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장이 확대되자 ‘TV홈쇼핑’까지 정기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최근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국내에도 구독경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는 홈쇼핑 업계까지 관련 서비스가 선보이자 구독 경제 서비스의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매 기간 일정 금액을 내면 정한 시간과 금액에 따라 정기적으로 물건을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본래 정기배송 서비스는 초기 스타트업체가 신선식품 배송 사업에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업계 선두를 달리는 대기업들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경제에 가세했다.

▲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 규모. 출처=크리디트스위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과 함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전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2015년 약 470조원에서 202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CJ ENM 오쇼핑부문(이하 CJ오쇼핑)은 지난 22일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정기배송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CJ오쇼핑이 처음으로 정기 배송을 결정한 상품은 에어퀸 생리대다. 이 상품은 신소재인 ‘나노 멤브레인’을 사용해 통기성을 높였으며 피부에 닿는 생리대 표지층(커버)엔 국제 유기농 섬유 인증을 받은 순면을 100% 사용했다. 정기배송 선택 시 정가(7만5000원)에 비해 6% 할인한 7만500원에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기배송 사업에는 정기결제 시스템과 배송 인프라, CS 역량이 핵심인데, CJ오쇼핑은 TV홈쇼핑업계에서 유일하게 정기결제 시스템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체 콜센터 상담직원 등을 활용해 결제·배송·CS를 동시에 책임질 예정이다.

▲ CJ오쇼핑의 정기구독 서비스 에어퀸 생리대 제품. 출처=CJ ENM 오쇼핑부문

올해 안에 CJ몰에 정기 배송 전용 사이트를 열고, 정기 결제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상품군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고객들의 구매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박세동 CJ오쇼핑 금융서비스사업팀 팀장은 “그동안 TV홈쇼핑에서 몇 달치 이용금액을 한 번에 선결제하는 방식의 정기배송 상품을 판매한 적은 있으나, TV홈쇼핑사가 매월 정기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구독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선결제 방식의 경우,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중도 취소나 반품이 어려웠는데 생리대 정기배송은 필요한 시기마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 쇼핑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2월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업계 최초로 그림 정기 배송 서비스 ‘핀즐’을 선보였다. 핀즐은 ‘그림을 즐기는 가장 쿨한 방법’ 이라는 슬로건으로 작년 9월 첫 서비스를 론칭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 현대홈쇼핑의 그림 구독 서비스 핀즐. 출처=현대홈쇼핑

그림 정기 구독 서비스는 핀즐의 전문 큐레이터가 매달 선정한 해외 아티스트 작품을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도록 A1사이즈의 대형 아트 프린트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상품은 3개월과 6개월 정기 구독 중 선택할 수 있고, 매월 아트 프린트 작품 1장과 매거진 1권을 정기 배송해준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집꾸미기 상품군 수요가 크게 증가해 그림 정기 배송 서비스를 마련했다”면서 “다양한 상품군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홈쇼핑 방송에 결합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4월 국내 최대 플라워 브랜드 꾸까(kukka)의 꽃 정기 구독권을 선보였다.꾸까의 홈쇼핑 채널 꽃 구독권 판매는 홈쇼핑 업계는 물론 화훼업계에서 최초의 시도다. 소비가자 편리하게 꽃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셈이다.

▲ 롯데홈쇼핑에서 판매된 꽃 정기구독 제품. 출처=롯데홈쇼핑

홈쇼핑을 통해 선보이는 꽃 정기 구독권은 베스트 셀렉션 패키지와 프리미엄 VIP 패키지의 두 가지 상품으로 구성됐다. 홈쇼핑 꽃 구독의 테마는 ‘10주간의 확실한 행복’으로, 꾸까의 대표 꽃 구독권 6가지 중 4가지 상품을 2주마다 한 개씩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을 마련했다. 지난 방송은 새벽 시간 방송임에도 구독권 1100개를 판매했다. 

홈쇼핑 판매를 기획한 최다솜 꾸까 MD는 “꾸까는 일상의 꽃 문화를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며 이번 홈쇼핑 진출도 업계 최초의 시도라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면서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넓어진 일상의 꽃 문화가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대중적으로 저변을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번의 신청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항상 같은 상품을 고르는 생수나 휴지, 생필품은 구독을 하게 되면 매번 물건을 사러 가서 결제하는 단계가 사라져 편리하다.

다만 업체가 일방적으로 가격 정책을 바꿀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정기 배송의 특성상 소비자가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쿠팡은 기저귀 정기배송 25% 할인 행사를 진행한 후 얼마 뒤 10%로 할인 폭을 낮춰 소비자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 뒤로 정기배송 품목의 가격이 변동될 경우 이메일이나 문자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품이라도 상품 가격은 계속 변화하는데, 가격 변동을 얼마만큼 충실하게 잘 알리느냐가 각 업계의 차별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타트업에 한정됐던 정기 배송 서비스가 최근에는 유통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송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면서 “이에 홈쇼핑업계까지 구독경제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