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전쟁 교착, 경기 침체의 징후, 불안정한 유가로 미국 월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 livemin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월가의 고민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공포를 더해가고 있고, 경기 침체의 징후는 계속 적신호를 깜박거리고 있으며, 유가는 마구 흔들리고 있다.

다우존스지수는 29일 장중 한때 4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심리적 저지선인 2만 5000 아래로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다소 회복하며 221포인트(0.9%) 하락한 2만 5126.41로 마감했으며, S&P 500지수도 0.7%, 나스닥도 0.8% 하락했다.

이날의 난기류는 트럼프 정부와 중국간의 무역 협상 타결이 불확실해진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한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의 보복이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고 기업의 이익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문회사 인베스코(Invesco)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미중 무역관계가 크게 훼손돼 악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것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며칠 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대해 어떻게 보복할 것인지에 집중 되어있다.

그 중 한 가지 우려가 중국이 희토류 수출과, 스마트폰 생산, 미사일 시스템 및 기타 첨단 장비 생산에 중요한 필수 부품의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에 수입되는 희토류 광물의 약 80%는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금융 자문 및 분석회사 인포마 파이낸셜 인텔리전스(Informa Financial Intelligence)의 시장전략가 라이언 나우만은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포심에 빠져 주식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혼란케 하는 수익률 곡선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 국채에 현금이 몰리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7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단기 채권 수익률과 장기 채권 수익률 사이의 격차인 수익률 곡선이 다시 한번 역전되었다. 수익률 곡선은 이미 과거에 보여주었듯이, 궁극적인 경기 침체의 믿을 만한 예측 변수였다.

독립자산관리회사 써드세븐어드바이저(Third Seven Advisors)의 마이클 블록 시장전략가는 "곡선의 반전이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도 있다"며 "그것이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하락은 지난 4월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S&P 500 지수를 6%나 갉아먹었고, 다우지수는 5주 연속 하락하며 2011년 이후 가장 긴 부진 주간을 보내고 있다.

요동치는 유가와 구리

석유시장의 불안정으로 에너지주도 압박을 면치 못했다. 29일 하루 동안 미국의 유가는 4% 가까이 폭락하며 배럴당 56.88 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급반등했다. 크루드 오일은 이날 0.6% 하락으로 마감했다.

미국 대형 정유사들인 베이커휴즈(Baker Hughes)와 마라톤오일(Marathon Oil))의 주가는 모두 2%나 하락했다.

경제에 민감한 또 다른 원자재인 구리도 1.2% 하락해 4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공포가 과장됐다고?

다우지수는 5월 들어서만 거의 6% 하락하며 올들어 처음 하락 달을 맞게 됐다. 다우지수는 2012년 이후 5월에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CNN의 기업 공포 탐욕 지수(Business Fear & Greed Index)는 한 달 전만해도 ‘탐욕’이었으나 이달에 ‘공포’로 바뀌었다.

5월의 매도 물결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냈던 지난해 12월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말 극도의 난기류가 미국 주식시장을 휘감으며 10년 동안 지속돼 온 강세장을 거의 질식시켰었다.

써드세븐의 블록 전략가는 "그러나 이번 주가 약세 시장(bear market)의 시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이 반전되고 제조업이 고전하고 있는데도 다른 경제지표는 상대적으로 건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4월에 미국은 26만 3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하며 실업률은 49년 이래 최저인 3.6%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형 증권사 이트레이드(E*Trade)의 투자전략 부사장 마이크 뢰벤가트는 "관세와 다른 나라들의 성장 둔화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히 정당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유틸리티나 채권 같은 안전 피난처로 이동한다고 해서 우리가 불황 가까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