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D에서 강의하고 있는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처= TE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스페이스X는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오늘날 가장 뜨는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스페이스X에게 2018년은 가장 바쁜 한 해였다. 회사는 현재 인터넷 위성 편대와 화성행 로켓이라는 두 가지 대담한 투자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은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엘론 머스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지만, 스페이스X의 일상 운영을 감독하는 일은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그윈 쇼트웰의 어깨에 달려 있다. 머스크의 대담한 비전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쇼트웰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머스크의 뒤에서 그녀는 언제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로켓을 발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본디 큰 모험이다. 스페이스X가 230피트 높이(70m)의 발사체 하나를 우주에 날려보내기 위해 불을 붙일 때마다 수백만 달러가 걸려 있다. 2018년에 쇼트웰은 스페이스X의 상징 로켓 팰컨 9(Falcon 9)을 20회나 지휘했다. 또 세계 최강의 작전용 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도 선보였다.

그러나 이 회사의 최대 도박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스페이스X는 스타쉽(Starship)이라는 거대 우주선과 이 우주선을 싣고 날아갈 슈퍼 헤비(Super Heavy)라는 대형 로켓 시스템을 만들기를 원한다. 이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어떤 우주선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머스크는 언젠가 화성에 인간 식민지를 건설하는데 이것들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스페이스X는 초고속 인터넷을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천 개의 위성 개발도 초기 단계에 있다.

머스크와 쇼트웰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적어도 각각 100억 달러(12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런 아심을 품고 있는 스페이스X가 지난 1월에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6000명의 인력 중 약 10%를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X는 당시 감원을 발표하면서 "다른 조직 같았으면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손을 댔어도 파산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55세인 쇼트웰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녀의 억만장자 보스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항공우주 산업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상업용 로켓 회사의 최고 지도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스페이스X의 주요 고객인 위성회사 이리듐(Iridium)의 매트 데쉬 CEO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리스크테이커라면,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는 쇼트웰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로켓 발사 때가 되면 필요한 사람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까다로운 사업상 전화를 그녀가 도맡아 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논쟁을 유발시키는 사람인데 반해, 그 모든 논쟁의 뒷정리를 맡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그것이 그녀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상사를 관리하는데 아주 능숙하니까요.”

▲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이 운전석에 앉은 테슬라의 빨간 스포츠카가 지금도 우주 어딘가를 떠다니고 있다.   출처= 스페이스X

예를 들어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이 수년 간의 지연 끝에 2018년 마침내 발사대에 도착했을 때, 머스크는 로켓이 폭발할 수 있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은 로켓의 위대한 발사 장면을 목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본 가장 멋진 불꽃 놀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의 그런 발언이 스페이스X의 고객 중 한 명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쇼트웰은 팰컨 헤비에 고가의 통신위성을 탑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샛(ArabSat)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쇼트웰은 아랍샛 경영진들에게 "엘런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 비행이 시험 비행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무대를 꾸미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가능성이 50 대 50 정도로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발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들을 설득했다.

머스크와 일하는 것의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쇼트웰은 일관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엘런과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I love working for Elon).

그러나 쇼트웰도 리스크테이커로서 초보는 아니다. 그녀는 10년 동안 일했던 에어로스페이스 (Aerospace Corp.)의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스타트업 세계에 발을 디뎠다. 훈련받은 엔지니어인 쇼트웰은 스페이스X의 7번째 직원이자, 첫 사업개발 책임자가 되었다.

에어로스페이스의 스티브 이사코비츠 CEO는 쇼트웰과 머스크가 초기 자금 조달처를 찾기 위해 미 우주항공국(NASA)를 방문했을 때 NASA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스페이스X는 아직 궤도 안으로 로켓을 발사해 보지도 않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다. 그러나 이사코비츠는 쇼트웰의 설명에 매우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수표를 써주겠다"고 말했다.

"대개 첫 로켓 발사는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쇼트웰은 자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죠. 그녀에게 큰 믿음이 갔습니다.”

머스크 전기 작가 애슐리 밴스는 “쇼트웰이 스페이스X가 나사와 대규모 계약을 맺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이로 인해 아무 것도 없던 시절에 스페이스X가 생존할 수 있었다”고 썼다.

“스페이스X가 궤도에 첫 로켓을 진입시키기도 전에, 그녀는 정부와 민간 고객들을 상대로 12개의 로켓 발사를 판매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현재 305억 달러(36조 5000억원)로, 비상장 기업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회사 중 하나다.

이제 스페이스X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서 팰컨 9 로켓에 인공위성이나 다른 탑재물을 궤도로 보내기 위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견고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또 올 여름부터 NASA 우주비행사들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는 회사 역사상 최초의 인간 우주비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쇼트웰은, 스페이스X가 그런 대담한 약속을 실행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최근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10년 후 스페이스X가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화성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