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C녹십자가 탄탄한 백신-혈액제제-바이오의약품 사업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에 진출하고 있어 주목된다. GC녹십자 전경. 출처=GC녹십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백신 명가로 유명한 GC녹십자가 글로벌 백신 사업 뿐만 아니라 혈액제제, 바이오의약품 등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2019년 실적은 전년 대비 0.2% 성장한 1조 3369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6% 감소한 448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 감소는 내수 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으나 해외 수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면역결핍치료제 아이비글로블린에스엔(IVIG-SN) 또한 미국 허가를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4가 독감 백신 WHO PQ 인증…PAHO서 수주 성공

GC녹십자는 한국 최초로 독감 3가 백신으로 세계보건기구(WHO) PQ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한국 백신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PQ 인증은 WHO의 기준에 따라 백신의 제조과정, 품질, 임상시험 결과 등을 평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증하는 제도다.

PQ 인증을 획득한 기업에 한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UNICEF)와 범미보건기구(PAHO) 등 국제연합(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중요한 허가 참고사항으로 인정된다. 이를 획득하기 위해선 임상과 품질 데이터 등을 담은 기술문서 심사와 샘플 품질 테스트, 공장 의약품제조품질관리(GMP) 수준 실사 등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GC녹십자는 2016년 4가 독감백신까지 WHO PQ 인증을 받고 올해 PAHO 입찰에서 403억원 규모의 백신 수주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부터 4가 독감 백신이 포함됐다”면서 “3가와 4가 비율은 8:2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까지 4가 백신 WHO PQ 인증을 받은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GC녹십자 두 곳이다. 3가, 4가 등 다가 백신은 두 종류 이상 병원체를 배양한 백신으로 한 번 접종으로 여러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예방의약품이다.

▲ GC녹십자 백신 개발 현황. 출처=GC녹십자

GC녹십자는 수두 백신 부문 PAHO 입찰 시장에서 약 60%를 선점하고 있다. 이 기업은 수두 백신으로 중남미와 아시아 수출, 터키 시장을 통해 유럽까지 진출했다. 차세대 수두 백신 ‘MG111’은 임상 3상을 완료, 올해 1분기 한국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오세종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GC녹십자는 수율을 높인 백신으로 수익선 개선이 가능한 차세대 백신으로 해외 수출을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또 질병관리본부와 백신 한국화(국산화) 사업으로 ‘BCG 결핵 백신’과 ‘탄저균 백신’을 개발 중이다. 탄저균은 생물학 무기로 구분돼 유사 시를 대비해 해마다 비축용 공급이 필요한 사업 분야다. 오세종 애널리스트는 “개발 성공 시 꾸준한 수요가 있을 전망이다”면서 “개발 단계를 고려하면 2년 뒤 상용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GC녹십자는 이외에도 고농도 독감백신과 대상포진백신,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혈액제제 사업, 북미‧중국 진출 목표…글로벌서 입지 다진다

GC녹십자는 혈약에서 유래해 제조한 의약품인 혈액제제 사업 기반도 탄탄하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업은 백신 사업과 함께 총 매출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300억원을 활용해 2014년 70만리터 규모 공장을 신설하는 등 투자를 지속해 한국에서 140만리터, 캐나바 퀘백 100만리터, 중국 안호이성 30만리터 등의 생산 설비를 갖췄다.

업계에 따르면 혈장 유래 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을 웃돈다. 전 세계에서 약 4500만리터의 혈장유래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약 48%는 항체작용을 하는 면역글로불린, 16%는 알부민, 7.7%는 혈액응고인자가 차지하고 있다.

▲ GC녹십자의 혈액 공급망과 생산설비 현황. 출처=GC녹십자,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북미시장은 혈액제제 시장의 44%,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다. 캐나다에 있는 GC녹십자의 자회사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 Green Cross Biotherapeutics)는 퀘백 주정부와의 계약으로 몬트리올시에 공장설립과 현지 생산 면역글로불린, 알부민의 우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생산에 필요한 혈액은 헤마퀘백과 캐나다 혈액 서비스(CBS)를 통해 공급 받을 예정이다. 계약 내용에는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헤마퀘백이 연간 7000억원 규모로 구입하는 조건이 있다. 이는 2020년부터 면역글로불린(IVIG), 알부민 등에 대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 미국 IVIG 시장 추이 및 전망. 출처=MRB, 삼성증권

GC녹십자는 미국 현지 법인 녹십자 아메리카(GCAM)을 통해 안정된 혈장(원료) 공급을 위한 혈액원을 늘려가고 있다. 이날까지 총 8곳의 혈액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2020년까지 3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혈액제제사업에서는 안정적인 혈액공급(혈장)이 중요하다”면서 “GCAM을 통해 상대적으로 오염이 적으면서도 매혈이 허용돼 혈액공급이 원활한 미국을 중심으로 혈액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면역결핍치료제 IVIG-SN은 올해 2분기부터 관련사항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IVIG-SN에 대한 보완답변은 올해 하반기, 허가와 출시는 각각 2020년 2021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또 중국에서 혈액원 7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10곳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알부민에 대한 수요가 높다. GC녹십자는 수집된 혈액으로부터 생산한 IVIG는 미국으로, 알부민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알부민을 치료용 외에도 단백질 보충, 기력 회복 등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박차…‘헌터라제’와 ‘그린진’ 에프 글로벌 진출 목표

GC녹십자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으로 바이오의약품 중 하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와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전 세계에서 GC녹십자의 ‘헌터라제’와 글로벌 제약사 샤이어의 ‘엘라파라제’ 뿐이다.

중국에서 허가된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아직 없다. 최근 경쟁사인 샤이어가 중국에 품목허가 신청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식품의약품관리총국(CFDA)가 신약 관련 규제를 완화한 점과 희귀질환 목록을 정립한 점을 통해 빠른 허가와 출시가 기대된다”면서 “헌터증후군과 혈우병 모두 희귀질환 목록에 포함돼 우선심사를 통해 2020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GC녹십자 파이프라인. 출처=GC녹십자,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헌터증후군은 남자 아이 10만~15만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한국에는 70명 가량 환자가 있다. 중국 환자 수는 약 1100명으로 한국보다 15배 많다. GC녹십자 헌터라제는 한국에서 점유율 약 70%를 나타낸다. 2018년 전체 매출 330억 가운데 한국 매출이 180억원이다. 이후 중국에서 시판된다면 매출은 최대 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샤이어의 엘라파라제는 희귀질환 치료제 특성상 큰 성장세를 나타내진 않지만, 꾸준히 투여되고 있다. 2018년 기준 92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헌터라제의 해외 진출은 GC녹십자의 안정적인 매출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기존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뇌혈관장벽(BBB)를 통과하지 못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본에서는 임상 1, 2상을 마치고 클리나젠에 기술수출 됐다. 이는 올해 4분기 조건부 허가로 일본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약 150명의 헌터 증후군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약 350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뇌실 투여 치료제는 세계 최초로 개발되고 있다”면서 “추가 기술수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 출처=글로벌데이터, 메리츠종금증권

A형 혈우병 치료제인 ‘그린진-에프’는 중국에서 임상 3상이 올해 1분기 완료돼 2분기에 허가가 신청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중국 네트워크를 활용, 빠르게 임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중국은 아직 선진의약품 시장만큼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진출할 때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와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GC녹십자는 그린진-에프로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중국의 A형 혈우병 환자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로 진단과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은 10명당 2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성장과 중국 보건당국의 희귀질환 우래 정책에 따라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