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는 위쪽 시신경이 손상된 환자, 위쪽 사상판(A-1)이 아래쪽 사상판(A-2)보다 더 휘어져 있다. B는 아래쪽 시신경이 손상된 환자, 아래쪽 사상판(B-2)이 위쪽 사상판(B-1)보다 더 휘어져 있다. 출처=분당서울대병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2일 업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김태우 안과 교수팀이 녹내장 환자에서 사상판이 변형된 부분과 시신경 섬유가 손상된 부분이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미국 ‘안과학회지(Ophthalm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녹내장은 시신경 이상으로 인해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망막을 통해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가 생기면서 시야 결손이 나타나게 된다. 뚜렷한 초기 자각증상이 없는 탓에 치료시기를 놓치면 급기야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2012년 58만명에서 2017년 87만명으로 5년간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녹내장이 의심되는 녹내장의증 환자 또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 중 실제 녹내장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는 일부이므로 치료 시작 여부를 판단하는데 종종 어려움이 있어왔다.

김태우 안과 교수팀이 시신경의 손상 부위와 사상판의 변형 부위가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사상판의 변형이 녹내장을 유발하는 중요한 선행요인을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이를 통해 녹내장의증 환자들의 녹내장 발생 여부를 예측, 치료 시작 시기를 판단하는데 의미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녹내장 발병의 주요 원인은 안압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의 손상이다. 안압에 따른 스트레스가 시신경 내부의 시신경을 형성하는 신경 섬유가 눈 뒤쪽으로 빠져 나가는 부분에 만들어진 그물 형태의 조직인 사상판에 작용하면서 사상판이 뒤로 휘게 된다. 변형된 사상판이 시신경 손상을 촉발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번 연구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보여주는 연구로 단순히 시신경의 외형적 형태만이 아니라 시신경 내부의 사상판이 변형된 위치와 시신경이 손상된 위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총 156명의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건강한 눈을 가진 그룹(1군)과 원발개방각녹내장(POAG) 환자 중에서도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2군),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3군), 상하부 시신경이 모두 손상된 그룹(4군) 총 4개 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빛간섭 단층촬영 장비를 이용해 얻은 영상으로 사상판 곡률지수와 깊이의 위치적 차이를 비교한 결과,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는 시신경 위쪽의 사상판이 아래쪽 사상판보다 더 많이 휜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는 시신경 아래쪽의 사상판이 위쪽 사상판보다 더 많이 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태우 안과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사상판 곡률이 클수록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사상판의 변형이 녹내장 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연구다. 사상판의 변형 부분을 평가함으로써 시신경이 손상될 부분을 미리 예측해 실제 녹내장으로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김태우 교수는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의 위험을 감소시키지만 녹내장이 의심되는 단계에서는 확실한 녹내장 진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탓에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사상판의 변형 위치와 곡률 정도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 환자들은 보다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대로 실제 녹내장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충분한 설명을 통해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의 불안감과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특히 녹내장의증 환자들의 관리 및 치료시기를 결정짓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환자들은 사상판이 변형된 정도와 시신경 손상 속도에 따른 최적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내장의 가장 무서운 점은 말기까지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과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신경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유일한 예방책은 조기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하여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안압이 높은 경우, 40세 이상이거나 근시가 심한 경우,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 소속 의사. 출처=삼성서울병원

■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 BRACA 검사 효율성 높아

삼중음성유방암이란 암 조직에서 에스트로겐수용체, 프로게스테론수용체, HER2수용체가 발현되지 않는 유방암을 말한다. 해당 수용체에 맞춰 개발된 기존 약물을 쓰기 여의치 않아 유방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전체 유방암 중 10~20% 사이로 추정된다.

그만큼 정확한 검사를 통해 유방암의 유전적 변이 여부 등을 자세히 진단할 필요가 있지만 높은 문턱 탓에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브라카 검사는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유방암과 난소암을 동시에 진단받는 등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이 기준으로 40세 이전 유방암이 발병해야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통상 검사비로 300~400만원이 들어 환자 부담이 적지 않다. 급여화되면 환자 부담은 10만원 내외로 대폭 줄어든다.

