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현지 공장 신설 이야기가 올해 들어 특히 많이 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인데 물류비, 과세, 배송시간 등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LG전자 테네시 세탁기공장 전경. 출처=LG전자

LG전자·삼성전자 미국 공장 가동중

국내 대표 가전회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도 미국 현지에서 생활가전 공장을 가동 중이다. LG전자는 5월 29일 미국 테네시주 클라스빌에 위치한 테네시 생산법인에서 LG전자 테네시 세탁기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은 2018년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연간 120만대의 세탁기를 제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면적 7만 7000㎡규모(대지규모 125만㎡)에 약 600명이 근무한다. 총 투자금액은 3억 6000만달러(약 43000억원)이다.

LG전자가 미국에 생활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개의 생산라인에서 드럼·통돌이 세탁기를 생산한다. 공장은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지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년 전부터 미국 내 현지생산을 검토해 왔다”면서 “현지 생산으로 인해 현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고, 관세, 물류비, 줄어든 배송시간 등으로 원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선 2018년 1월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서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에는 2020년까지 약 3억 8000만달러(4520억원)이 투자된다.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삼성이 생활가전 공장을 미국에 큰 규모로 지은 첫 번째 사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이라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현지 니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현지서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롯데케미칼 미국 공장 전경. 출처=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도 미국에 공장 건설

롯데케미칼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 찰스에서 5월 10일 ECC(Ethane Cracker Center), EG(Ethylene Glycol)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투자된 총 사업비는 31억달러(3조 6900억원)이고, 생산 능력은 연간 에틸렌 100만톤, EG 70만톤 이다. 규모는 약 102만㎡로, 축구장 152개 크기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화학공장 건설은 한국 화학기업으로는 최초다.

레이크 찰스를 비롯한 휴스턴 지역은 세계 최대 정유공업지대다. 유럽의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워프),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3대 오일허브로 미국 내 오일·가스 생산과 물류거래의 중심지다. 롯데케미칼은 레이크 찰스 공장에서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 공장은 한미 양국의 화학산업을 동반 성장시키면서 양국의 에너지 협력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롯데케미칼의 현지 공장 준공에 대해 “31억달러에 달하는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 투자이자, 한국 기업이 미국의 화학공장에 투자한 것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면서 “양국에 서로 도움이 되는 투자고,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한 이유도 LG전자와 삼성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에틸랜 생산에 필요했던 기존 원료인 납사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가스원료 사용 비중을 높임으로써 유가변동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와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원료, 생산기지, 판매지역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도 3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첫 공장이다. 공장 규모는 112만㎡(약 34만평)고, 10억달러(1조 1900억원)가 연도별 분할 출자 형태로 투자된다. 2021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고, 2022년 초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약 9.8GWh(기가와트시)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조지아주는 미국 내 제조업 메카로 급부상하는 주 중의 하나다. 록히드마틴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인도 타타그룹 등 세계적 기업이 있다. 여기에 더해 폭스바겐, BMW, 다임러, 볼보,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남동부에 위치해 이들과 연계성을 감안한 성장성 측면에서도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선 수주, 후 증설’이라는 영업 전략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해외 공장 건설은 수주가 완료된 건들에 대한 증설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공장 증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미국 수출용 전기차에 장착될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것”이라면서 “향후 추가 수주가 발생하면 중장기적인 투자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 대기업 미국 공장 현황. 자료=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