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말산업 육성법이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되자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새로운 창구를 찾던 지자체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말산업 특구를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서다. 특구 내 말사업자는 세금감면, 국공유재산 사용특례 인정 등 다양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며 말산업 특구 지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산업 특구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동향과 향후 방향에 대해 조망해본다.

말산업 육성법이 정하고 있는 말산업 특구에 관련 사항은 말산업의 성장 여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조성된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 지역특화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해당 지역을 말산업 성장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말산업 특구는 말과 관련된 사업을 융·복합화 해 말산업의 성장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선정하는데 여기에는 네가지 요건이 따른다. 우선 지역 내 사육농가가 50가구 이상 돼야 하며, 말 500마리 이상 생산·사육할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말산업 매출 규모가 20억 원 이상 이어야 한다.

아울러 승마·조련 교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야 한다. 말산업 특구를 지정받으려는 지자체는 이들 네가지 해당 요건을 갖춰 신청하게 되면 특구 지정 요건 등에 대한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특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건들이 말산업 특구에 대한 절대 요건은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말산업 특구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말산업법의 정책 방향과 세부 사업 계획들이 어느 정도 뼈대를 세워야 특구 지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말산업 담당자는 “현재 특구 유치를 준비하는 지자체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까지 특구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며 “통상적으로 입안이 이뤄지는 내년 초나 상반기 이후에나 특구에 대한 기준도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말산업 특구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말 보유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제주도다. 제주는 말사육농가수가 1157곳, 사육말수는 2만2233마리로 전국 대비 77%의 말이 몰려 있다. 말산업을 통한 매출 규모도 2010년 675억원으로 말산업 특구의 기준액을 훨씬 웃돈다.

지역 내 승마시설도 25곳이나 두고 있어 전국 등록 승마장 대비 42.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말 사육을 위한 조련시설을 비롯해 말전문 인력 양성기관으로 고등학교 1곳과 대학 2곳(제주대, 한라대)도 갖췄다. 요건 상으로만 보면 말산업법에서 제시된 말산업 특구 지정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이런 배경 아래서 제주는 말산업 특구지정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제주는 말, 자연, 문화가 함께하는 국민공감 웰빙산업 육성이라는 말산업 특구 비전을 제시하고 말의 고장이라는 역사성과 제주말이라는 명마생산의 고장으로서 말산업의 새로운 가치창출을 추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주도는 이미 말산업 특구를 유치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한국마사회 등에 특구지정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올해에도 한국말산업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 개최와 제주말사업육성발전위원회를 구성·위촉했다. 제주는 말산업종합진흥계획수립을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도청 내 말산업 육성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제주는 현재 말산업 특구 지정을 위해 홍보 영상물을 제작하며 제주도의 특구지정 당위성을 알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밖에 제주도 외에도 말산업을 지역특화사업으로 유치하려는 지자체로는 경북지역 영천을 비롯해 전남지역의 곡성, 담양, 장흥 등이 있다. 이들 지자체는 말산업 육성법 제정 전후 지역 내에 경마장과 경기장 설립을 비롯해 승마공원 유치 등 말산업 기반시설과 사업 추진으로 말산업 특구 지정을 전략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그마저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말산업 육성법의 4개 요건이 너무 높은 기준을 요하기 때문이다. 경북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영천은 2500억 원을 들여 2014년 개장 목표로 한국마사회 신규 경마공원을 조성 중이며, 운주산 승마장 운영 등의 기반을 바탕으로 말산업 육성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타당성을 따지는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4개 요건에 현저히 미달되는 결론에 도달, 특구 유치 계획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전남은 개별 지자체로서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여러개의 지자체가 협의회를 구성해 특구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담양군에서는 담양, 곡성, 신안, 장흥 등 4개 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말산업 특구지정을 위한 말산업 육성방안 연구용역 추진상황 보고 및 말산업 육성 협의체 구성’을 위한 협의회가 열리기도 했다.

경북도의 경우, 현재로서는 특구유치에 대한 별다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향후 도내 유치를 원하는 시군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잘 키운 말 한마리 ‘馬테크’ 수익 만만찮네

지난 10월16일 부산광역시장배 대상경주에서 검은색 경주마가 결승점을 통과하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이 말은 '미스터파크‘로 이날 한국경마사상 17연승을 기록한 날이었다. 미스터파크는 지난 11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2위를 차지하면서 18연승 행진은 멈췄다. 마주인 곽종수씨는 2년 전 5000만원을 투자해 '미스터파크'를 구입했고 체계적인 훈련과 연승 행진으로 8억원 이상 벌어들였다.

