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중국이 마침내 숨겨둔 칼날을 드러냈다. 미국의 무역압박에 맞서기 위해 희토류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중국 희토류 수입의존도가 높아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영국 경제에는 실질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우방국에 무역분쟁 동참을 원하고 있어 희토류 제재가 자칫하면 한국에게 ‘제2 사드보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직접적 제재가 없다 해도, 미국의 첨단산업이 위축되면 대미 수출 위주의 한국 기업은 간접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희토류 제재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이 수출한 희토류와 그 가공품으로 만든 제품을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고 억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들은 기쁘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희토류가 뭐길래? 中 생산량 비중 세계 70%

희토류는 ‘희귀한 토양’이라는 의미로 ‘rare earth element’ 의 직역어다. 유사한 화학적 특성을 지닌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전자전이가 쉽고 안정적이라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석유화학, 스마트폰 등 온갖 첨단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희토류 원소 자체가 희귀한 것은 아니다. 희토류 중 하나인 세륨(Ce)은 구리, 아연, 코발트와 비교해도 매장량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분포도 남극을 제외한 세계 각 대륙에 넓게 퍼져있다. 심지어 희토류는 한국의 홍천, 충주 등에도 매장돼있으며 국내에서 1950년에도 희토류가 수출된 바 있다.

▲ 희토류 종류와 용도. 출처=국가기술표준원

다만 희토류가 원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고순도의 제품으로 정련하는 방법이 어렵기 때문에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희토류 원석에는 다양한 원소가 흩뿌려지듯 분포돼있어, 이를 정련하려면 원석을 깬 다음 액체로 녹이고 다시 원소끼리 모아야 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토류 정련 기술이 독자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희토류 정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희토류 매장량이 적은데다가 원소 함유 농도 등의 제반 문제가 있어 채산성이 맞지 않다보니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희토류 관련 사업이 확장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희토류 정련 과정에서 염산, 황산 등이 나오다보니 환경오염과 인체 유해성 등의 문제가 있어 선진국들은 희토류 정련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기업을 제외한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인 호주 라이너스는 채굴 후 말레이시아로 운반해 정련작업을 한다. 미국 내 유일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도 중국에서 정련한다.

중국이 무역분쟁에서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까닭이다. 중국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국가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스칸듐과 이트륨을 제외한 세계 채굴가능 희토류 추정 매장량은 1억2000만톤이며, 이 중 중국의 추정 매장량은 전체의 36.7%인 4400만톤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은 국가는 베트남과 브라질로 두 나라 모두 약 2200만톤의 희토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체의 1.2%인 140만톤에 불과하다. 미국의 희토류 우방국인 호주 매장량은 2.8%인 340만톤으로 평가받고 있다.

▲ 2018년 세계 희토류 추정매장량. 출처=USGS

중국은 희토류 분포도 다양하다. 희토류는 원자번호에 따라 크게 경(經), 중(中), 중(重)으로 구분하는데, 중국은 북부에서 남부에 걸쳐 이들 희토류 모두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즉,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채산성도 좋은데다가 미국 등에 비해 환경문제를 비교적 늦게 고려한 점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희토류 공급선을 틀어쥐게 된 것이다.

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세계 총 생산의 70.6%인 12만톤에 이른다.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를 많이 생산한 국가는 호주로 지난해 총 2만톤 채굴했다.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고 추정되는 브라질, 베트남 등은 미국 등에 비해 첨단산업이 덜 발달해있어 투자가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채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두 나라 합산 채굴량은 1400톤에 불과했다.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는 “희토류 원소는 화합물 제조 과정에서 유독한 산성용액을 사용하는 등의 분리정제 과정이 요구되므로 기술적/환경적 장벽이 높다”면서 “매장량 자체는 적지 않으나 채굴 가능한 광산이 적고 환경오염 문제가 있어 주로 중국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2018년 세계 희토류 생산량. 사진=USGS

美, 희토류 수입량 80% 中에 의존… 촉매제에 가장 많이 이용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희토류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USGS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희토류 수입량은 REO 기준 화합물·금속 총합 1만1130톤을 기록했다. 미국이 지난해 국가별 수입 비중을 공개하지 않은 중에, 2017년에는 희토류의 약 8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재수입 물량 등도 포함된다.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광산 마운틴 패스에서 지난해 총 1만5000톤의 희토류가 생산됐고, 이는 환경문제 등으로 중국에서 제련돼 재수입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산 희토류는 미국생산→중국수출→제련→미국수입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USG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희토류 생산량과 수출량은 동일하게 1만5000톤을 기록했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 희토류 원석을 25%의 보복관세 품목에 포함한 상태다. 해당 관세는 6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의 마운틴 패스는 바스트나사이트 광물만 채굴 가능한데, 여기에서는 세륨, 란타늄 등의 희토류만 추출할 수 있다. 따라서, 코드 분류상 세세히 나타나지 않는 화합물·혼합물을 제외하면 미국은 란타늄과 세륨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란타늄 화합물·금속 수입 비중은 전체 희토류의 33.6%이었고, 세륨은 약 13.2%를 차지했다.

특히 란타늄의 중국 수입 비중은 무려 99%에 이른다. 란타늄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더 많은 경질유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유체분해용 촉매(FCC)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로 주로 이용된다. 그 외 배터리 제작용으로도 쓰인다. USGS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약 9500톤의 희토류를 소비했으며, 이 중 60%가 촉매로 이용됐다.

