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비트코인의 시세가 연일 상한가입니다. 시세 1000만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업계 및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의 겨울이 끝나고 제2의 전성기가 왔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은 지켜봐야 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호황의 의미를 필요이상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발판은 마련됐다
비트코인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초 360만원대에 갇혀 있었으나 4월 초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 1000만원 돌파를 앞두고 다소 주춤거렸으나 이내 마지막 심리적 관문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28일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를 비롯해 코인원, 빗썸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103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추가 탄력만 받으면 꿈의 2000만원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비트코인 봄날의 원인은 다양하게 거론됩니다. 우선 생태계 강화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부 공식 취업 포털에 암호화폐 전문 법률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고 이더리움이 기존 채굴형 증명방식에서 지분 증명방식으로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마쳤습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초 디지털 에셋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된 로드맵을 가동하며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에 돌입하는 점도 호재로 꼽힙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도 속속 합류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글로벌 코인이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이키와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나섰습니다.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는 한편 블록체인 업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전무는 13일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를 통해  “블록체인은 신기술의 활성화를 주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스타트업과 관련 산업에 ‘기회의 땅’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도 한 칼이 있습니다. 그라운드X를 통해 강한 동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카카오톡 플랫폼 5000만 사용자, 클레이튼 파트너사들의 사용자 4억명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블록체인 서비스 무엇을 쓰고 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없다고 대답한다. 블록체인 업계가 아직은 초기라는 뜻”이라면서 “일반인도 블록체인의 가치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우리의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 클레이튼의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네이버도 관련 동력을 모으고 있으며, 업비트는 두나무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이 별도 법인으로 분사되며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루니버스 2.0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루니버스는 체인환경 개선에서는 성능 강화, 높은 안정성, 편리한 개발환경을 보장하고 사용성 고도화에서는 편리한 유저 계정관리, 실시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동 사인 대행, 유저정보 백업 및 관리 지원을 지원한다는 설명입니다. 보안에서는 스마트 컨트랙 안정성, 데이터 프라이버시 준수, 비용 절감에서는 부담없는 가스비, 사용량에 따른 효율적인 자동증설을 실현했습니다. 즉,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모두 스펙트럼이 커졌습니다.

▲ 람다256의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시장이 성숙해진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반 암호화폐 호황기 당시, 업계는 늘어나는 몸집과 달리 내실을 다지지 못했습니다. 블록체인의 탈 중앙화 하나만 믿고 무조건적인 맹신이 쏟아졌으며 암호화폐에 대한 뚜렷한 인식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자 '흙수저 탈출'을 위한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블록체인에 있어서는 탈 중앙화만큼 마이크로 레코드(세밀한 기록) 등 다양한 기능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탈 중앙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업계가 대답을 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마이크로 레코드 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곳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스테이블 코인 가능성이 관심을 받는 한편, 블록체인 등에서는 퍼블릭보다 프라이빗을 중심으로 의미있는 성과도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 타진은 디앱의 등장과 토큰 이코노미 로드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고객이 활동하면 그 대가를 토큰으로 제공하고,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창출하는 전략입니다.

▲ 암호화폐 시세가 오르고 있다. 출처=갈무리

캐리 프로토콜이 눈길을 끕니다. 업비트 상장에 이어 SK플래닛과 카카오 출신의 김웅, 정용준 어드바이저를 영입한 캐리 프로토콜은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의 결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데이터 권한을 돌려준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상해봅시다. 우리가 커피 전문점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구입해 돈을 지불하고 포인트 적립을 받았다면, 커피 전문점은 특정 고객이 몇 시에 어떤 커피를 구입했는지 인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데이터는 사실상 버려지고 있습니다. 캐리 프로토콜이 주목한 곳이 바로 여기인데요. 캐리 프로토콜은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올려 일종의 자산으로 활용합니다. 이후 토큰 이코노미가 진행됩니다. 만약 발생된 데이터를 고객이 익명을 전제로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고객에게 토큰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프로토콜도 흥미롭습니다. 왓챠의 자회사인 콘텐츠 프로토콜은 콘텐츠 공급자가 더 우수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콘텐츠 평가 및 감상 데이터를 분석해 자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OTT 플랫폼 상에서의 시청자 감상 패턴과 취향까지 분석해 타깃 시청군을 설정하고 제작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자세하게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설명입니다. 블록체인 특유의 세밀한 기록을 바탕으로 가능한 작업입니다. 모빌리티 블록체인을 표방하는 MVL(엠블)의 MVL 파운데이션도 재미있습니다. 모빌리티에 블록체인을 결합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디앱은 토큰 이코노미를 바탕으로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의미없이 버려지던 데이터를 세밀하게 확보해 플랫폼을 키우고, 그 대가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은 탈 중앙화 일변도의 블록체인 전략을 다양화시키는데 성공시켰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변화와 성숙한 시도들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시장의 호재로 작용했고, 이는 비트코인 시세 상승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 암호화폐 시세가 오르고 있다. 출처=갈무리

입증할 수 있는가
다양한 호재가 쏟아지고, 시장이 성숙되는 한편 아직 초반이지만 디앱과 토큰 이코노미의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습니다. 테라와 같은 핀테크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도 등장하고, 그 연장선에서 생태계 자체가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암호화폐는 세상을 석권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시장의 성숙도가 완전히 여물지 않았다는 점과 디지털 자산 스스로 자기의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1차 전성기를 연상하게 합니다. 지금의 2차 전성기는 1차와 달리 많은 것이 달라졌으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여전히 시기상조입니다. 반짝 전성기에 그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후자가 더 중요합니다.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는 자기의 실력을 완전히 입증했을까요?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 중심의 시세 상승과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암호화폐 시세 상승은 비트코인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지면 전체 알트코인의 시세가 떨어지고, 반대로 올라갈 때 동시에 올라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1세대 암호화폐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포함한 새로운 알트코인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를 두고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상적인 발전의 방향성을 고려하면 '아직도 비트코인이 전체 암호화폐 시세를 주도하는 현상'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관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의 가치가 제대로 숙지되지 않았고, 여전히 암호화폐가 돈이 된다는 생각만 강하기 때문에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무조건적인 '집중'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가 토큰 이코노미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사실 토큰 이코노미가 가동해서 비트코인 시세가 올랐다는 전제 자체가 어렵습니다. 채굴에 따른 비트코인 생성과 달리 토큰 이코노미는 메인넷을 기반으로 뿌려지는 구조며, 둘은 개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성숙하며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가 들썩일 수 있으나, 이는 비트코인 중심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실물경제가 불투명해지면 디지털 자산에 관심이 집중된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이는 암호화폐가 어엿한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증명이지만, 역시 암호화폐 본연의 가치가 증명된 장면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를 보십시요. 사람들이 이를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든든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지, 이 것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암호화폐가 새로운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그냥 돈을 벌 수 있는 또 다른 대안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중앙집중형 거래소의 사고와 각종 폰지사기 등, 다양한 악재도 여전히 있습니다. 토큰 이코노미의 핵심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다르게 생각하는 정부의 입장도 변함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번 시세 상승이 '가즈아 정신'에 입각했다는 말도 나오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결국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모두 아직은 시작이며 성숙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디지털 자산은 '돈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가치는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2000만원, 3000만원을 넘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앱 생태계가 강력한 토큰 이코노미 실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한계도 명확하고 시장은 불안정합니다. 우리가 이른 봄날의 향기에 취해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력한 비전은 존재하며, 우리는 그 비전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