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님이 얼마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기자들이 죄다 기사화 해서 곤욕을 치룬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분들과 댓글 논쟁을 벌이신 것도 기사화가 되네요. 사실 페이스북 같은 건 개인적인 건데 개인간 대화나 잡담 같은 것이 왜 기사화되죠? 프라이버시라는 게 없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인쇄할 가치가 있는 것은 뉴스(all the news that is fit to print)’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개인적 글의 내용이 기사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가 됩니다.

물론 대표님의 개인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기사화 했다면, 그런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는 공중의 큰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공중이 알 필요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자극적 흥미라는 것은 존재할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그것을 공중이 알아도 별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기사화는 적절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대표님의 페이스북 글이나 댓글 논쟁이 다수의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었고, 그로 인해 여러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면 일단 그 글은 기사화할 가치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단순한 프라이버시를 넘어 사회적 시의성, 저명성, 영향력, 이상성, 인간적 흥미 중 어떤 것이라도 한 두개 이상은 뉴스 가치에 해당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대표는 대표직에 있는 이상 최대한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습관을 유지해야 합니다. 대표이사는 기업을 대표해서 여러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해진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사업과 그 결과를 통해 주주와 임직원들에 대한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자, 주주, 임직원, 거래처는 물론 사회적 이해관계자인 정부, 국회, 언론 등에게도 성실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기업 대표의 모든 메시지는 일단 기사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자들이 그로부터 기사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기사화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기사 가치가 있음에도 기자들이 기사화하지 않을 경우는 없다 생각해야 합니다. 이 생각을 기반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관리하는 것이 자신과 회사를 위해 이롭습니다.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통한 기업 대표의 메시지는 언론 기사화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실린 메시지는 기사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십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정제되지 않고, 사적인 감정이 들어있으며, 술김에 나온 이야기나, 푸념 등을 적는 것이라 기사화 가치가 없다고 일부 대표님들께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오프라인과 다른 언론 취재 방식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기업 대표나 핵심 장관이 기자와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해 아주 중요한 정보를 흘리는 실언을 합니다. 해당 기자가 기사를 쓸까요? 쓰지 않을까요? 특종의 기회를 마다할까요?

식당에서 기자의 옆 테이블에 우연하게 앉은 유명인이 떠드는 자극적인 개인 사생활을 듣게 된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우연히 기자실 옆 쓰레기 통에서 얻은 기업의 비밀자료를 손에 쥔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길을 가다 고급 식당에서 나온 유력 인사들이 나누는 중요한 대화를 전부 듣게 되었다면 기자는 어떻게 할까요? 이런 경우 기자는 개인적인 내용이니 기사화 하지 말아야 할까요?

기업 대표에게 ‘오프 더 레코드(비 보도 전제)’란 개념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업 대표가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전달 메시지는 ‘온 더 레코드’ 입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더더욱 ‘오프 더 레코드’라는 진부한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업 대표께서 자의적으로 ‘온 더 레코드’와 ‘오프 더 레코드’를 나누려 하시기 때문에 어려운 것입니다. 세상은 이미 모든 것이 ‘온 더 레코드’입니다. 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