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충전해서 사용하는 2차전지의 초기 등장 시기에는 니켈-카드뮴, 납축전지와 같은 배터리가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이들 전지는 납, 수은과 같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포함돼 있었고 부피도 크고 무게도 무거웠다. 이후 등장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초기 2차전지와 비교했을 때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경쟁력을 갖게 됐다.

▲ 삼성 SDI원통형 배터리 셀과 팩. 출처=삼성SDI

소형 리튬이온배터리 18650의 탄생 비화

소형 리튬이온배터리는 외관의 특징에 따라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맏형 격인 원통형 배터리는 1990년대 초 일본에서 먼저 개발돼 상용화됐다. 당시에는 1차 전지(1회만 사용 가능한 전지)와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1차 전지의 규격을 따라갔는데, 이는 휴대용 전자기기의 2차전지가 방전됐을 경우 1차 전지를 구입해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조치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처음 개발된 원통형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름 14mm, 길이 50mm인 ‘14500’과 지름 20mm, 길이 50mm인 ‘20500’였다. 14500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1차 전지 AA사이즈와 같고, 20500은 니켈-카드뮴 배터리와 니켈-수소 배터리 사이즈와 같았다.

그러나 당시 2차 전지 시장의 메인 수요처였던 캠코더의 배터리 팩으로는 적합지 않아, 일본 배터리 제조사들은 시장조사를 해 지른 18mm 길이 65mm의 ‘18650’이라는 규격을 만들게 된다. 캠코더를 한 손으로 쥐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사이즈에 맞는 배터리를 만든 것이다.

소형 배터리의 성장과 몰락...그리고 재성장

소형 배터리는 2000년대 휴대폰과 노트북의 폭발적 성장세로 인해 2002년 9억개에서 2008년 31억개로 연평균 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각형 소형 배터리는 삼성전자, 노키아와의 휴대폰에 탑재되면서 소형 배터리 비중에서 50%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소형 배터리는 이후 노트북의 슬림화, 스마트폰의 고성장, 태블릿의 등장으로 형태별 위상에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노트북에 주로 채용되던 원통형 배터리는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했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내장형 스마트폰 등장으로 시장이 급격히 축소됐다. 파우치형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시장 확대로 성장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소형 배터리 시장은 2011년 이후 수년간 정체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는 법. 미주 지역의 건설 경기 호황으로 인해 무선 전동공구 시장의 성장, 전기차와 같이 대형 배터리가 들어가야 하는 제품의 등장으로 원통형 소형 배터리는 다시 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노트북이나 전동공구에는 3~6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갔다면 전기차에는 수백개에서 수천개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S의 경우 7000개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우치형 소형 배터리도 무선 이어폰, 스마트 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세와 더불어 시장이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소형 배터리는 2018년 80억개 시장으로 2017년 대비 18% 성장했다.

▲ 소형 배터리 시장 추이. 출처=B3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소형 배터리 각광

전동 킥보드, 전기 스쿠터, 전기 자전거 등 근거리 주행이 가능한 소형 이동수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에서도 소형 원통형 배터리가 필수로 탑재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친환경성, 주차 문제 해결 등의 이유로 도심 교통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드 없는 전동공구, 정원공구, 무선 청소기와 같은 ‘코드리스 제품’들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소형 원통형 배터리는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우치형 소형 배터리도 중저가 스마트폰, 노트북에 채용 확대가 예상되고, 웨어러블 기기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이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도 테슬라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대거 사용하고, 코드리스 제품과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이 지속되는 만큼 소형 배터리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소형 배터리 시장은 2008년 31억개에서 2018년 80억개로 10년만에 2.6배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