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지역의 거래량이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 5월보다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보유세 과세표준일이 6월 1일로 다가왔지만 아파트 시장은 잠잠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내 거래량이 소폭 상승하는가 하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뒤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이뤄지는 등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거래된 아파트 수는 3035건을 기록했다. 이는 4월 2404건, 3월 1774건에서 각각 138건, 768건 늘어난 수치다. 얼핏 월별로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지난해 5월 5455건, 아파트 가격 폭등이 전성기를 이룬 지난해 9월 1만2219건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의 경우 4월 140건에서 5월 220건으로 늘었고, 강동구 역시 94건에서 156건, 송파구 159건에서 259건으로 거래량이 한달전보다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절대적으로 많다 적다 나눌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강남권역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있었다”면서 “아직 거래량을 두고 반등이나 시장 분위기 반전을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6.57㎡의 경우 지난해 8월 20억7000만원에 거래된 후 8개월 동안 거래 공백기를 보이다가, 지난 5월 8일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워낙 드물어 시장을 좌우하는 신호로 읽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윤지해 연구원은 “단지 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개포주공의 경우 단 한 건의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워낙 고가다보니 강남을 넘어 서울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포주공아파트는 다른 단지와는 완전히 따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면서 “매수자 역시 특정 계층에 한정되고, 입주권·분양권 등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인 서민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 달에 5만가구 정도로 원활히 거래가 이뤄져야 하지만 여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라고 평가한 뒤 “경제계 일각에서 ‘화폐개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라 실물자산투자자가 늘어났고, 강남권 재건축 거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비재건축 단지는 급매 소진 후 거래 드물어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전용면적 59.35㎡의 경우, 지난해 9월과 10월 9억7000만원에서 10억200만원에 거래되던 실거래가가 5월 11일(계약일 기준) 7억9500만원까지 하락했다. 해당 지역 G공인중개사는 “급한 사람은 다소 낮은 가격에도 내놓는 경향이 있지만, 매물 자체가 많지는 않고 거래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집주인들은 다시 8억5000만원 내지 9억원 대로 호가 상승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레이크팰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15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전용면적 84.82㎡의 경우 5월 15일 13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지역 B공인중개사는 “9호선 개통으로 더 이상 호재는 없고, 정부 규제로 거래량도 줄어 매매시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집주인들은 거래되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오히려 낮은 가격에 거래된 뒤 호가가 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중개사는 “실거주용이라면 현재 시세에 들어오는 게 그나마 변동폭이 적을 테지만, 투자용 부동산이라면 정확한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잠원한신아파트의 전용면적 84.52㎡는 지난해 9월 12일 18억6000만원에 거래된 후 5월 10일 들어 16억7000만원으로 약 1억9000만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해당 지역 H공인중개사는 “급매물 수준이 이 정도 가격”이라면서 “잠원동, 반포동과 함께 압구정동 일대도 현재 매물이 거의 소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특히 인근 ‘동아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 소식이 있어 사려는 사람들이 바로 붙었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전부 비슷한 모양새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154건에서 262건으로 늘어난 구로구 역시 거래건수 증가폭이 돋보인 반면, 강북구·종로구 등은 오히려 거래건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곤 교수는 “구로구는 아무래도 저평가된 곳이다 보니 낙후된 곳 많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시장 반전 분위기 없어” 입 모은 전문가들

전문가와 중개업계 중개인 모두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예측에 힘을 실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대출규제가 가장 강력한 편인데, 경기회복의 기대치도 낮고 시장이 살아나는 기미도 안 보이기 때문에 한동안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교수는 “그동안은 조정된 가격과 계절적 요인으로 거래가 일어났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등 극적인 조건 변화가 있지 않아 이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거래가가 반등하려면 거래가 몇 건 이뤄진 뒤 추격매수가 일어나고 다시 소유주가 매물을 회수하는 사이클이 반복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추격매수 단계에서 수요자들의 단절이 일어나고, ‘정말 싸다’고 볼 만한 가격의 물건이 드물기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잠실동 B공인중개사는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럽지만, 급매물을 찾는 매수자들과 소유주들의 냉랭한 태도 사이에서 절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