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24 매장에 진열된 아임e 제품.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이마트24(대표 김성영)가 최근 잇따른 대내외적 난관에 부딪힘에 따라 그간 보여 온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이마트24는 올해 초 내세운 매장 출점 수 목표를 견지하는 등 짐짓 담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각종 과제를 헤쳐나갈 묘수를 찾는데 적잖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24, 작년 매출 증가폭 50% 상회…원동력은 ‘매력적인 가맹 조건’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이마트24 매출액은 전년동기(6841억원) 대비 51.8%나 증가한 1조38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517억원)보다 23.4% 개선된 3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격적으로 출점하는 등 지출 요인으로 매출원가가 전년(5691억원) 대비 52.9% 가량 증가한 8700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다.

이마트24가 지난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창업희망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가맹계약 조건을 갖춘 점이 꼽힌다.

이마트24는 타 브랜드와 달리 예비점주와 협의해 영업시간과 휴일 운영을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GS25의 경우 24시간 운영 또는 17~24시간 범위 내에서 운영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또 가맹점이 본부에 고정적인 브랜드 이용 수수료(로열티)를 내지 않는 대신 매출액의 15%를 매달 수수료로 지급하는 ‘성과공유형’ 창업 방식을 내놓았다.

24시간 매장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던 데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본사에 지급해 지속 가능한 영업을 도모할 수 있는 점은 출점 유도책으로 작용해왔다. 가맹점은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같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직영점을 포함한 이마트24 매장 수는 2015년 말 기준 1058개에서 작년 말 기준 3707개로 3년 만에 3.5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장 수를 기준으로 이마트24보다 한 순위 앞선 세븐일레븐이 7568개에서 9555개로 1.3배 늘어난 점과 대조된다.

가맹업계 관계자는 “타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다 계약기간이 종료되거나 개인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사장님들이 업종변경을 신청하고 기존 가게가 있던 자리에 이마트24를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24는 이 같은 강점을 토대로 주요 상권에 속속 투입돼왔다”며 “이마트 브랜드 제품을 대형마트보다 가까운 매장에서 간편히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이마트24 입지를 넓힌 요소”라고 덧붙였다.

▲ 이마트24 매장에 진열된 아임e 제품.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소상공인, 이마트24 급성장에 제동…상품 경쟁력 약화도 걸림돌

이마트24의 급성장에 상권이 침해될 우려를 느낀 일부 소상공인들은 출점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달 5일 이마트24가 출점 제한 자율규약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들이 이마트24 공세에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원배 연합회 회장은 “이마트24 등 대형 유통사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탈로 많은 동네 수퍼마켓들이 생존권을 박탈당했다”며 “이마트24는 당장 부자비한 출점을 중단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마트24가 소상공인 반발로 출점에 어려움을 겪는 점은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매장 수를 확보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마트24는 매출과 비용의 합이 0이 되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매장 수를 6000개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기준 이마트24 매장 수는 3943개로 목표에 이르기 위해 지금보다 52.2% 가량 늘려야 한다. 올 연말까지 5000개를 세운 다음 내년 말까지 6000개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행 여부는 현재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출점에 제약이 있을 경우 기존 점포의 매출을 끌어올림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상품 경쟁력이 낮은 점도 이마트24에 악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앞서 타 편의점 브랜드와 차별되는 강점으로 앞세워온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들을 매장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이마트가 2016년 8월부터 동일한 상품들을 취급하는 노브랜드 매장을 출점하면서 이마트24를 둘러싼 근접 출점 논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중복 상품으로 발생한 구설을 막기 위해 이마트 PB제품을 모두 철수시킨 대신 자체 PB상품을 선보였다.

작년 10월 ‘민생라면’을 첫 상품으로 PB ‘민생시리즈’를 출범시켰다. 민생시리즈는 기존 판매가의 40~50%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갖춘 제품을 표방하는 브랜드다. 이마트24는 이후 김, 황사마스크 등 각종 품목을 시리즈 상품으로 내놓으며 고객 호응을 얻었다. 상품 가운데 민생라면은 올해 2월부터 1봉지 당 가격이 기존 550원에서 390원으로 인하된 뒤 3주만에 100만개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너무 낮은 가격으로 인해 가맹점에 떨어지는 마진이 적어지자 일부 가맹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부 고객들에게는 노브랜드 못잖은 가성비 우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인지도가 뒤쳐져 고객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만 아직 인지도가 낮은데다 고객을 끌어들이더라도 수익을 늘릴만한 상품군은 타 브랜드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종로구 소재 매장의 점주 A씨는 “민생시리즈는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상품성을 갖춰 고객 발길을 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객단가가 낮다보니 1인 가구 등 주 고객층들이 모여사는 곳의 점포는 약간 타격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GS25나 CU에 비하면 상품군이 부족해 방문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수요를 늘리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이마트24가 PB로 입지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객단가 높은 상품을 적극 입고해 점주 수익성을 높일만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업계 “이마트24, 그룹의 유통·상품 역량 활용하고 사회적 가치 구현해야 성장”

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성장하기 위해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상품 관련 역량이 적극 투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밖에 타 프랜차이즈와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적 요소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마트24는 모그룹 신세계의 머천다이징(상품화계획) 경쟁력과 고유의 여유로움이나 문화를 갖고 있는 등 강점을 지닌 브랜드”라면서도 “비교적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 전략의 수익성은 아직 정착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모든 편의점 업체가 비용 상승, 규제 강화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고 동종 브랜드 뿐 아니라 이커머스, 대형마트 등 업계 간 경쟁도 벌어지는 형편”이라며 “이마트24는 지역사회에 밀착한 사업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 획기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편의점업계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24는 성장가도 앞에 놓인 일련의 과제들을 인지하고 PB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이와 함께 출시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 등 마케팅 활동에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투자비를 절감해 점포 최초 설립 시 평당 비용을 낮추는 등 가맹사업자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등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마트24는 본사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점포 당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큰 방향성으로 두고 있다”며 “민생시리즈로 고객 관심과 수요를 이끌어낸 뒤 다양한 차별화 상품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돼 구매하도록 하는 등 다각적인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