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재의 K-POP 한류는 분명 국내의 부정적 인식과 높은 위험성을 감수하고 시장에 뛰어들어 매력적인 아티스트를 키워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공이 크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의 한류 열풍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이뤄놓은 많은 것들이 일종의 ‘권력’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업체들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들은 국가 이미지 실추로까지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국내 엔터업계는 산업 성장의 방법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논제가 있다. 

‘버닝썬 사건’ 그리고 YG엔터의 위기 

강남의 인기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은 국내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이 수면 위로 드러난 신호탄이 됐다. 이 사건으로 버닝썬은 마약 투약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들이 빈번하게 일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이 클럽의 경영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적인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최승현)가 참여하고 있었고 그의 소속사인 YG엔터와 연결된 정부 기관의 유착 관계로 수사기관이 그곳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범죄행위들을 눈감아주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승리와 관련된 사건들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인기 연예인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나면서 몇몇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은 승리는 무죄로 풀려났으나 여전히 많은 의혹들이 남아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YG엔터 양현석 대표의 해외 기업인들에 대한 성 접대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K-POP 한류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한 YG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추락했고, 이에 따라 국내의 YG 아티스트 팬덤들이 돌아서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일련의 사건은 K-POP 한류에 대한 수요가 높은 해외에도 전해졌고 이는 우리나라의 이미지에도 직간접적으로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일본의 한 언론은 “버닝썬 사건은 곧 한류의 어두운 단면이자 한국의 국격이다”라는 식으로 비꼬는 뉘앙스의 논평을 하기도 했다. 

팬덤의 규모가 곧 수익성과 성장성으로 이어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아티스트의 윤리적 문제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문제는 아직도 “연예계가 다 그렇지”라는 식의 인식이 있음에도 이를 고치려는 특별한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건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국내 엔터 업계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사건들은 오랜 시간 그것이 잘못된 일인 줄도 모르고 행해 온 한국사회와 업계 전반에 걸친 관행과 해이함을 바탕으로 발생한 일들”이라면서 “해당 사건들을 아티스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한국 대중음악계 내부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는 인식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방향의 문제 

최근 K-POP이 속해있는 대중음악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사업의 대표 격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예산안 구성이 공개되면서 관련업계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예산안에서는 대중음악 창작기반 강화, 대중음악 우수 프로젝트 지원, K-POP 해외 쇼케이스 개최 지원이 전면 폐지됐다. 올해 지원의 방향은 주로 인디 음악계의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2019년도 음악산업 관련 예산은 65억 9000만원으로 전년도 예산인 49억 8300만원에 비해 32.2% 늘어났지만 액수였음에도 기존까지 꾸준하게 지원되왔던 사업의 대부분이 폐지된 것에 대해 업계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인디 음악계에 대한 지원으로 국내 음악 콘텐츠의 다변화를 이뤄내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지만, 한류 확산의 중심에 있던 K-POP 그룹들이 내는 큰 경제효과들이 계속 증명되고 있음에도 여기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산업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정부 지원 사업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K-POP 한류 그리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는 콘텐츠 디지털화와 글로벌 채널 유통과 확산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한류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법안이 현실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올바르게 적용하려는 노력 등이 요구되고 있다.   

분명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은 우리에게 많은 성과를 가져다주었고, 앞으로의 추가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련의 지적대로 업계 자체의 윤리적 자정 노력과 경제 효과에 초점을 둔 정부의 현명한 지원 등이 논의되고 제대로 된 협의를 이뤄낸다면, 향후 K-POP 한류는 현재의 뜨거운 열기를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할 결실들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 질 것이다. 그들의 노력에 대한 응원과 격려 그리고 냉철한 시선의 비판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