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정부는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 개원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곳은 252개소로 요양병원(2970개) 중 8.5% 수준이다.

사무장병원은 주로 비 의료인이 면허를 가진 의료인을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형이 다양하다.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형태로 운영하게 된 주요 원인은 병원 간 경쟁심화에 있다.

▲ 출처=국민건강관리공단

특히 신규 개원한 병원의 경우 대출받은 자금을 가지고 병원을 설립할 수 없어서 건물을 가진 건물주와 동업을 해서 병원을 차리거나, 기초자금이 부족해 투자자와 동업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출과 리스를 통해 대부분의 시설을 구입하기 때문에 지인 또는 가족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병원 개원 이후에도 요양병원이 포화상태에 있어 병원 간 경쟁이 심해져 환자유치에 온갖 수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대형병원과 협력기관 제휴를 맺어 요양병원으로 환자를 전원 시키거나, 정부 의료정책을 악용하는 사람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들도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질병치료가 아닌 생활과 요양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일명 사회적입원 환자까지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면서 의료급여지출과 국가 재정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 출처=국민건강관리공단

병원을 설립한 모 병원장은 “병원을 개설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는데 대출금, 리스, 기타 외상매입으로 개원해도 의료 인력이 최소 6개월 이상 빚으로 운영을 감당하는 만큼 초기 병원 운영이 힘들다”면서 “또한 병원 간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 요양병원, 포화상태에도 노인요양 수요는 지속 증가…정부의 움직임은?

요양병원은 정부의 공급 확대정책에 따라 시설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 인력을 양적으로 크게 늘리면서 무리한 시설확장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기관수는 1529곳으로 2018년 690곳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이처럼 요양병원 수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지만 폐업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체 200병상을 기준으로 연면적이 4,958㎡(1500평) 규모가 필요한데, 해당 규모의 임대보증금이 막대하다”면서 “이에 따라 시설자금투입과 임대료 지급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병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리한 시설투입으로 회생계획인가 신청을 한 요양병원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2000년도 초반에는 요양병원 공급확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회생을 신청하는 병원이 확대돼 사기업이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양적인 공급확대가 부작용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로 보바스병원은 이사장이 특수관계인들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병원을 보증인으로 세웠다가 거액의 보증채무가 발생한 결과 지난 2017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보바스병원은 호텔롯데 측이 해당 병원에 무상 출연한 자금을 바탕으로 채무를 모두 상환해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병원업계 관계자는 “요양병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노인인구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질적인 시설투자와 서비스 수요가 더욱 증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2014년에 발생한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으로 시설안전 현황과 간병 인력부재 문제가 더욱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요양병원의 시설기준을 강화하고 당직의료인을 증원하도록 했다. 2017년 정부는 요양병원의 당직 의사는 300명까지 1명, 300명을 초과할 때마다 1명을 추가하도록 정했고 간호사는 80명까지 1명, 80명 초과하는 인원수마다 1명을 더 추가토록 했다.

▲ 출처=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이와 함께 정부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무장병원 단속도 강화 중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무장병원은 사기죄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병원의 개업비용 투입 정도와 직원고용, 자금관리 주도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무장병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병원 투자에 필요한 △건물 매수 또는 임차 △병원 인테리어공사 △직원고용(의사, 간호사, 원무과직원 등) △의료기기 및 병원비품 구입 △수익금관리 등 제반사항을 고려한다는 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급여조사부 관계자는 “비 의료인이 의료법인에 투자가 어느 정도 개입을 했는지는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없고 개별 사례별로 검찰의 판단에 따라 기소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는 사무장병원을 사전예방으로 전환하기 위한 관리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6년 10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개설 신고 수리 시 의심되는 기관을 신고하도록 불법개설의심기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공단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특사경이 만들어진다면 공단이 수사 권한을 남용할 수 있고 국민의 인권 침해현상도 일어날 수 있어 현재 반대하는 여론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요양병원의 서비스수준을 높이기 위해 올해 요양병원 수가체계를 개편했다. 해당 개편안은 장기입원 환자를 줄이고 요양병원의 환자유인 행위를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5월 제 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구고령화 추세에 따라 요양병원과 요양병원의 병상수, 연간 입원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급성기 치료 이후 일정기간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들의 입원을 보장한다는 요양병원의 취지와는 달리 입원의 필요성이 낮은 환자들이 장기입원하고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측은 “일부 요양병원에서 환자안전관리 소홀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한 환자유인행위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면서 필요성이 낮은 경증환자의 장기입원과 병원의 본인부담금 할인행위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일당정액수가를 입원환자 별로 크게 7개 군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금액이 책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학적 입원 필요성에 따른 분류와 돌봄 필요성에 따른 기능적 분류(의료최고도-고도-중도-경도)가 혼재돼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입원환자 분류체계를 의학적 입원 필요성에 따른 단일기준으로 정비(의료최고도-고도-중도-경도)하고 의학적 분류군에 속하지 않지만 일정기간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본인부담금을 차등해 입원토록 하는 ‘선택입원군’으로 통합했다.

또한 기존에는 181이상 입원하는 경우 입원료의 5%(1일당 약 1010원), 361일 이상을 입원하는 경우 입원료의 10%(1일단 2020원)을 수가에서 차감하고 있지만 181일과 361일 사이에 271일 구간을 신설해 수가를 더 차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장기입원 환자는 271일 이상 10%, 361일 이상(1일당 약3030원)이 차감된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이 서로 환자를 주고받으며 장기간 입원시키려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요양병원에 한해 입원이력을 누적관리하고 입원료 차감기준을 연계하기로 했다.

요양병원의 본인부담상한제 사전급여의 경우 요양병원에 지급하던 것을 환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했고, 본인부담금 최고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도 요양병원에 지급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게 직접 환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요양병원 환자가 지역사회로 조기 복귀 할 수 있도록 연계 서비스를 진행하고 지역사회 복귀가 가능한 환자는 퇴원지원표준계획(일명 케어플랜)이 진행 예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발표한 수가체계 개선방안은 올해 3분기 내로 개정 고시안이 발표되고 2019년 10월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