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개정 전의 후견제도와 비교해 여러모로 진일보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후견인의 전문성’을 담보하고 ‘후견인의 권한남용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전편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개정 전 민법에 따른 후견제도에서는 후견인이 될 수 있는 자와 그 순위를 법률이 정하고 있어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함에 있어 더 적합한 사람이 후견인으로 선임되지 못하거나 후견인을 감독해야 할 친족회가 제대로 성립, 운영되지 않아 후견인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사건본인에게 해악을 가해도 아무런 감독·제재도 가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과거 후견제도가 널리 활용되지 못한 이유도 일단 후견인이 선임되고 나면 아무리 후견인이 무능하고 나쁜 의도로 후견인을 대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어 섣불리 후견청구를 하기 꺼려진다는 측면이 컸다.

그에 반해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을 과거처럼 사건본인의 배우자, 자녀, 부모 등 친족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후견인의 역할을 할 친족이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할 능력이 떨어지거나 가족들 사이에 이해관계 다툼이 심해 그 중 어느 친족 하나를 후견인으로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등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활용도가 낮기는 하지만, 관리해야 할 재산이 많지 않고 사실상 무연고에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체단체 등이 공공후견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편, 후견이 개시된 이후 후견인은 후견 심판문에 기재된 후견 사무의 범위에 따라 사건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가정법원의 명령이 있을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혹은 부정기적으로 재산목록보고서와 후견사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과거 후견인이 실체도 없는 친족회로부터 형식적으로만 감독·제재를 받았던 것과 달리 현행 성년후견제도 하에서의 국가는 후견인의 권한행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후견인이 사건본인의 재산과 신상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후견인을 감독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제도로는 민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후견감독인 제도를 들 수 있다. 후견감독인 제도는 가정법원이 필요에 따라 혹은 청구권자의 청구에 의해 이를 선임할 수 있는데(민법 제940조의 4), 후견인과 달리 후견감독인은 반드시 선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후견인의 가족은 후견감독인이 될 수 없다는 점(민법 제940조의 5), 후견인의 권한 중 사건본인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큰 행위에 대해서는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점(민법 제950조 제1항), 후견인과 사건본인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에 관해서는 후견감독인이 사건본인을 대리한다고 한 점(민법 제940조의 6 제3항) 등을 고려해 보면 후견감독인은 가정법원이 항시적으로 후견인을 감독하지 못하는 공백을 메워줄 뿐 아니라 후견인을 견제하는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은 후견감독인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실무적으로 어떠한 개선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개정 민법을 통해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이전의 후견제도와 달리 친족이 아니더라도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후견인 선임을 통해 사건본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산 관리와 신상보호를 도모하고 법원 및 후견감독인을 통한 감독과 통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가족들은 안심하고 후견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후견제도 정비 후에도 성년후견제도는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어 이를 살펴보자면, 우선은 후견제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성년후견심판 청구를 고려하는 가족들은 후견심판 청구를 ‘가정의 울타리 내에서 치매 걸린 부모, 발달장애 있는 자녀를 돌봐야 할 책임을 제3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인식해 그 자체를 쉬쉬하며 포기하거나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하면서도 크게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후견심판 청구는 어떤 의미에서는 오롯이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을 국가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통해 사건본인의 복리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향적으로 후견심판 청구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년후견제도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제도적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저소득층에게는 공공후견인제도의 확대를 통해 빈부 차에 따라 성년후견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치매관리법 등에서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한 상태이므로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이를 활성화하는 절차가 남았다.

이렇듯 성년후견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사라지게 된다면, 자연스레 후견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전문가들도 많이 양성되고 선진국들의 사례처럼 정신이 온전할 때 노후를 대비해 미리 자신을 위한 후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장래에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