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외환리스크로 올해 실적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당국은 과거 IFRS17 도입과 저금리 기조로 인해 보험사에 해외채권 투자를 적극 권고했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돼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이로 인해 한미 금리차가 예상치못한 수준으로 벌어져 해외채권을 늘렸던 보험사는 파생상품평가손실인 환헤지손실이 대폭 증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급락이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올 초부터 다시 환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우려해 뒤늦게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지만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단기간에 조정할수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외화채권을 2조원 이상 보유한 생명보험사는 총 11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의 해외채권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고, 해외채권을 2조원 이상 확보한 외화채권 비중이 모두 10%를 초과했다.

10조원 이상 해외채권을 매입한 대형생보사들 중 한화생명은 올초에도 환헤지 비용 증가로 실적이 회복되지 못했고 농협생명도 대규모의 외화환산손실로 올 1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 금융당국, 저금리 시기 해외채권 권고보험업계 ‘낭패’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된 저금리 환경으로 인해 해외채권 투자를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보험사는 특성상 고객의 보험료를 바탕으로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에 국공채에 투자비중이 높은데, 2008년 이후 기준금리가 지속 하락하면서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실제로 2007년 상반기까지 5년물 국고채 금리가 5%대에 진입하는 등 상승기조를 유지했지만 2008년 기점으로 점차 내려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년물 국고채 금리는 1.88%까지 떨어졌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수익률이 감소하게 되면서 보험사들은 해외채권 투자를 확대했고 금융당국도 해외채권관련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또한 당시 보험업계는 부채를 시가평가한다는 IFRS17도입을 추진하면서 장기채권 보유에 대한 과제가 시급했다.

보험사의 부채는 타 금융사와 달리 생애주기에 걸친 상품으로 구성돼 실질만기가 장기인 상품이 대다수이다. 이에 자산만기도 장기성격의 채권을 매입할수록 보험금 지급여력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2013년 10월부터 환위험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부터 해외채권의 경우 외화자산 듀레이션을 헤지여부와 무관하게 인정했고 동시에 해외채권 투자한도를 일반계정 기준 30%까지 확대한데다 지난해는 한도를 완전히 폐지했다.

당시 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도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으로 금융권은 일본 국채 투자를 줄이고 해외채권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

해외채권은 국고채 대비 만기가 길기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도 해외채권을 매입했고, 자산기준 대형4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을 중심으로 외화채 투자 규모가 매년 급증했다.

특히 올해 2월 기준 한화생명은 해외채권 규모가 24조원에 달하고 전체 유가증권의 38.7%수준을 구성할 정도로 비중이 가장 높아졌다. 농협생명도 외화채권이 12조 규모까지 확대됐다.

◇ ‘저축성축소+환헤지손실’ 이중고 일부 생보사 ‘적자전환’ 위기

▲ 한화생명, 농협생명 건물 외관

보험업의 수익구조는 핵심보험에서 발생하는 위험률차손익(사차익)과 자산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율차손익(이차익)이 수익구조의 핵심인데, 이중 이자율차손익에 의해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해당 손익의 실적이 부진하게 됐고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환율 리스크도 문제가 커졌다. 보험사의 경우 해외채권 투자를 할 때 환율에서 발행하는 위험에 대비해 파생상품을 매입해 위험을 헷지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금리 차이가 벌어지게된다면 환헤지 비용이 커지면서 되레 투자수익률이 감소하게 된다.

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해외채권의 파생상품 투자로인한 환헤지비용 증가로 적자전환했다. 올해 1분기까지 농협생명의 환헤지손실 규모는 2790억원에 달해 영업이익이 대폭 전년 동기 450억원 대비 절반이상 줄어든 25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업외비용이 차감되면서 올 1분기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농협생명은 이러한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재는 농협금융지주와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으로 체질개선을 진행하면서 저축성 비중이 줄어 일시납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 해외채권 투자를 확대해 환헤지비용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TF운영을 통해 자산운용을 전면 재검중이지만 단기간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올해 1분기 4022억원에 달하는 환헤지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이상 줄었다. 지난해 1분기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1145억원이었으나 올 1분기는 465억원으로 축소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면서 금융당국이 해외채권 투자를 권장했지만 되레 리스크가 늘어나게 됐다”며 “또한 대체투자도 막혀 투자수익률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완화했던 환헤지 규제를 다시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측은 "향후 해외채권과 환헤지 간 실질만기가 클 경우 요구자본을 추가로 적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TF회의에서 “보험사의 차환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환헤지 만기가 편중되지않도록 자본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