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행정명령을 통한 제재 방침은 180일의 유예기간을 줬으나 미국 기업들은 물론 유럽의 기업들도 속속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는 가운데 그 후폭풍을 두고 업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국내의 삼성전자는 표면적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큰 틀에서는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궁지에 몰린 화웨이
28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창립 이래 초유의 위기와 직면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미 대만의 통신사들은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화웨이가 자체 운영체제 훙멍 카드를 빼들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인텔 및 퀄컴 등 칩과 부품 업체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장면은 더 심각하다. 여기에 영국의 암도 화웨이 거래 중단 방침을 결정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암은 반도체 설계 업체며 시장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최강자다.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모바일 AP들이 암의 설계에 기반에 만들어지고 있으며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암이 화웨이와 거래를 차단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조짐이다. CNBC는 2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라인 스토어에서 화웨이 노트북인 메이트 판매 중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도 화웨이 제품 배제 방침을 정했다.

다만 일본 파나소닉, 도시바를 비롯해 대만의 TSMC는 거래 유지 방침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도시바는 지난 23일 중국 공식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산 부품이 포함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시 중단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화웨이에 대한 모든 제품의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우리는 진출한 국가와 지역의 법과 규정을 지키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추진해 왔다”면서 "향후에도 기술을 기반으로 중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적은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대만 TSMC 역시 “화웨이의 16nm, 12nm, 7nm 칩 모두 TSMC 제품이다. 단지 미국 판매금지 조치 때문에 화웨이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식적인 성명을 통해 화웨이에 대한 공급 중단과 관련한 루머를 불식시켰다. 독일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온도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중단했다는 한 일본 신문 매체의 보도를 부인했다.

이들 기업들은 화웨이와 오랫동안 동맹전선을 구축했던 곳이며, 당장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글로벌 표준단체까지 화웨이 배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니케이아시아리뷰 등 주요 외신은 26일(현지시간) 와이파이연맹이 화웨이의 회원 자격을 일시 정지했다고 보도했다. 소형 저장장치인 SD 메모리카드 기술 표준 단체인 SD협회도 화웨이 배제 방침을 정했으며 일각에서는 블루투스 분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웨이의 어려움은 미중 무역전쟁의 일부분이며, 결국 각 국의 방침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는 물론 중국 드론 업체 DJI와 CCTV 업체인 하이크비전에 대한 압박도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화웨이의 위기탈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면, 자기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의외의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화웨이의 압박이 시작되며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의 분위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카드를 통해 화웨이 압박 카드를 꺼내자 중국에서 아이폰 불매운동이 감지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20일 자기가 9년 동안 사용한 아이폰 대신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매한 사진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는 "화웨이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사실상 아이폰 불매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로드맵에 일정정도 도움이 된다. 아이폰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갑자기 iOS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반사이익의 주된 논리가 되고 있다.

화웨이가 최신 안드로이드 접근을 차단당하면 글로벌 스마트폰 전략은 큰 타격을 받는다. 여기에 인텔과 퀄컴과의 거래 중단은 물론 암과의 결별은 사실상 스마트폰을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이 차단됨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도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4일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은 삼성전자에게 큰 호재”라면서 “소비자들은 화웨이 독자 운영체제 훙멍에 믿음을 가지기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 품질 논란으로 출시를 연기하는 악재를 만났으나, 전반적인 스마트폰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다”면서 “삼성전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때리기 정국에서 최대승자”라고 말했다. 신용평가기업 피치(Fitch)도 26일 "화웨이 고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의 어려움이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삼성전자가 화웨이 스마트폰의 전력 약화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가 나온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끝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지만, 최소한 스마트폰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다소 길어져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가 전제된다.

스마트폰에 집중해 미중 무역전쟁이 오래가야 삼성전자에게 이롭다는 논리가 나왔다면, 이는 갑작스러운 타결이 삼성전자에게 불리하다는 논리도 된다. 현실이 될 수 있다. 당장 구글이 화웨이에 대한 최신 안드로이드 접근을 막을경우 구글 스스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인텔 및 퀄컴도 큰 손인 화웨이를 잃으면 매출에 악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 내에서도 지나친 화웨이 배제에 따라 기술 발전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MIT 교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가능성에 집중했다. 그는 “화웨이를 배제함으로써 미국 기술 시장 혁신의 주요한 원천인 아이디어, 사람 및 제품들도 배제된다”면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미국의 소규모 무선 통신사들은 향후 몇 년 동안 네트워크 확장, 더 발전된 5G 기술로의 업그레이드 등이 제한될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롭고 더 좋은 서비스와 더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으나 오히려 미국 국민들이 더 고가의 세탁기를 구입하게된 쓰라린 기억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미국의 피해가 더 크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격적인 협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이유다. 만약 전격 협상이 시작되면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피해를 염려해 전격적으로 중국과 교섭에 들어갈 경우 화웨이 제재 방침이 풀리는 한편, 삼성전자의 짧은 반사이익도 끝날 수 있다.

심지어 화웨이 스마트폰의 글로벌 시잠 점유율 하락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시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쏠리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마트폰이 아닌,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를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차단하는 상황에서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간다면 미국의 방침이 부담스럽고, 거래를 차단하면 매출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화웨이 부품 공급 담당자들이 삼성전자를 찾아와 부품 공급을 읍소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가 어떤 길을 택하든 압박과 매출 감소 중 양자택일을 강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 추락...큰 그림 봐야
애플이 퀄컴과 분쟁을 벌이던 당시 애플이 5G 칩을 수급하지 못해 5G 아이폰을 제작하지 못하자 화웨이는 "우리가 5G 칩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강력한 네트워크 및 칩 설계, 나아가 글로벌 디바이스 인프라가 존재하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여유다. 그러나 이러한 화웨이의 자신감도 미국의 파상공세에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사실상 중국 기업과 유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화웨이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는 셈이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기업들은 큰 그림을 그리며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 스마트폰 동력이 꺾이는 것은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 스마트폰에도 기회가 될 수 있으나 부품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악재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수퍼파워가 벌이는 치열한 정치 및 외교, 군사 분쟁에 휘말리며 미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냉정한 상황판단이 주문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망 사업에서 화웨이가 배제되고 있으나, 당장 LG유플러스가 5G 장비 정국에서 화웨이 손을 잡은 것을 놓을 수 없으며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서 반사이익을 얻어도 부품 공급 등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이냐, 매출 감소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명확하게 하나의 방침만 따라가는 기계적인 대응은 오히려 피해가 커지는 지름길이다. 각 영역에 맡게 정무적 판단까지 동원하며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사업이 아닌 그룹, 나아가 전체 산업의 측면에서 미국의 화웨이 압박을 바라보면서 하나로 연결된 '피해 최소화'라는 키워드로 유연하게 국지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중 무역전쟁이 국내 기업에 유리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끝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오해받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이롭지만 부품 및 반도체 산업은 어려워진다"면서 "각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