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칼라일 그룹 초청 대담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기존 산업의 틀이 깨지면서 전통의 강자 'GM'과 '포드'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피아트'와 '르노'는 합병에 나섰고, 현대차 역시 선택의 기로에 놓일지 모른다. 이에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 새 리더로 올라선 정 부회장의 신년사에는 ‘더 잘하자’ ‘매출 극대화’ ‘이익 창출’과 같은 상용구는 나오지 않았다.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핵심 키워드로는 ‘소통’을 제시했다.

지난 22일 진행된 칼라일 그룹과의 대담에서는 정 부회장이 생각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제시됐다. 그는 '자율주행' '전장화' '공유차' 등 미래 차 시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현대차는 물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핵심 계열사들은 이미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한 정의선의 행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전장화와 외부기술 수혈, 공유차 시대 준비, 소프트웨어 강화 전략 등 미래차 시대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 레벨4 자율주행시스템을 갖춘 현대모비스 시험차. 사진=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 모빌리티 역량 강화…SW·핵심부품 집중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위해 '철저히' 미래 기술에 집중하는 회사로 방향을 잡았다.

하드웨어의 강점을 살리고, 소프트웨어 부문 강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완성한 ‘모빌리티 플랫폼’을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에 제안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제동·안전 등 하드웨어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고, 소프트웨어 부문은 자체 역량 강화, 협업, 그리고 M&A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잡았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의 4배 수준인 4000명으로 확대한다. 인도연구소와 베트남 분소는 소프트웨어 전문 글로벌 연구 거점으로 확대·운영한다.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서는 KT와 손잡았다. 5G 통신망을 바탕으로 ▲실시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기술 ▲차량 사물 간 통신(C-V2X) 기술을 연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 사물인식, 행동패턴 분석 기술 확보는 중국 스타트업 '딥글린트' 지분 투자를 통해 얻을 계획이다. 딥글린트의 시스템은 50m 거리에서 10억 명 중 한 사람의 얼굴을 1초내에 판별해 낼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6월에는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8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자율주행용 차량이 센서를 통해 외부 객체를 인식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자율주행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러시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사업자 얀덱스(Yandex)와 함께한다. 얀덱스는 자국 내 차량공유 서비스(Car-Sharing) 분야 3위, 호출형 차량공유 서비스(Car-Hailing) 분야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별도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이노폴리스와 스콜코보 2개 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글로비스

■ 현대글로비스, '공유차 경제' 집중…적극적 'M&A' 의지

지난해 4월 현대글로비스는 2025년을 목표로 '산업 내 차량 공유 경제 사업' 즉 카셰어링(Car Sharing) 사업에 집중하고, IT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1차적으로 국내 차량 공유 사업에 진출하고, 자사의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완성차 탁송을 비롯해 ▲A/S부품 ▲중고차 사업 역량을 ‘AI’ ‘IoT’ 등과 연계해 국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역량 극대화를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기업과의 M&A,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

▲ 현대트랜시스가 새로운 비전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창조적 리더 (Creative Leader for Mobility Innovation)’를 선포했다. 사진=현대트랜시스

■ 현대트랜시스, 미래 플랫폼 기술 확보

현대트랜시스의 움직임도 바쁘다. 올해 초 현대파워텍과 현대다이모스의 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이 회사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창조적 리더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라인업 확장, 자율주행시트 통합 기술 등 미래 플랫폼 기술 확보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기존 내연기관 변속기 풀 라인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전동화 구동 시스템 모듈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트프레임 메커니즘, 안전, 스타일링, 시스템제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차용 시트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