 즉 환한 웃음이다. 돌출입의 60~70% 정도는 거미스마일(gummy smile)이 있고 이 증상의 개선을 원한다. “웃을 때 보기 싫다” “넌 웃지만 않으면 된다”는 지적과 핀잔을 들어온 흑역사에서 해방되고 싶어한다. 돌출입수술로 퉁명스럽거나 유인원같아 보이는 돌출입이 아름답게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웃을 때 잇몸이 보이는 증상이 개선되는 것, 두터운 입술이 줄어드는 것, 팔자주름의 그림자가 덜해보이는 것들도 매우 의미있는 효과 중 하나다.

자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여섯 살 딸아이에게서 아빠가 웃을 때가 제일 좋고 제일 멋있다란 말이 나오도록 아름다운 입매 자신있는 스마일을 만들어드리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필자의 재능이자 사명이다. 이번 돌출입수술은 아빠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딸과 아내도 함께 행복하게 웃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 가정에 돌출입 수술이라는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필자도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는 순간처럼 설렌다. 여섯 살 딸아이에게 최고의 우상이 되고 싶지 않은 아빠는 없다. 무더운 여름이 지날 때 즈음, 온 가족이 활짝 웃는 한 장의 인생 가족사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