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곰팡이 호박즙에서 시작된 ‘임블리’ 사태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 직권 조사 착수에 이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하면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논란이 컸던 임블리뿐 아니라 매출액 상위의 유명 온라인 의류 쇼핑몰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켓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추가적인 수사 내용이 나올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SNS 마켓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마켓블로그 등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거래를 중개해 매출을 올리는 SNS 마켓시장이 급격히 커졌지만, 아직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제대로 된 법적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 온라인 패션 쇼핑몰 '임블리' 브랜드. 출처=임블리 페이스북 캡쳐

임블리의 모회사 부건에프엔씨의 박준성 대표는 지난 27일 “임지현 상무가 7월부터 상무직을 내려놓고 고객 소통과 응대에 힘쓰고 추후 계속해서 경영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상무는 상무직에서 물러나지만 인플루언서로 다시 돌아간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비난을 받고 있다.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경우 별도의 광고비용이나 게재 비용 없이도 막강한 영향력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임 상무는 ‘임블리’의 간판 얼굴이자 팔로워가 80만 5000명에 이르는 유명 인플루언서다. 임블리 소비자들 대다수도 임 상무의 SNS에 게재된 패션·뷰티 제품을 보고 믿고 구매한 이들이다. 이에 임 상무가 이를 노리고 관련업계에서 완전히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설문 당사자의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제품을 접한 이후 구매와 관련된 행동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5%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계된 브랜드의 웹사이트 또는 앱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임블리 불량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 출처=임블리 고발계정 캡쳐

SNS 마켓이 급성장하자 소비자 피해 사례도 함께 증가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12월 4000여명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쇼핑이용 실태에 조사한 결과 SNS 쇼핑 이용자 10명 중 3명은 제품 불량, 환불 교환 거부, 연락두절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쇼핑을 했다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해 19.2%보다 16.7%가 늘어난 35.9%를 기록하며 가장 인기 있는 SNS로 꼽혔다. 이어 네이버·다음의 카페·블로그(24.4%), 카카오스토리(16.3%), 페이스북(16%) 등이 뒤를 이었다.
 
계속해서 소비자의 불만과 하소연이 끊이지 않자 이에 정부도 적극 나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NS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 논란이 컸던 ‘임블리’를 포함해 유명 온라인 의류 쇼핑몰들이 조사 대상에 선정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거래 실태를 파악해 이들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제품 정보를 제공했는지, 환불 규정은 준수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번 점검은 신고접수가 아닌 공정위의 직권으로 여러 쇼핑몰에 대한 조사로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를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기업을 특정해 조사에 나선 것은 아니다”면서 “SNS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간 SNS 마켓이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만큼 불공정거래 여부를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함께 검사에 나섰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24일 임상무와 박준성 대표이사를 사기(과대광고)·상표법 위반·식품위생법 위반·소비자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대책위는 “피고발인은 부건에프엔씨의 실질적 경영자이며 8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했다”면서 “그럼에도 임블리와 블리블리를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운영하면서 대충 팔면 그만이라는 사고로 소비자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또한 대책위는 임블리가 상품이 금세 품절됐으며 다음 차수 판매를 준비하겠다고 SNS에 게시한 것이 소비자를 기망한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SNS 마켓은 판매자가 제조업체와 협업해 공동구매 형식으로 물품을 판매하거나 자체 제작 또는 판매자가 직접 선별한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품 중에서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질병 예방과 치료효과를 표방하는 등의 허위, 과대광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 인진쑥 추출물 100%로 광고해 온 '블리블리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 제품. 출처=임블리 홈페이지 캡쳐

예를 들어 ‘먹는 콜라겐’의 경우 ‘이너뷰티’라는 단어로 포장해 주름개선과 항노화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식약처는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켓에서 다이어트, 헬스, 이너뷰티 등을 표방하며 판매되는 식품들을 대상으로 오는 5월 31일까지 집중적인 수거와 검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식중독균과 비만치료제, 이뇨제 등 의약품 성분까지 철저하게 검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SNS 마켓 피해가 많아지자 판매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SNS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신고나 허가를 받고 등록한 회사 대 소비자의 거래가 아닌,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로 분류되기 때문에 전사상거래법 적용도 어렵다.

임블리처럼 사업 규모가 커진 인플루언서는 주문과 결제를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담당하고 제품 홍보는 인스타그램에서 따로 담당하고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사업자나 1인 사업자는 주문부터 결제까지 오직 개인 SNS나 마켓블로그를 통해 이뤄지고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

SNS 마켓 규모가 커지는 만큼 판매자들에 대한 규제와 피해 소비자들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 몫이다. 판매자들은 인플루언서라는 자신의 유명세를 제품 홍보에만 이용할 것이 아닌 판매자로써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또한 판매는 하지 않고 돈을 받고 홍보만 하는 인플루언서들도 소비자가 직접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임블리 사태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지만 SNS 마켓은 무조건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피해를 입는 개인 SNS 마켓 판매자도 생겨나면서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 관계자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쇼핑몰은 대부분 그 사람만 보고 믿고 구매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SNS에 시작된 쇼핑몰들이 대체로 소비자 갈등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명하게 운영되던 개인 SNS 마켓 판매자 역시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어느 정도의 법적 장치가 있어서 소비자도 보호하고 무분별한 유통구조도 정리되면 임블리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