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사전 행사로 세계 원자력산업계 CEO와 원자력관련 국제기구 대표 등 약 200여명의 고위급 인사가 총망라된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이 열린다.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 조직위원회는 D-100일을 맞아 ‘핵안보 및 원자력안전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에서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를 정리했다.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는 지난 15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내년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의 주요 의제를 토의하기 위해 국내외 원자력계 주요 인사 100여명과 함께 ‘핵 안보 및 원자력안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김종신 조직위원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의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하고 핵 안보와 원자력 안전 증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말했다.

이날 개회 세션에서는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의 의의 및 기대’라는 주제를 통해 2010 워싱턴회의 성과를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내년 3월 개최 예정인 서울회의에 대한 방향성이 논의됐다.

이영일 한국수력원자력 기술기획처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과 핵 안보 대책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핵 안보 및 원자력안전 증진을 위한 원자력산업계의 역할’에 대해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원자력산업계 공동합의문을 미리 작성해 핵안보정상회의에 건의하게 된다.

오후 세션에서는 핵 안보 및 원자력 안전에 대한 포괄적인 현안을 점검하고 향후 워킹그룹 운영 현황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국내외 핵 안보 대응체계에 대해 발표한 김석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실장은 ‘방사능테러의 유형’과 ‘우리나라 방사능테러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핵무기에 대한 정보 및 전문가가 부족하고 군의 화생방 대응장비가 낙후됐다”며 “국제 핵 비확산에 대한 노력과 국가 방사능테러 물질탐지, 대응, 감식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시다발적 테러 발생 시 대응체계, 자원과 인력의 한계 등을 지적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한국은 방사능테러시 오염 제거 책임에 대한 기관간 책임 한계가 모호하고 제염장비, 설비 등이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그는 “방사능 테러 및 방사능 관련 통합방위사태를 국가이익 차원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방사능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 기반 확립에 대한 국가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글로벌 핵 안보 거버넌스 현황과 지역 간 협력방안’에 대해 발표한 정서용 고려대학교 교수는“핵 안보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가치규범들이 형성됐다”며 “핵 안보와 관련해 국제 대응체제가 구축됐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997년에 폭탄테러방지조약, 1999년에 대(對) 테러리즘 자금공여방지조약 등이 체결됐다.

이밖에도 2005년 채택돼 2년 뒤에 발표된 핵테러방지조약은 미국의 9·11테러 이후 체결된 최초 다자조약인 동시에 핵 테러 관련 범죄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2001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안보리 결의 1373’ 등을 통해 테러리즘에 대응하고 2009년에는 ‘안보리 결의 1887’을 통해 대량살상무기(WMD)의 글로벌 안보에 대한 위협과 대응책을 재확인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핵 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원 확보로서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전 문제가 대두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동북아 지역협력체를 통한 글로벌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지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동북아 지역협력체를 통해 글로벌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동북아는 한·중·일 모두 다수의 원자력 발전시설을 보유하거나 건설 예정이고 절대적 에너지원 확보 부족으로 원자력 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로 인해 지역 분쟁화 가능성이 존재하고 핵 안보 및 원자력 안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해 지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두연 미 군축비확산센터 부소장의 ‘핵 안보와 원자력안전 연계방안’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고 세 번째 세션에서는 워킹그룹 운영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진단했다.

경제분야 ‘G20’에 버금가는 정상회의
‘서울 코뮈니케’에 국제사회 시선 집중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유엔 총회를 빼고는 사상 최대의 정상회의라 할 수 있다. 국제 질서를 좌우하는 주요 정상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안보의 최대 이슈인 핵 테러 방지를 논의하고 공통의 대응방향과 행동을 모색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경제분야의 프리미어 포럼으로 불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G50(주요 50개국)’이라는 별칭까지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만 노르웨이와 벨기에로 이어지며 곳곳에서 대규모 테러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도 지금 국제 사회의 시선을 서울로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

서울 정상회의는 그동안 ‘정치적 선언’ 단계에 머물렀던 핵 안보 이행 프로세스를 ‘행동’의 단계로 진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핵 테러가 가상적 공포가 아니라 실질적 위협이라는 국제 사회의 컨센서스 속에서 새로운 실행 목표와 행동 계획을 창출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서울 정상회의의 최종 결과물인 ‘서울 코뮈니케’다. ‘선언’의 성격이 강했던 2010년 워싱턴 1차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진전시켜 실천적 비전과 이행조치들을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핵 테러를 최고의 국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테러리스트의 핵 물질 취득을 막는데 주안점을 뒀던 ‘워싱턴 코뮈니케’의 기조를 살리면서 변화된 안보환경에 맞춰 새로운 실행 목표와 액션플랜을 창출해낸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위싱턴 코뮈니케는 11개 분야의 50개 이행조치를 담은 포괄적 작업계획을 제시했으나 서울 정상회의는 이중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 물질과 방사성 물질의 안전한 관리에 초점을 맞춰 9개 이슈별로 구체적 진전방안을 검토 중이다. 워싱턴 정상회의 이후 이미 17∼18개 국가가 HEU를 폐기하거나 민수용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소극적 대응을 보이는 나머지 참가국들도 내년 서울 정상회의에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의의 특징은 ‘핵 안전’이 새로운 화두로 추가된 점.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시설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핵 안전이 핵 안보 못지않은 핫이슈로 부각된 탓이다. 이에 따라 핵 안전과 핵 안보라는 두 이슈가 서로 연계되는 형식의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외교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북핵 문제다. 핵 안보와 직접 관련된 의제는 아니지만 한반도에서 열리는 핵정상회의라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초 6자회담이 재개돼 북핵협상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중·러 5개국이 모이는 ‘5자회동’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