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지원 재개로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직·간접적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다만 중국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기술력 차이를 빠르게 좁히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중단했던 30억 위안(약 5100억원) 상당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을 재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중 7억5000만 위안은 가정용 태양광발전에 고정적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22억5000만 위안은 일반 태양광발전소 등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경쟁입찰 선정자는 6~7월 중에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하반기부터 중국 태양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중국 하반기 태양광 수요 전망을 올해 상반기보다 3배 늘어난 30GW로 보고있다.
국내 업체들의 직·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올해 태양광 시장 성장은 보조금 축소를 앞둔 미국, 일본과 최저수입가격(MIP)을 폐지한 유럽이 견인할 전망이지만, 중국이 세계 태양광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혜택이 잇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세계 태양광 수요를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내외 늘어난 120~125GW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 등은 직접적인 혜택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OCI의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점유율은 15% 이상이며 중국 비중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중국과 대만의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대만에 공급하는 물량도 결국 중국으로 흘러가다보니 중국 보조금 재개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셀과 모듈을 제조하는 한화큐셀 등은 간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큐셀은 세계 셀 생산량 1위, 모듈 생산량 3위를 기록 중이지만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 태양광 사업의 중국 비중은 매출 기준 약 2% 내외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다보니 직접적인 수혜는 적을 것”이라며 “다만 세계 태양광 수요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가 늘어나면 기타 신흥국 수요도 늘어날 수 있으므로 간접적으로는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밸류체인 판가도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로 수요가 일시 급감해 공급과잉이 발생, 태양광 전 밸류체인 가격이 약 35% 하락한 바 있다. 현재도 가격 회복은 더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태양광 시장이 크다보니 보조금이 지급되면 판가가 소폭 오를 수 있겠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되는 중국 보조금 지원이 기존의 2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韓-中 기술력 비슷해 ‘우려’… 세계 시장 확대로 불식될까?
일각에서는 중국의 시장 확대에 대한 우려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압도적인 내수시장을 앞세워 낮은 단가로 제품을 공급하며 세계 태양광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기술력도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 모듈의 중국 점유율이 80% 이상이며, 폴리실리콘은 64% 정도다.
물량공세에 대해 국내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서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것이고, 둘째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전자는 규모의 싸움이고, 후자는 기술력 경쟁이다.
국내 업체는 대체로 기술력 우위를 선택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셀/모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큐셀은 에너지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퀀텀(Q.ANTUM)과 하프셀 기술 등이 적용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세계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단결정-다결정 셀/모듈 생산 비중을 5:5에서 최대 8:2까지 높일 것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단결정 제품의 에너지 생산효율이 다결정보다 1~2%포인트 더 높다.
OCI도 수요가 늘어나는 모노웨이퍼 시장을 겨냥해 반도체급으로 순도가 높은 폴리실리콘 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OCI의 고순도 폴리실리콘 물량은 지난 2017년 42%에서 지난해 70%로 대폭 늘어났다.
동시에 판매원가도 낮추고 있다. OCI는 말레이시아의 폴리실리콘 공장 인수 및 증설을 통해 연 7만9000톤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8.5%의 원가를 낮출 목표를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태양광 기업과 중국기업의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셀의 기술력을 한국 95~100으로 볼 때 중국은 95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듈의 경우는 두 나라가 95 이상으로 같다고 보고 있다. 폴리실리콘 상황은 조금 더 낫다. 폴리실리콘 한국 기술 경쟁력을 95~100으로 봤을 때 중국 기술력은 85~100 수준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기술 측면에서 한국산 제품은 중국산 제품 대비 양호 또는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다만 중국산 대비 10% 높은 가격수준을 보이고 있어 가격이 중요한 대형 프로젝트 개발시 한국산 제품 채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셀과 모듈의 기술력 차이는 양산형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대략 1~2년 가량 차이가 난다”면서 “기술력 차이를 유지하기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기술은 반도체와 유사하다”면서 “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내와 중국의 기술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전문가도 “셀과 모듈의 한국과 중국 기술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경쟁력 차이 때문에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기술의 경우 갑작스런 도약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한국의 투자비용이 중국보다 적다보니 확률적으로는 차이를 지속적으로 벌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세계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므로 우려를 보일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태양광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의 27%에서 32%까지 확대할 것이며, 동시에 수송에너지 소비 중 최소 1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해당 목표치는 오는 2023년 중간검토를 통해 상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