보험 급여화가 더딘 건 미국 등 서구권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성에게서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브라카 검사가 유용한지 과학적 근거를 갖춘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 유방외과 이정언·유재민, 방사선종양학과 최두호,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연구팀이 한국유방암학회 산하 유전성유방암연구회와 진행한 공동 연구로 상황이 바뀌었다.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브라카 검사 효용성에 대해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치료받은 삼중음성유방암환자 중 임의 표본 추출 방식으로 얻은 샘플 999개의 유전변이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이 확보한 전체 샘플 중 브라카 변이가 확인된 사례는 모두 13.1%다. 60세 이하 환자에게서 얻은 샘플로 범위를 좁혔을 땐 14.5%까지 증가했다.

나이대별 구성을 보면 40세 이하는 31.3%에 불과했지만 보험 급여 기준 밖인 41세~60세 이하가 62.6%로 두 배 더 많았다. 한국에서 유방암은 서양에서 6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40~50대에서 자주 나타난다.

해당 나이 환자 상당 수에서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지만 이들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적절한 검사를 받을 기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다른 연구에서 원격 전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경우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표적 치료를 시행하면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혀짐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해당 약제를 승인하는 등 이러한 논의에 더욱 불이 붙었다.

한국 학계도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4월 8차 유방암진료권고안을 개정하면서 60세 이하 삼중음성유방암도 브라카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하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정언 교수는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으로 꼽히는 유방암은 여전히 개척해 나가야 할 분야가 많다”면서 “특히 삼중음성유방암은 생존율이 낮고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데 브라카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치료법이 최근 개발된 만큼 한국에서도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분당서울대병원 윤혁 소화기내과 교수. 출처=분당서울대병원

■ 염증성 장질환 환자, 치료법 발달로 응급실 내원빈도 감소

분당서울대병원 윤혁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법 발달 덕분에 최근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 비율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응급실 방문환자가 감소한 원인은 생물학제제 등 새로운 치료법의 발달과, 질환에 대한 의사 및 환자의 인식 개선에 따라 비교적 조기에 진단되는 비율이 높아진 것 등이 꼽히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중에서도 궤양성 대장염보다는 크론병이 응급실 내원비율이 높아, 크론병에 대한 치료법 개발이 보다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이에 속한다. 치료가 쉽지 않은 만성 질환이므로 치료의 주요 목표는 염증과 복통, 설사, 혈변 등 증상을 가라앉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관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치료를 해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라는 인식에 따라 처음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충격을 주는 질환이었다.

최근 표적치료처럼 염증 물질에만 반응해 치료하는 약물인 생물학제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치료 방법이 크게 발전했고, 이에 따라 입원이나 수술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줄어들었으며 환자들 삶의 질이 향상됐다. 

생물학제제란 살아있는 생물을 재료로 만든 치료제로 면역항체나 혈액성분 등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백신을 가리킨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는 염증 매개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항TNF제와 염증을 유발하는 림프구가 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인테그린 억제제(α4β7 integrin) 등이 사용되고 있다.

1988년부터 항TNF제가 미국 FDA로부터 크론병 치료약으로 승인 얻은 후 다양한 기전의 생물학제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제제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허가를 받았고 2009년부터는 보험적용도 가능해져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최근에는 또다른 염증 매개물질인 인터루킨 12와, 23억제제인 우스테키누맙도 크론병에 허가를 받는 등 계속해서 다양한 약제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율도 과거의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연구팀이 2007년, 2009년, 2012년, 2014년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통계를 조사한 결과 2007년에는 외래를 내원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비율이 11.9%였으나, 2014년에는 6.3%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 중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50% 정도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크론병 환자의 경우 복통(66.9%),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경우 혈변(42.1%)을 이유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응급실 방문 후 실제로 입원하게 되는 비율은 크론병 46.6%, 궤양성 대장염 59.6%였다. 크론병 환자 중에서는 누공이 있거나 이전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가 입원하게 될 확률이 높았다.

윤혁 소화기내과 교수는 “응급실 방문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 치료에 있어 중요 관리 지표 중 하나이지만, 그간 대부분의 연구가 2000년대 초반 이전에 진행된 것이었으며 관련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었다”면서 “최신 데이터를 이용한 응급실 방문 추이 연구를 통해 치료약의 발달로 응급실 내원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앞으로도 염증성 장질환에 있어 주요 지표인 응급실 방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미국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