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심판은 성년인 본인이 혼자의 능력만으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울 때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본인 스스로가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대개는 가족들이 필요에 의해 청구를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부모가 치매 등의 이유로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본인 명의의 예금이나 부동산이 있어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특히 자녀 중 일부 혹은 제3자가 판단능력을 상실한 부모를 속여 부모 명의의 예금이나 부동산을 처분·유용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최근 들어 가장 전형적으로 성년후견을 많이 청구하는 유형에 속한다. 아무리 치매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성년후견이 개시되기 전까지는 혼자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녀 등 가족들로서는 부모의 치매 증상 악화로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하여야만 부모 명의의 재산이 엉뚱하게 처분·유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의사소통·사회생활은 가능할 수 있지만, 복잡한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고 부모가 사망한 후에는 후견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년후견을 청구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성년후견을 청구하는 것은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에 상관없이 본인 혹은 그 배우자, 4촌 이내 친족이면 누구나 가능한데, 성년후견심판을 청구인은 심판청구서를 작성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성년후견심판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이 때 청구인 입장에서 고민되는 것은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중 어떤 후견을 선택하고, 후견의 범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전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청구인이 어떠한 내용의 청구를 하더라도 법원은 그에 기속되지 않고 적정한 후견과 후견 범위를 직권판단하게 되지만, 심판청구 당시부터 후견의 범위를 너무 넓게 청구할 경우 법원으로서는 심리해야 할 범위도 넓어지는 만큼 가급적 후견 범위는 본인의 자율성과 능력을 존중해 필요 최소한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견인을 누구로 정할 것인가도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할 때 청구인이 고민해야 할 바인데, 대개는 다른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민법상의 후견인 결격사유(제937조)를 갖지 않는 가족 중 한 사람을 후견인 후보자로 정하면 된다. 그러나 가족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가족들로부터 독립적인 제3자 혹은 제3자의 기관이 후견인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성년후견 심판청구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법원은 직권 하에 가사조사, 정신감정, 당사자심문 등의 절차를 통해 심리를 한다. 우선 가사조사는 이혼, 상속 등 다른 가사사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사재판 특유의 절차로 가정법원은 사건 심리를 위해 가정법원에 소속된 조사관에게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명하고 조사관은 판사의 명에 따라 가족들 속으로 들어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파악한다. 가사조사절차를 마친 후 조사관은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판사에게 보고를 하는데, 판사는 당사자들의 주장과 입증자료, 조사관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성년후견의 종류와 범위, 후견인을 누구로 할 것인지 등을 정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후견인 지정과 관련해 이해관계인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서로 대립하는 경우에는 가사조사를 거쳐 이해관계인들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후견인 지정에 있어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신감정은 다른 가사사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성년후견 심판만의 절차로 법원은 본인의 진료기록 혹은 신체에 대한 감정을 통해 본인의 정신상태를 확인한 후 이를 토대로 어떠한 성년후견이 적합한지를 정하게 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 2 제1항 본문). 물론 법원은 법원이 정한 감정의에 의해 회신된 감정의 내용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이를 존중해 성년후견을 결정하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 신문 절차도 진행될 수 있다. 후견심판 절차는 본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이를 제한할지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본인의 진의를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의 정신상태가 법원의 심문에 임할 정도가 되지 않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법원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경우에는 진술청취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절차를 거쳐 성년후견은 마무리 되는데, 성년후견 사건은 이혼·상속 등 전형적인 다른 가사사건과 달리 심문기일을 여러 번 잡고 진행하지는 않고 사건 전에 법원이 청구인에게 준비명령 등을 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사전에 취합하므로 청구인은 이 과정에서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히 임함과 동시에 자신이 법원에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별도의 서면 등으로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으로 후견개시 후 후견인의 권한과 역할, 후견인을 감시하는 후견감독인 제도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후견제도 발전 방향에 대해 모색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