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별(STAR)’을 만드는 이들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외국인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꽤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드라마, 음식 그리고 서울·부산 등 한국의 주요 관광도시 등의 키워드들이 대답으로 나올 것이다. 아마 과거였다면, 이 몇 가지 키워드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질문을 요즘의 외국인들에게 던지면 단연 열에 아홉은 누군가의 이름을 이야기할 것이다. 바로 방탄소년단(BTS)·트와이스 등 인기 K-POP 그룹의 이름이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같은 내용의 설문에서는 K-POP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가요에서 비롯한 한류라는 대답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K-POP 그룹들이 이끄는 한류가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된 배경에는 각 그룹 멤버들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매력을 끄집어낸 ‘그’들의 전략적인 접근과 투자 그리고 노력이 있었다. 이번 '이코노믹 리뷰'에서는 글로벌 한류 열풍을 이끈 K-POP의 빛을 만들어낸 이들.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되다   

현재의 K-POP 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 콘텐츠의 큰 흐름들 중 하나다. 주요 기업들의 성장과 증시 상장 등으로 가시적인 성장의 성과들을 내면서 국내에서의 인식도 달라졌다.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경쟁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이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고, 명실상부한 '산업'이 됐다. 이에 따라 K-POP 한류는 90년대 홍콩의 누아르 영화, 2000년대의 일본 문화에 이은 아시아 국가 주도의 글로벌 규모 문화 현상이 됐다. 혹자는 한류의 영향력을 미국 헐리웃 영화시장에 비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금과 차이가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의 연예계 혹은 가요계 입성은 어떠한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서 이뤄졌다. 예를 들면 방송국의 PD들이나 음반제작사 관계자들이 공연 공간이 있는 유흥업소에서 방문 했을 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발견해 그들을 방송국이나 음반 제작사로 데려오거나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 의한 추천을 통해 유명 아티스트들이 탄생했다. 이와 같은 방법은 1990년대 초까지도 계속됐다. 이는 연예계나 가요계에서 종사하는 이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긍정적이지 못했던 인식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부터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동 이후로 가요계 팬덤의 연령대는 10대로 내려갔고, 음반제작사들도 어린 팬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티스트들의 발굴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후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가요계에도 일본 음악계의 ‘아이돌(10대~20대 초반의 어린 가수들)’ 육성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연예 기획사’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즉 아티스트의 재능과 끼가 있는 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회사의 기획으로 그들을 가르치고 훈련시켜 재능을 끄집어 내고 결국에는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연예 기획사’라는 구분은 있었으나 2000년대 이전까지는 인기 연예인이나 매니저 출신인 이들이 운영하는 작은 개인사업의 형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비즈니스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가요가 산업으로 발돋움한 계기는 현재의 기준에서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그룹들의 성공이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계기를 이끈 그룹으로는 1996년에 데뷔한 SM기획(현 SM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남성그룹 H.O.T와 1997년에 데뷔한 여성 3인조 그룹 S.E.S가 있었다. 두 그룹은 당대 가요계를 휩쓸며 2000년대에 우리나라에 아이돌 그룹 신드롬을 일으킨다. 이들의 성공을 기점으로 국내 가요계에서는 연예기획사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졌고, 이 회사들은 철저한 기획에 의한 아티스트 발굴과 투자를 통해 자사의 아이돌 그룹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그룹인 핑클, 젝스키스 등의 활동이 시작되고 각 연예기획사들 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에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대략적인 경제 가치가 측정되지 않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주요 기업 아티스트들의 성공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지난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글로벌 리서치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연구 결과를 인용해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2년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약 450억달러(약 53조 541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를 기준으로 상위 업체들의 순위도 조사됐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4988억달러(약 594조원)의 미국이었고 그 뒤를 일본 1916억달러(약 228조원), 중국 1152억달러(약 137조원), 독일 974억달러(약 116조원), 영국 855억달러(약 101조원), 프랑스 696억달러(약 82조원) 순으로 이었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프랑스 다음으로 세계 7위였다. 

K-POP 한류의 태동 

▲ 일본 K-POP 한류의 시초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아시아의 별' 가수 보아. 출처= SM타운페이스북

1990년대에서 200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일본 가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에는 일본 가수들의 음악성과 시장 가치가 높았던 시기였고, 문화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앞선 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 부분에서 역전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현재 ‘K-POP 한류’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1998년 H.O.T.와 S.E.S.는 중화권에서 앨범을 발매했고 일본인 멤버 ‘슈’가 속해있던 S.E.S.는 일본 가요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가 아예 일본 가요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수년 간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탄생시킨 아티스트 BoA(보아)가 보여준 상업적 성공은 일본 내에 한국 가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아 이후 2, 3세대 K-POP 아이돌이라 불리는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 아이돌 그룹이 일본 가요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에는 2000년대에 확장된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역량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적극적 투자들이 밑거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