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된 담배 경고문구 배치 디자인. 출처= 보건복지부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번 정부도 규제에 있어서는 심상치 않다. 좋지 않은 의미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크고 작은 정책의 방향이 보여주고 있는 일관성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집권이후 정권이 추진했거나 혹은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규제 방안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더 그렇다. 과연, 정부가 일련의 규제들로 이루고자 하는 것과 그 의도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비가격 금연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규제방안의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책의 이름에서 나와 있는 것처럼 이는 담배의 가격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변화를 줘 국민의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복지부가 밝힌 규제의 세부 내용 중 첫 번째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한 ‘표준 디자인 담뱃갑’의 2022년 도입이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뱃갑의 포장 면적의 85%는 경고문구와 경고그림이 들어가야 하며 제품의 이름도 규정된 서체와 같은 색상으로만 표기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내에 판매되는 모든 담배 패키지의 디자인을 정부에서 요구한 대로 통일시킴으로 디자인 마케팅이나 광고 효과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외에는 2023년까지 점진적으로 모든 실내공간에서의 흡연 금지, 2025년까지 모든 건물의 실내 흡연실 폐쇄 및 실외 흡연구역 확대 그리고 향이 있는 담배의 판매 금지 등이 있다.

그런가하면 정부는 25일부터 “국내 모든 웹하드(사용자들이 온라인 서버에 파일을 업로드 시키고 서로 공유하는 채널) 업체들의 콘텐츠 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본 규제의 목적은 리벤지(보복성) 포르노 혹은 아동 음란물 등의 불법 음란물의 유포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함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웹하드에 업로드 되어있는 일본·미국 등 해외 성인비디오(AV)도 규제 대상이 된다.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일련의 두 규제는 모두 기업의 상품 마케팅, 개인의 소비 그리고 사생활의 영역까지 정부가 개입하고 통제하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일원화와 통제 영역의 확장 측면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에 대한 다수의 여론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담뱃갑 디자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나 야동(성인 동영상)의 규제라는 현상 자체도 문제지만 더 무서운 것은 정책의 전반에 깔려있는 발상이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형성과 경쟁이 일어나야 하는 부분을 정부가 나서 관리하고 여기에 개인 사생활의 영역을 하나하나 정부가 확인하고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제의 확대는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거대 권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단적인 예로 웹하드 콘텐츠의 규제 내용을 들면, 정부는 단속 대상이 되는 불법음란물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사를 받지 않은 비디오물을 모두 포함’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영상의 표현에 있어 불법과 합법의 명확한 구분도 없는 가운데. 영상물등급위원회라는 단일 조직이 온라인으로 공유되는 모든 콘텐츠의 내용을 심사하고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정부가 의도대로 리벤지 포르노나 아동음란물의 공유를 막겠다고 하면 굳이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영상의 범주를 저렇게 넓히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엄밀히 말해, 해외에서 제작된 성인 영상은 분명한 불법영상이 아닌 ‘저작물’이며 이를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감상하거나 내려 받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은 아니다. (물론 개인들이 이를 공유하고 유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런 정도의 조치는 정부의 과도한 권위 행사인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거나 침해하는 주장과 행동에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 같지만, 의미를 자세히 뜯어보면 ‘민주주의’라는 대의의 전제가 있으면 국가의 해석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얼마든지) 침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의 거대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보여주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모티브로 한 동명의 영화 '1984'. 출처= 네이버 영화

이 해석의 연장선에서 정부가 현재 논의와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관 스크린 상한제(영화관에서 주요 시간대 특정 영화의 상영 비중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의 업무일수 조정 및 의무휴업 조치)의 내용과 최근 떠오른 규제들은 분명히 시장과 개인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방향성이 같다. 이번 정권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부분으로 볼 수도 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유튜브 채널 ‘지식의 칼’을 운영하는 보수 논객 이재홍 씨는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다른 개인의 명백한 피해를 막기 위한 순간 뿐’이라는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저서 <자유론> 속 한 구절을 예로 들면서 “자유가 배제된 민주주의는 가치 없는 하나의 정치체제일 뿐 아니라 ‘민의’라는 이름 아래 닥치는 대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칠 수 있는 ‘폭압’의 명분이 된다”고 비판했다.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운, 그러나 약간의 정황적 증거와 해석을 보태면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한 정부의 행보에 대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제부터 정치 영역에 이르기까지 위험의 시그널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