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은 감소하고 손실은 늘어나고. JC 페니가 이제 지난 10년 간 소홀히 해온 교외의 중년 주부들을 되찾아 오기 위한 승부를 걸고 있다.   출처= Multichannel Merchan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주리 주에 사는 43세의 주부인 크리스티 모리는 JC 페니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를 여성용 제품 코너로 안내하지 마라. 그녀는 그곳이 이미 흔해 빠진 줄무늬 셔츠와 몸에 맞지도 않는 카프리 바지(7부나 8부 길이의 여성용 바지)만 가득한 쓰레기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세인트루이스의 한 보험회사 영업사원인 모리는 "그들(백화점)은 내 또래의 여성들은 어떤 스타일이나 개성도 없으며 그저 조용히 노후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다른 많은 동종업체들과 마찬가지로, JC 페니도 자신의 가장 충성스러운 고객인 중년의 중산층 주부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소매업체들이 밀레니얼 광풍에 휘말려 그들에 맞게 매장을 바꾸고 그들이 선호하는 최신 브랜드 제휴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모리 같은 전통적 충성 고객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결국 회사의 수익률 감소까지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지난 주에는 주부들과 밀레니얼 사이를 갈팡지팡 해온 JC 페니와 콜스(Kohl’s) 같은 전통 백화점들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고, 이번 주에는 그나마 중년 직장 여성들이 드나들었던 여성의류 전문매장 드레스 반(Dress Barn)이 650개 매장 전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의 컨설팅 회사 리테일 닥터(Retail Doctor)의 밥 피브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회사들은 너무 바빠 자신의 주 고객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그동안 잃어버린 최고 충성 고객들은 주부들일까, 밀레니얼들일까?”라고 반문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 않는 곳의 쇼핑 경험은 곧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그곳에 가 봐야지, 그곳이 예전엔 좋았으니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은 경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고 인정한다. 임금은 나아지지 않고 불평등이 커지면서 중산층 미국인들은 의류와 가재에 쓸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백화점에 가는 대신 월마트, 타깃(Target), TJ 맥스(T.J. Maxx) 같은 슈퍼체인으로 옮겨갔다.

캐나다 시어스 CEO를 지낸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소매업 연구소장 마크 코헨은 "럭셔리 소매업체나 할인점들은 나름 잘 운영해 나가고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소매업체들이 사지를 헤매고 있다. 그런 상황이 조만간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관세가 이들 어중간한 소매업체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JC 페니, 콜스, 메이시스(Macy’s)의 경영진들은 지난 주, 화장품, 핸드백, 가죽 재킷과 같은 상품들에 25%의 관세를 지불하면 이윤이 더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시에, 돈에 쪼들리는 소비자들은 식료품, 화장지 같은 생활 필수품들에 돈을 쓰느라 옷이나 신발에 대한 소비를 줄일 것이다.

콜스의 브루스 베산코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콜스 백화점 판매 상품 중 20% 이상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이라며 “관세 인상은 회사의 총이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연구 컨설팅 회사 트레이드 파트너십(Trade Partnership)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관세를 25%로 인상하면 미국 가구는 일용품에 대해 연간 767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머지 모든 중국 수입품에까지 관세를 확대하면 가구의 부담은 평균 연간 2389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매출은 감소하고 손실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JC 페니는 이제 지난 10년 간 소홀히 해온 교외의 중년 주부들을 되찾아 오기 위한 승부를 걸고 있다. 가장 최근의 분기에 이 회사의 매출액은 5.6% 감소했고, 손실은 1억 54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콜스 백화점도 최근 분기 매출이 약 3% 감소했다.

▲ 오랫동안 JC 페니와 콜스를 애용해 온 중년 주부들은 ‘우린 결코 할머니처럼 옷을 입지 않는다’고주장한다.    출처= Fashion Belief

JC 페니의 고민은 1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회사는 애플 소매업 책임자인 론 존슨을 영입하며 매장 쇄신을 기대했다. 그는 쿠폰 제도를 없애고 지루한 느낌을 주는 매장을 리바이스(Levi’s)와 이태리 버팔로(Buffalo)의 아이 진스(I Jeans)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채우며 더 섹시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실패였다는 것을 알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매출은 30%나 감소했고, 오랫동안 JC 페니를 찾았던 고객들은 매장을 떠났다.

17개월 만에 론 존슨을 해고하며 지난 8년 동안 4명이 JC 페니의 CEO 자리를 거쳐갔다. 그들은 쿠폰 제도를 다시 부활하고, 미용실에 재투자하고, 밀레니얼 고객들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마침내 지난해 여름, JC 페니는 20대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끝났으며, 이제 중년의 주부들에게 초점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JC 페니의 공급체인 담당 부사장 마이크 로빈스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길을 잃고 있었다. 우리의 핵심 고객에게서 눈을 돌렸다"고 시인했다.

JC 페니는 현재 500개의 신규 매장을 새로 열고 가전이나 가구 위주의 백화점 매장을 의류매장으로 교체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새 CEO로 질 솔토우를 영입했다. 그러나 아직 회사의 새 전략은 발표되지 않았다(그녀는 지난 주 실적발표회에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2사이즈를 입는 모리는 이 회사의 그런 노력, 특히 플러스 사이즈와 여성용품 코너에서의 변화에서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몸무게를 감량하기 전까지 모리는 16사이즈를 입었는데, 매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기가 힘들었다. 회사가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승자인 애슐리 넬 팁튼(Ashley Nell Tipton)과 제휴해 큰 사이즈의 멋진 옷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 밀레니얼들을 위한 옷들이었다. 모리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제깅스나 항공 재킷 같은 옷들은 그녀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들은 오직 젊은 고객들만을 상대로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봐, 여기 볼품없는 녹색 가방이나 당신에게 어울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요.”

요즘도 그녀는 JC 페니에서 쇼핑을 한다. 주로 11살과 14살의 아이들 옷을 사기 위해서다. 그녀는 그 옷들이 잘 만들어졌고, 종종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옷은 거의 드레스 반에서 산다. 그런데 이제 드레스 반도 없어지게 돼 자신의 옷을 어디서 사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하루 종일 일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지요. 게다가 살림도 빠듯합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중년들을 위한 마땅한 중간급 매장이 다 사라지고 있어요.”

피닉스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는 할리 레도 이에 동의한다. 오랫동안 JC 페니와 콜스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거의 온라인으로만 옷을 구입한다고 말한다. 백화점은 유행에 뒤떨어지고 볼품없는 ‘의류 쓰레기장’이 된 지 오래다.

“아이들은 다 자랐고 내 나이 56세지만 여전히 반바지와 카우보이 부츠를 입고 춤 출 수 있답니다. 우린 결코 할머니처럼 옷을 입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