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결과를 반영해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키움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한편 토스뱅크의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둘 모두 무난히 예비인가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키움뱅크의 경우 혁신성 부족, 토스뱅크의 경우 자금 조달 능력에 있어 명확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현존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을 확실히 흔들지 못했다는 점도 초유의 동시탈락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불안에서 희망으로, 다시 좌절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소식이 최초 알려진 직후 업계에서는 흥행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관심을 모았던 네이버가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굵직굵직한 IT 플레이어의 불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전은 키움증권의 등장, 이에 따른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의 합류로 시작됐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은 2월 19일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선언, 키움증권이 구성하는 제3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해 구체적인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착수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국내 최초 온라인 종합증권회사로 금융과 ICT의 결합을 가장 극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키움증권은 14년째 주식시장 점유율 1위(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비대면 계좌개설 수에서도 1위를 달성하고 있다. 국내 1세대 ICT 벤처기업인 다우기술이 모기업이며, 다우기술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등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은 통신 사업자와 주요 금융지주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특히 SK텔레콤은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정국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케이뱅크 및 카카오뱅크에 밀려난 경험도 있다. 이후 하나금융그룹과 협력해 핀크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양자암호 등 New ICT 기술을 중심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준비에 나서며 하나금융그룹은 본연의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 회사의 각별한 인연도 주목받았다. SK텔레콤은 하나금융그룹에 15%의 지분을 투자했으며 하나은행은 SK텔레콤의 주 채권은행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00년대 소버린 사태 당시 SK의 백기사로 활동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 핀크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빠르게 움직였다. 신한금융그룹과 협력하며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지분을 투자한 상태에서 키움뱅크에 하나금융그룹이 참전하고 토스뱅크에 신한금융그룹이 참여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야심만만한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3월 21일 신한금융그룹이 컨소시엄에서 발을 빼며 시작됐다. 이들은 "업무협약 체결 이후 양사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 및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면서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양사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큰 그림을 스타트업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제품과 고객 경험의 혁신에 집중한 유럽형 챌린저 뱅크를 고수했다. 독창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여수신에 특화된 조직을 구상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한은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을 지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 관계자는 "큰 틀에서 양사의 시각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보니 이후 사업 모델 수립과 컨소시엄 구성 등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협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라는 혁신적인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다른 컨소시엄 주주들과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도 "아쉬움이 크지만, 최종적으로 신한과 컨소시엄을 유지할 수 없겠다는 토스 측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히며,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혁신적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드는 것을 계속 지원하겠으며, 신한은 앞으로도 금융 혁신에 계속 도전함과 동시에 국내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이 빠졌으나 토스뱅크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3월 22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한 후 이탈하는 다른 주주들을 대신할 새로운 파트너들을 3월 25일 공개했다. 배달의민족 등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산파역할을 하고있는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와 세계적인 챌린저뱅크 Monzo의 투자사인 굿워터캐피탈(Goodwater Capital), 브라질 Nubank와 최근 뱅킹 라이센스를 획득한 영국의 핀테크사 Revolut 투자사인 리빗캐피탈(Ribbit Capital)이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토스뱅크의 비전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화그룹 계열 종합자산관리회사인 한화투자증권과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 베스핀글로벌도 참여를 선언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토스뱅크를 두고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토스뱅크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최 위원장이 22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토스가 비금융주력자로 보인다고 밝힌 순간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예비인가 발표가 임박하며 최소 키움뱅크, 혹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예비인가를 통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이번 동시탈락이 이변에 가까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최 위원장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예비인가 탈락 소식을 발표하며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이승건 토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토스

각자의 이유, 시장의 이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동시탈락은 각자의 이유, 또 시장 전체의 이유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카움뱅크는 탄탄한 자금력으로 무장했으나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여줄 수 있는 IT 혁신에 있어 미흡한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금융위가 추가 예비인가를 4분기 단행할 예정이며 탈락자들도 재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점수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키움뱅크의 IT 혁신 가능성에는 일부 미흡한 점이 존재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우려는 예비인가 직전 업계에서도 조심스럽게 제기된 바 있다. 키움뱅크에 명확한 IT, 혹은 핀테크 기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은행과 차별점을 보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국내 최초 온라인 종합증권회사로 금융과 ICT의 결합을 가장 극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다우기술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으나 주력은 역시 금융이다. 그 연장선에서 혁신성에 낮은 점수를 받아 고배를 마셨다는 평가다.

토스뱅크는 자본력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의 이탈이 뼈 아픈 이유다. 여기에 지배주주의 적합성도 토스뱅크의 비전을 가로막았다는 말이 나온다. 최 위원장이 토스를 비금융주력자로 봐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으나 대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효과 반감도 동시탈락의 원인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경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둘러싼 법적인 논란이 해소되는 한편 금융앱 사용빈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확장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경쟁자인 케이뱅크는 사정이 더 나쁘다. 황창규 KT 회장을 둘러싼 법적인 논란이 여전한 상태에서 완화된 은산분리 기조로도 KT가 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증자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며 크게 휘청이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결국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예상보다 기존 금융권에서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며 외부심사위원들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오는 4분기 한 차례 더 시작할 예정이며,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도 참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두 컨소시엄이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경우 예비인가 탈락 소식이 알려지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비록 새로운 은행 설립의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지만 흔들림없이 금융혁신의 꿈을 이뤄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