재테크로 마주가 된 곽씨는 엄청난 상금과 우승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테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뛰고 있다. 미스터파크의 17연승 기록은 마테크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현재 전국의 마주는 935명으로 80%가량이 흑자를 보고 있다. 직업으로 선택해 말을 키우거나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테크로 시작한 마주가 대부분이다.

마테크는 최근 대체투자(AI)상품으로도 소개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삼정KPMG 산하 삼정투자자문의 이동훈 전무는 최근 인터뷰에서 “마테크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테크가 이제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 전무는 지난해 5월 제주 한 목장에서 2000만 원에 경주마를 구입했고 올해 3월 경기에 출전시켜 3연승을 했다. 수익은 6000여만원이다. 배분은 80%가 마주의 몫이고 나머지는 조교사와 기수 등으로 나눈다.

마테크는 지방자치단체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경남 함안군은 올 3월에 경매를 통해 말을 구입했다. 그리고 30만㎡의 최신식 경주마 휴양 조련시설을 만들었다. 관광수입도 꽤 좋은 편이다.

함안군이 이렇게 마테크의 전면에 나선 것은 군(郡)의 이미지 홍보 때문이었다. 경주마를 활용하면 군의 역동적 이미지를 얻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휴양시설을 통해 관광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함안군은 늙거나 다쳐 출전이 힘든 말은 씨암말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마테크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마테크가 계속해서 수입을 올려주는 만능열쇠는 물론 아니다. 투자가치 대상인 만큼 리스크 요인들도 적지 않다. 한 증권전문가는 “마테크를 순수한 재테크로 보기에는 말의 부상이나 병 등 위험요소들이 꽤 많다”며 “마테크로 단기간 내에 큰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즐기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테크는 마주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과 거리감이 있을수도 있다. 자격 요건도 까다로운 편이다. 개인 마주의 경우, 최근 2년 평균 연소득 1억원 이상과 2년 평균 재산세 150만원 이상, 2년 평균 연소득 2억원 이상이의 자격 요건에 2년 평균 재산세 400만원 이상 금융자산(주식, 증권 채권 등 7월기준) 10억원 이상 등이다. 마주 모집 공고를 통해 진행되고 마주등록심의원회에서 선발한다.

이밖에 법인마주와 조합마주가 있다. 올해 7월부터 법인마주 자격 요건에도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을 추가했다. 개인의 재테크를 넘어 기업의 새로운 자금 투자처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현재 국내의 주요 마주는 전직 대기업 회장과 전 국회의원, 전 외교관, 지방자치단체장, 법조인, 배우, 병원장, 외교관 등 상위계층이 대부분이다.

말산업 특구 유치 1순위 제주도의 탄탄한 인프라

제주도는 말산업 특구 요건에 모두 충족되며 특구 유치 1순위를 달리는 지자체다. 제주는 2008년 말산업 활성화를 위해 농림수산식품부 전국 클러스터 사업단의 일원으로 2008년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 내 마사업단을 출범시키고 이후 2009년 2월 독립법인화해 농업회사법인인 제주마산업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제주마산업주식회사는 제주도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50%씩 출자 받아 운영되며, 다양한 말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 영역을 전국화하기 위해 2010년 10월 말고기 전문점 '제라한'을 서울 잠실에서 오픈했고 승마사업을 비롯해 말태반 크림과 비누 등 향장품 개발 및 판매, 말피혁제품 등 말부산물을 이용한 원료납품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말고기집 탐방│고우니 식당
제주도에 가면 꼭 맛 봐야할 음식 3가지가 있다. 제주흑돼지, 옥돔, 말고기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고우니 식당은 6년 전 부터 말고기를 직영 판매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에선 말고기 생모듬, 로스구이, 엑기스 등 6가지로 구성된 특선코스를 비롯해 육회, 찜, 로스구이, 곰탕으로 구성된 일반코스 등 다양한 메뉴가 마련돼 있다.

가격은 코스요리는 1인분 2~3대이며 곰탕은 6000원이다. 말고기 곰탕은 소고기 곰탕과 요리법은 같으나 국물맛이 조금 더 담백하고 고기가 연한 것이 특징이다. 한지령 고우니 식당 사장은 “최근 들어 여성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말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며 “말고기를 비육하면서부터 맛이 좋아지고 잡내가 없어지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발길이 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은경 기자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