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엔터테인먼트 ‘3대장’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문화의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되면서 국내 가요계에서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영향력은 커졌다. 그러면서 아티스트 육성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2000년대에 난립했던 소규모 연예기획사들은 아예 모습을 감추거나 대형 업체들에게 통합되는 등으로 산업이 정리됐다. 이에 따라, 막강한 기획력과 자본력을 갖춘 상위 3개 업체들이 남았고 이들은 국내와 더불어 해외 가요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3개 업체는 이수만 대표의 SM엔터테인먼트,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 프로듀서가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인기 절정의 솔로가수였던 박진영 프로듀서가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다. 이들 회사는 각 프로듀서들의 개성이 반영된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국내와 해외에 이르는 거대한 팬덤을 나눠 가지다시피 했다. 물론 개별 아티스트의 인기로는 3사의 아티스트들 못지않은 인기가 있는 가수나 그룹을 선보이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있으나,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운영 능력이나 팬덤 관리 그리고 방송가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아티스트별 팬덤의 규모 측면에서 여전히 3개 업체를 능가하는 엔터테인먼트사는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등장하지 않았(물론, 후에 이 구도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아티스트에 의해 완전히 바뀌지만)다. 

3사 아티스트 경쟁

H.O.T나 S.E.S의 성공 후 새롭게 선보이는 주력 아이돌 그룹마다 대성공을 거두는 SM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몇 년 동안 국내 가요계의 인기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차별성 있는 아티스트의 선발과 대중성 있는 곡의 선정 면에서 SM엔터 계열과는 다른 각도의 매력이 있는 아티스트들을 경쟁사에서도 내보내면서 점차 한 곳으로 몰리던 국내 팬덤도 갈리기 시작했고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를테면 2007년 2월 데뷔한 JYP엔터의 걸그룹 ‘원더걸스’와 같은 해 8월 데뷔한 SM엔터의 걸그룹 ‘소녀시대’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그야말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였다. 이때는 팬덤들간의 경쟁도 격화돼 서로의 아티스트들을 아끼는 각자의 팬덤이 온라인상에서 이런 저런 일들로 충돌하는 일이 잦기도 했다. 

후에 제 2세대, 3세대 K-POP 아이돌로 불리는 걸그룹의 인기 계보는 SM엔터에서는 f(x), 레드벨벳 순으로 이어졌고 YG엔터는 2NE1(투애니원), 블랙핑크로 그리고 JYP엔터는 미쓰에이, TWICE(트와이스), ITZY(있지)로 이어졌다. 

보이 그룹에서도 경쟁은 이어졌다. SM엔터는 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EXO로 이어지는 팝-댄스 보이 그룹의 계보를 이어갔다면, YG엔터는 힙합의 느낌을 강하게 살린 그룹 ‘빅뱅’으로 맞섰다. 여기에 JYP엔터는 격렬한 댄스를 기반으로 한 이색 퍼포먼스의 댄스 그룹 2PM과 뛰어난 가창력을 앞세운 발라드 그룹 2AM으로 응수했다.    

 ▲ 일본에 새롭게 불어닥친 제3차 한류열풍의 주역 JYP엔터의 걸그룹 트와이스. 출처= 동아오츠카/JYP엔터테인먼트  

특히 이 중에서 외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그룹은 JYP의 트와이스다. 트와이스는 2017년을 기점으로 일본에 불어 닥친 ‘신(新)한류’의 주역으로 여겨지면서 한국과 일본 가요계의 상위권을 독식하며 거의 정복하기에 이른다. 트와이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계약 관계 문제와 경영상의 이유로 한동안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JYP엔터는 2018년 8월 시가총액 1조 909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조 758억원을 기록한 SM엔터를 꺾고 국내 엔터테인먼트업체들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른다. 단적으로 2017년 2월 6일을 기준으로 JYP엔터의 주식은 주당 4605원 그리고 시가총액이 1594억원이었다. 약 1년 6개월만에 6배에 가까운 성장으로 이를 감안하면 트와이스가 JYP에 어떤 존재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재미있게도 현재 SM엔터는 레드벨벳 이후로 이전의 SM계열 K-POP 그룹들의 인기를 이어가는 그룹을 탄생시키지 못해 침체에 빠졌는가 하면 YG엔터는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연관된 ‘클럽 버닝썬 사건’ 그리고 최근에는 양현석 대표의 성 접대 논란까지 이어지며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됐다. 이와 비교해 JYP엔터는 새로운 걸그룹 ITZY의 성공적 데뷔와 트와이스의 계속되는 인기로 3대 업체들 중에서 가장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 업체로 남아있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예상 수치) 

방탄소년단의 ‘빅 히트’ 등장 

국내 3대 업체가 K-POP 한류의 중심이 돼 소위 ‘그들만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던 사이 전무후무한 인기의 아티스트를 탄생시키며 순식간에 소규모 업체에서 3대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사가 나타났다. 바로 방시혁 프로듀서의 기획으로 탄생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다. 방탄소년단은 이전의 K-POP 한류가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시장에 머물렀던 것을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한때 JYP엔터 소속의 작곡가로 일했다. 2005년 JYP엔터에서 나와 자신을 메인 프로듀서로 하는 회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세웠고 창업 초기에는 JYP엔터와 협업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룹 2AM의 매니지먼트를 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처음부터 끝까지 방시혁 프로듀서의 기획으로 탄생시킨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이 등장한다. 데뷔 직후의 방탄소년단은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2016년 발매한 2번째 정규앨범 ‘WINGS’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에 팬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의 인기가요 차트인 빌보드200 차트의 정상에 3개 앨범(LOVE YOURSELF 轉 'Tear'(2018.6.2), LOVE YOURSELF 結 'Answer'(2018.9.8), MAP OF THE SOUL : PERSONA(2019.4.27))의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전 세계를 매혹시킨다. 

미국 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2019년 월드 투어를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시카고 솔져필드,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등 3개 공연에서 32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전설의 그룹 ‘비틀즈’와 ‘퀸’이 공연했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확정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심지어 9만 관객석을 매진시켰다. 이에 힘입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 2142억원, 영업이익 641억원, 당기순이익 50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방탄소년단의 연간 경제 가치를 약 4조 14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계산할 때 빅히트엔터의 상장을 가정하면 예상되는 시가총액은 약 1조 6000억원 규모로 이는 기존 3대업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