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지루한 공방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화웨이가 국내에 5G 오픈랩을 개소해 눈길을 끈다. 업계의 시각은 갈리고 있다.

현재 화웨이의 상황은 매우 나쁘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벌써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구글은 화웨이를 대상으로 최신 안드로이드 접근을 차단시켰고 인텔 및 퀄컴도 최신 칩과 부품 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영국의 암도 돌아섰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반 화웨이 전선에 선 상태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전에 돌입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초유의 위기는 계속될 조짐이다.

화웨이가 30일 국내에 첫 5G 오픈랩을 열어 눈길을 끄는 이유다.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룬 한국에 5G 오픈랩을 통해 한국의 5G 및 ICT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고 5G 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국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포함된 파트너사들에게 최적화된 5G 테스트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 양 차오빈(Yang Chaobin) 화웨이 5G 제품 라인 총괄 사장,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장, 김동구 5G 포럼 위원장, 데이비드 터킹턴(David Turkington) GSMA 아시아태평양 기술총괄본부장, 장영민 한국통신학회장, 멍 샤오윈(Meng Shaoyun) 한국화웨이 CEO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업계의 시각이 극과극으로 갈리는 가운데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유착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화웨이 백도어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인식도 크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5G오픈랩 개소를 앞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은 물론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초청하려고 했으나 대부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통신 장비를 5G 네트워크에 사용하는 LG유플러스도 개소식에 불참했으며, 한국 중소 및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표해 개소식에 참여한 중소기업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5G 오픈랩 개소 자체도 비공개로 열렸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유착을 넘어 기술탈취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화웨이가 소위 ‘단가 후려치기’ 등 잦은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5G 오픈랩을 통해 국내의 유망 기술들을 훔쳐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양자택일’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화웨아 5G 오픈랩 개소를 두고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화웨이 백도어 및 중국 정부 유착설은 아직 첨예한 이견이 갈리는 지점이며,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화웨이의 강력한 인프라를 원천배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평가다.

시너지를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화웨이는 오픈랩에 엔드투엔드(End-to-End)의 5G 네트워크 장비(최신 5G 기지국, 코어망, 전송 장비 포함)들을 파트너사에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약 500만 달러를 5G 오픈랩 운영에 투자하며 생태계 전략에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숀 멍 한국화웨이 지사장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다. 화웨이는 지난 17년간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화웨이는 ‘한국에서 그리고 한국을 위해’라는 이념과 자체적인 5G 네트워크 강점을 기반으로 다수의 한국 ICT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5G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차오빈(杨超斌) 화웨이의 5G 프로덕트 라인 사장은 “5G는 한 회사가 단독으로 처리해낼 수 없다”면서 글로벌 5G 솔루션 선도기업인 화웨이는 5G 에코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업계 파트너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