▲ 2018년 미국 희토류 추정 사용용도. 출처=USGS

즉, 미국도 자국 내에서 상당량의 희토류 생산을 하고 있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으며, 정련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때문에 희토류는 미국의 관세폭탄도 비켜갔다. 현재 미국은 란타늄 산화물에 관세를 면제했고, 세륨 혼합물에는 5.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그 외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주요 희토류로는 사마륨, 네오디늄 등이 있다. 이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등 모터가 필요한 사업에 꼭 필요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전기자동차 한 대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영구자석에는 통상 희토류 원소가 1킬로그램 가량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모터에 필요한 영구자석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라며 “다만, 일각에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희토류와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현 시점에서 크게 관계가 없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전기자동차 배터리, 스마트폰 배터리 등은 대부분 리튬이온 방식으로 제작되며 여기에는 희토류가 필요없다”라며 “희토류는 니켈수소(Ni-MH) 이차전지에 주로 들어간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밖에도 희토류는 레이저 장비 제작 등에도 들어간다. 즉, F-35전투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등 각종 방산무기에도 필요한 셈이다.

USG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희토류 중 영구자석이나 방산 제품 제작 등 기타 용도로 이용된비중은 5% 내외로 크지 않았다. 다만, 희토류가 해당 장비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이면서 동시에 자국 생산이 어렵다보니 미국 내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셈이다.

▲ 2018년 미국의 희토류 수입비중. 출처=USGS

데이비드 아브라함(David Abraham) 뉴아메리카 자원보안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약점은 채굴된 희토류가 아니다”라며 “공급선 아래에 있는 희토류 정련물, 영구자석과 같은 생산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최근 희토류의 중국 수입의존도 경감 관련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마이크 앤드루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는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통령과 의회, 관련 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응 가능할까? 영향 적다는 시나리오도 있어

현재, 미국 내에서도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안이 꾸려지고 있다.

우선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라이너스와 합작사를 세우고 미국에 자국 내 채굴 희토류를 분리할 수 있는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마운틴 패스 채굴량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작 공장이 마운틴 패스 광산 생산량만 처리하게 돼도 미국의 연간 수입량 상당부분이 커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관건은 소요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희토류 광산 마운틴패스 풍경. 사진=Ken Lund(Flickr)

미국·영국 경제지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압박 영향이 비교적 덜 할 것이라는 주장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헬렌 라우(Helen Lau) 아르고넛(Argonaut) 증권의 금속 및 광업 전문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중국의 희토류 생산 할당량은 6만톤으로 전기 대비 1만5000톤 늘어났다”면서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줄이기 원했다면 논리적으로 봤을 때 광업 할당량을 낮추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 말했다고 미국 경제지 포춘은 보도했다.

희토류 카드가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다만 포춘은 중국이 최근 희토류 제재를 시사한 만큼 오는 6월까지의 결과를 다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물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입장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축소하면 단가가 올라 다른 국가의 생산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같은 효과가 갑자기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함께 있다.

실제로 희토류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5월 다섯째 주 영구자석 등에 이용되는 산화네오디뮴 가격은 전 주 대비 7.4% 오른 톤 당 4만5750달러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영구자석 제조용인 산화디스프로슘의 5월 다섯째 주 가격도 전 주 대비 7.3% 오른 톤 당 292.5달러를 기록했다.

▲ 희토류 가격 변화 추이. 출처=한국자원정보서비스

희토류 재활용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돼왔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에임스 연구소(Ames Laboratory)는 몇 년 전에 이미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공정 중 발생하는 사마륨-코발트 스크랩에서 희토류를 분리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USGS에 따르면 아직 희토류 재활용은 배터리, 영구 자석 및 형광등에서 나오는 제한된 수량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강구환 특허청 금속심사팀장은 지난해 말에 “몇 년 전 희토류의 자원무기화로 인해 가격 변동이 극심해 희토류 재활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바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외에도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 미국 첨단산업의 제조공장 등이 중국에 많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영향은 상쇄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제2 사드보복’ 이야기까지? 한국도 부정적 영향 가능성 있어

일각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제재 카드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현재 한국 등 우방국에 대중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희토류 화살은 ‘제2의 사드보복’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국은 현재 희토류를 일절 생산하지 않는다. 희토류가 매장돼 있기는 하지만, 물량이 적으며 희토류 원석의 농도가 낮아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현재 희토류의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 중국 희토류 수입량은 3162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97.4%에 이른다.

한국자원광물공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희토류는 연마제, 배기가스용 촉매제, 형광체 제작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 중 연마제 등에 필요한 희토류 세륨 수입비중이 70% 내외로 가장 많다. 형광체는 디스플레이 제작 등에 이용되며 최종수요처는 삼성SDI와 LG화학 등이 있다.

영구자석도 수입된다. 삼성전자는 영구자석 반제품을 수입해 전자제품용 소형 모터 등을 제작한다. 그 외 국내 주요 정유사도 FCC로 이용하기 위해 희토류 완제품을 수입한다.

반도체 자체에는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지만, 대신 반도체를 생산하는 레이저 장비 등에는 희토류가 필요하다.

김택수 교수는 “만약 중국이 한국 희토류 공급을 제한하게 되면 직접적인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에만 희토류 제재가 가해진다 해도, 이 경우 희토류가 반드시 필요한 미국 첨단산업이 위축될 수 있으니 모터 등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회사들도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중국 희토류광산 백운광산을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NASA

다만, 현재 한국은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한국이 내세우는 것은 ‘희토류 재활용’이다.

김택수 교수는 “현재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에서는 희토류 재활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기술 문제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다만, 희토류 재활용을 위해 영구자석 등이 들어가는 폐품을 수집하는 시스템이 비교적 원활하지 못한 문제는 있다”면서 “유관기관 협조 등으로 점차 해결되고 있는 상황” 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국은 희토류 공급처 다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도 희토류 정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희토류 생산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에 기술을 제공해 협업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지만, 한국자원광물공사가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자료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희토류 매장량은 지난 2011년 기준 약 2000만톤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3위 수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