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가 밀접한 길을 걷거나 쇼핑몰을 지나가면서 쇼 윈도우에 있는 마네킹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얼굴이 없는 마네킹보다 눈, 코, 입이 다 붙어 있는 마네킹을 보면 더 깜짝깜짝 놀랩니다. 어두운 상황이라면 공포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 사람과 닮았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쁩니다.

이런 심리적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입니다.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볼 때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모습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유명 성우이자 방송인 서유리씨는 모 예능프로에서 빅스비가 본인이라며, 사용자의 호감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계같은 목소리면서도 친절해야 하고 인간 같으면 안된다"라는 요청을 받았었다고 불쾌한 골짜기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호감을 느꼈다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 중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우선 인간인 줄 알았던 대상에게 기대했던 행동이 나오지 않을 경우입니다.당연히 인간 같은 로봇이었는데 얼굴이 360도 돌아가면 이상합니다.인간과 닮았으나 기형적인 외모와 언행이 보기에 혐오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인간의 모습이지만 괴이한 소리를 내고 똑바로 걷지 못하는 좀비가 대표적입니다.그대상의 행동에 공격이나 공포감을 느껴 내면의 방어기제가 작동되는 경우들도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지점입니다.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수십만명의 SNS 팔로어를 가진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이슈와 대응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보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호감도 차이에 따라 불쾌한 감정이 급증하기도 하고 급락하기도 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온라인 환경에서 사람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불편한 지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먼저 유명 인플루언서 또한 본인의 채널 구독자와 대중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보통 인플루언서들의높은 호감도는 팬덤으로 이어집니다.이후 인플루언서가 물건을 추천하거나 직접 판매하는 사업을 할 때는 팬덤이 충성심 강한 고객으로 변모합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근한 오빠, 언니,형,동생이나 친구 같은 인간이었던 대상에게서 평소 기대하는 행동이 나오지 않을 경우 즉시 신뢰는 무너집니다. 이때 기대 위반을 만들어내는 핵심 원인이 거짓말과 무관심입니다.우호적 팬덤은 기대치 관리에 따라 언제든지 부정적 안티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혐오스러운언행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SNS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던 초창기 좋아요나 공유,댓글의 반응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관심은 나의 외로움을 타파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기분 좋은 자극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가 대중화된 지금 사람들의 관심(attention)은 곧 돈이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속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와 혐오 발언들을 무분별하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을 친근감 표현이라 항변할 수 있으나 나만의 표현이라는 유머나 농담도 누군가에게 무례와 실례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구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경우입니다. 온라인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종종 강력한 법정대응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봅니다. 때론 강력한 법적 대응 포지션이 사안과 상황에 따라 적절할 수 있습니다. 단, 이런 경우라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선전포고 방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정말 법정대응이 필요했다면 다연장로켓이 아닌 유도탄이 더 낫습니다.결국 대다수를 적으로 돌리고 우리를 이해하는 우군 확보에 실패하는 우를 범해선 안됩니다.현대사회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실제 법정에 앞선 ‘여론의 법정’에서 먼저 승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뉘앙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뉘앙스는 특히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밖에 없는, 듣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보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인 온라인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같은 맥락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문장이라도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호감을 얻거나 호감을 잃고 비상식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기업의 CEO들이 온라인을 통해 구성원들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외부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반드시 직구만이 능사는 아닙니다.불쾌한 골짜기 이론에서 로봇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할수록 인간이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인간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인간이지만 커뮤니케이션 할 때 인간다운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완전히 다른 인간이라는 이질감만 전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