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희1구역이 지난 17일 관리처분계획을 승인받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14년 이상 더딘 진척을 보여 온 ‘연희제1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조합원 재분양과 내년 초 이주·철거로 1000가구 이상의 중대형 단지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오랫동안 노후한 환경에서 거주해 온 노년층을 중심으로 부담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 연희동 533번지 일대에 자리한 연희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17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고 본사업 추진에 나선다. 해당 지역은 1970~80년대 지어진 단독주택과 저층 빌라들이 단지를 이루고 있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고 낙후돼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 곳이다.

▲ 연희1구역은 지어진지 40년 이상된 주택들로 낙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연희1구역은 지난 2004년 재정비 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7년 구역지정,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하고 2010년 들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전체 정비구역면적 5만5173㎡에 지하 3층~지상 20층 높이 14개동, 전체 1002가구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06가구는 임대주택이고, 나머지 796가구 가운데 일부 조합원 취소분이 발생해 재분양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연희1구역 조합 관계자는 “권리평가가가 낮게 설정돼 다시 올리자니 분양가도 상향될 것이 우려돼 평당 약 1500만원 선에서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분양가도 59㎡가 3억7500만원, 75㎡B가 4억4000만원 정도로 주변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은 재개발 지역의 전매를 제한한 8.2 대책 이전 시점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전매가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인가로부터 9년이 지나 관리처분계획을 승인받은 것은 턱없이 낮은 보상비 탓이 컸다. 지역 주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실시한 감정평가 결과 단위면적 3.3㎡당 공시가격은 850만~1000만원에 책정됐다. 주민들은 이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면서 사업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2일 발표된 사업조합에서 조합장, 총무이사, 관리이사 등 조합 내근직의 당선이 부결된 것 또한 이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내달 조합원 물량 재분양으로 조합원이 충원되고 8월 이후 재선거를 열 계획이다.

▲ 지난 15일 공람된 연희1구역의 사업추진 찬반투표 결과.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지난 5월 15일 서대문구청 측이 주민들에게 보낸 2017년 당시 공람결과에 따르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 526명 가운데 총 490명이 의견조사에 참여했다. 490명 가운데서도 사업 찬성은 263표, 사업 반대는 191표로 찬성률이 정확히 50%를 기록했다. 의견조사 당시 찬성 강요 등 논란이 있어 2년 동안 그 결과가 공개되지 못하다가 행정심판을 통해 공람과 사업 재추진이 결정됐다.

해당 지역에서 잡화상을 운영하는 A씨는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이고, 더군다나 나이 많은 사람이 많아 불안함이 더 크다”면서 “15년 동안 재개발 때문에 낡은 집을 수리도 못 하고 살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30평의 땅과 건물 모두 조합에 귀속되는데 감정가치가 너무 낮아서 정작 주인에겐 하나도 제대로 못 돌아온다”면서 “억지로 2억~3억원을 더 마련해야하니 차라리 현금으로 처분해서 나가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상인 B씨 역시 이 같은 상황에 함께 분개하면서도 “그래도 관리처분계획이 승인됐으니 이제 감정평가도 다시 이뤄질 것이고, 얼마 전 공지에서도 전보다 감정가치가 40% 정도 상향될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공시지가가 오르긴 했는데, 1억9500만원에서 2억1500만원 정도로 소폭 오른 건 아쉽다”고 말했다.

▲ 해당지역 대장주인 DMC파크뷰자이.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향후 성장 가능성은?

연희1구역은 홍제천을 사이에 두고 남가좌동과 거울처럼 마주보고 있다. 남가좌동 대장주인 ‘DMC파크뷰자이’는 2015년 입주한 단지로서 전용면적 59~175㎡로 이뤄진 430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해당 단지의 단위면적당 시세는 네이버 부동산 기준 2680만원으로 현재 연희1구역의 시세인 2000만원과는 700만원 남짓한 차이가 난다. 전용면적에 따라 최저 7억5000만원에서 최대 16억8000만원 수준이다. DMC파크자이 서남쪽으로 경의중앙선 가좌역의 교통망을 공유하기 때문에, 연희1구역의 입주가 이뤄지면 해당 시세를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

▲ 연희파크푸르지오의 전용면적 59㎡ 시세는 현재 6억9000만원 수준이다. 출처=네이버부동산.

구역 동북쪽에서 지난해 입주한 ‘연희파크푸르지오’의 시세는 이보다 낮은 단위면적당 2554만원에 형성돼 있다. 최고 19층 높이 5개동에 전용면적 59~112㎡로 이뤄진 396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59㎡의 경우 전매제한이 해제된 지난해 11월 6억8000만원에 첫 거래가 이뤄진 후 1월 7억원, 3월 6억9000만원으로 오르내렸다. 가장 넓은 전용면적 145㎡는 9억3000만원에서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단지는 동남쪽으로는 안산과 연결된 궁동공원을 끼고 있고, 서북쪽에는 홍제천과 홍제천변로를 마주하고 있어 숲과 개천을 지척에 둔 입지다. 경의중앙선 가좌역을 이용할 수 있고, 홍대·신촌 권역으로 향하는 다수의 버스노선도 지나간다. 서울시 도시철도망계획에 따르면 명지대를 지나는 경전철 노선이 가좌역 부근으로 계획돼 있지만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 M공인중개사는 “사업추진을 찬성하는 과반은 낙후한 동네가 개선된다는 사실을 반기고 있다”면서 “소소한 개발 호재와 종로 등을 3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