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기브앤레이스 기부금 전달식이 진행되는 모습. 출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지난 26일 오전 6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상암동) 상암월드컵공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서울시, 사회복지재단 아이들과미래재단 등 기관과 함께 개최한 기부문화확산 마라톤 캠페인 ‘기브앤레이스’의 참가자들이다.

벤츠는 ‘스포츠와 기부를 결합해 새로운 나눔 문화 가치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이번 캠페인을 4회째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캠페인 참가비 5만원을 내 마라톤을 뛰며 건강을 지키고 기부도 하는 등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마라톤 대회 개시에 앞서 배송받은 기념 기능성 티셔츠와 종아리 압박밴드는 덤이다.

▲ 오전 7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임에도 월드컵공원에 수많은 대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날 참가자들은 대부분 전달받은 기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기념 티셔츠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디자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색 바탕에 양쪽 측면에는 무지개색의 세로줄무늬가 그려져 있고 전면부에는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과 패션 브랜드 퓨마의 로고가 나란히 박혀있다. 후면부에는 목 부분에 기브앤레이스가 영어로 적혀 있다. 옷이 세련돼 일상생활에서 입기에도 부담이 없다.

▲ 페이스페인팅 부스에서 한 참가자가 서비스를 받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마라톤 개시 시간을 앞둔 행사장에는 참가자를 위한 각종 시설과 인력이 적절히 잘 배치돼 있다. 8동 정도 갖춰진 화장실과 함께 운영, 기부, 안내 등 기능별 부스가 커다란 글씨의 현수막과 함께 마련돼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가 이용할 수 있었다. 페이스 페인트 서비스나 스포츠 테이프를 무상 제공하는 부스도 운영돼 호응을 모았다. 탈의실도 남녀용 각각 여러 동 설치돼있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다.

참가자 개인 휴대물품을 싣어 옮길 물품보관 트럭도 28대 가량 운영됐다. 마라톤 구간이 상암월드컵공원을 시작으로 양화대교를 거쳐 여의도공원으로 이어지는 편도 코스였기 때문이다. 적재용량이 10톤 가까이 돼보이는 트럭이 30대 가까이 운영되는 걸 보며 ‘사람들이 참 많이도 참가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마라톤 참가자는 2만명을 넘었다.

뛰기에 좋은 날씨였다. 미세먼지는 온종일 ‘보통’~‘좋음’ 수준을 보였다. 조금 덥기는 했다. 오전 7시부터 선선한 느낌은 사라지고 따뜻해지기 시작하더니 마라톤이 시작된 8시부터는 기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왼쪽)이 주자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출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주최 측은 3~10분 간격으로 그룹별 주자들을 출발시켰다. 하프코스(21㎞) 참가자가 먼저 출발한 뒤 10㎞코스 주자들이 달렸다. 10㎞ 참가자가 가장 많아 결승선 통과 예상 시간에 따라 A~E그룹 순서대로 출발했다. 그룹별 예상 도착 시간은 A 50분 이내, B 1시간 이내 C 1시간 10분 이내, D 1시간 20분 이내, E 1시간 20분 이상으로 지정됐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임의로 그룹을 골라 들어갔다.

10분 이내 간격으로 출발하긴 했지만 금새 앞뒤그룹 참가자들이 몰려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출발선으로부터 500m 전방에 깊게 굴곡진 우회도로가 있어 병목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300~400m 정도는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안전하게 뛰면서도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출발할 때 몸에 바짝 들였던 긴장감이 풀리고 말았다. 하지만 오르막길이나 곡선 구간이 나타나 조금씩 체력이 달리는 참가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속력을 낼 수 있었다.

▲ 주자들이 월드컵대로를 가득 채우며 달리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뛰는 동안 교통통제가 차질없이 잘 이뤄진 점이 놀라웠다. 6차로 마포구청역에서 합정역으로 이어지는 6차선 월드컵로 가운데 한쪽 3개 차선을 달리는 동안 구간별로 경찰관들이 서서 교통정리를 능숙하게 실시했다. 덕분에 코스 양옆으로 늘어선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뛰는 여유도 얻을 수 있었다.

늘 차량이나 인파로 가득한 장면으로만 봐온 서울 시내 거리를 다른 주자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달리는 경험은 색달랐다. 평소 보던 풍경과 너무 달라 어색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 마라톤 코스 중간에 위치한 DJ가 신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날이 너무 더워 3㎞ 지점을 지난 이후로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다리가 아프거나 숨이 차는 것보다도 햇볕으로 몸이 달아올라 피로감이 더 빨리 누적됐다. 다만 행사 관계자들이 4㎞, 7㎞ 지점에서 물을 나눠주고 스탠드형 미스트 서큘레이터 여러대가 설치돼 있어 컨디션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또 코스 중간에 배치된 디스크자키(DJ)가 DJ테이블로 신나는 EDM 음악을 들려줘 힘을 낼 수 있었다.

결승선에 도착하니 관계자들이 살얼음 떠 있는 이온음료를 한 병씩 건네주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여의도공원에 이미 설치된 중앙무대에서는 다비치, 마마무 등 인기가수들의 기념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 참가자들을 위해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미스트 터널.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완주한 참가자들은 중앙무대에서 공연과 이벤트를 즐기거나 본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밖에 시원한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미스트 채널과 스포츠마사지 부스도 운영돼 지친 몸을 달랠 수 있었다.

10㎞ 참가자들에게 간식과 메달을 배부하는 부스는 많은 참가자에 비해 4동 밖에 운영되지 않았고 긴 대기열이 이어져 뜨거운 햇살 아래 서있기가 겁났다. 하지만 막상 서서 기다려보니 물품이 신속하게 전달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 완주하고나서 받은 메달과 간식.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간식으로 또띠야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담긴 간편 도시락이 제공됐다. 벤츠 엠블럼이 그려진 검정색 주머니 안에는 메달과 바나나, 칼로리바, 물 등이 담겼다. 메달의 한 면에 벤츠 엠블럼이 그려져 있고 다른 한 면에는 서울 스카이라인과 기브앤레이스 글자가 새겨져 있다. 만족스러운 디자인이어서 소장가치가 더욱 느껴졌다.

더운 날씨에 지칠 법도 한데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들은 대부분 처져있기보다 담담하거나 환했다. 기록 수립을 위한 경기가 아니어서 심적 부담이 덜한데다 착한 취지로 진행된 대회다보니 완주했다는 사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인 듯 했다.

연인과 함께 참가한 30대 직장인 이씨는 “코스도 뛰기에 좋았지만 특히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격려하며 함께 뛰는 등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장면을 보니 아직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고 말했다.

▲ 여의도공원 한 출입구에 쌓여있는 쓰레기.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제4회 기브앤레이스는 여러모로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행사였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일부 참가자들의 일탈 행위가 나타나거나 환경 정리가 잘 안되는 구역이 있었지만 통제가 잘 안됐다. 완주한 참가자들이 쉬고 있는 식당가 한켠에서 몇 참가자들이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담배연기를 뿜어내 불쾌감을 조성했다. 여의도공원 한 출입구에는 쓰레기를 담은 주머니가 볼썽사납게 쌓여있기도 했다. 다만 이런 요소들이 행사장을 떠나는 동안 드는 뿌듯한 마음을 가로막진 못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났던 점은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타인과의 경쟁이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보람을 한아름 안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기브앤레이스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고 확장됨으로써 지치고 풀죽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