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대법원은 ‘진료비 지급보류정지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가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을 상대로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이미 지급한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2015두36485 판결 참조). 이 판결은 그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무분별하게 요양급여를 지급보류하거나 환수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을 건보법상의 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 하는데(제42조 제1항 제1호), 건보법상 당연지정 된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서 건강보험에 가입한 국민을 진료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 이후 심사평가원은 그 청구된 내용이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지를 심사하고 지급금액을 확정하여 심사결과를 요양기관과 건보에 통보하게 되며, 이러한 통보를 받은 건보는 지체 없이 그 내용에 따른 요양급여를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한다(제47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의료기관의 건보에 대한 요양급여 청구 과정이고, 의료기관은 이러한 절차를 통해 지급받은 요양급여로 병원을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건보가 요양급여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또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사실, 이른바 ‘사무장 병원’ 또는 ‘사무장 약국’을 수시가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다. 즉 ‘사무장 병원’ 또는 ‘사무장 약국’의 혐의가 씌워진 의료기관에 대하여 건보는 수사 후 기소가 되어 재판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요양급여를 즉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제47조의 2).

건보는 지금껏 이 조항을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되었다는 이유로 ‘사무장 병원’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 지급을 보류하는 근거로 삼아왔다. 더 나아가 건보는 이 조항을 이미 이들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근거로 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무장 병원’의 혐의를 받은 의료기관은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음과 동시에 건보의 요양급여 지급보류 및 환수 조치로 병원 재정이 흔들리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특히 ‘사무장 병원’이 건보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는 것은 ‘사무장 병원’이 건보를 속여 건보 재정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이라는 논리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일단 ‘사무장 병원’으로 ‘찍히면’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법 위반, 사기죄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것은 물론 건보로부터 요양급여지급도 보류되고 때로는 환수조치까지 당하여 졸지에 병원이 도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였다. 다행히 ‘사무장 병원’의 혐의를 벗고 무죄 판단을 받게 되면 의료기관의 장은 형사 처벌은 면하게 되지만, 재판이 끝나기까지 적어도 1~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병원이 도산하는 사태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네트워크 병원’도 그 동안 ‘사무장 병원’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병원운영 방식 중 하나다.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동안 의료계에서는 의료인의 협업을 대형병원이라는 형태가 아닌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같은 상호를 내걸고 운영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방식의 의료기관 개설이 논의되고 있었는데, ‘어떠한 명목으로도’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할 수 없고,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이른바 ‘1인 1개소 법’이 2012년 의료법 개정(제33조 제8항)을 통해 도입되면서, 졸지에 ‘네트워크 병원’에 대해서는 의료법을 위반한 ‘사무장 병원’이라는 굴레가 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병원’운영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경쟁력 제고 및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의료가격 합리화 등의 순기능이 있고, 특별히 상업성이 짙다거나 과잉진료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 비의료인과 의료인의 동업을 의미하는 ‘사무장 병원’과 달리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인과 의료인의 동업에 해당하여 ‘사무장 병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1인 1개소 법과 같은 규정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유례없는 정부 규제에 해당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현재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된 상황이고, 그 사이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법 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무죄 판결, 검사의 불기소 처분도 내려진 상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재 유사한 이유로 재판에 계류 중인 ‘네트워크 병원’ 사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 병원’을 비롯한 ‘1인 1개소 법’이 위헌 결정을 받게 되는 하나의 근거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의료라는 전문 분야에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반대로 의료인의 경제활동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 ‘네트워크 병원’사건은 국가의 시장개입에 대한 또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