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15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심판 청구를 하였다. 당시 94세였던 신 회장은 주변 사람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치매증상이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듬해 재판부는 이러한 청구를 받아들여 신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개시결정을 내렸다.

#2. A씨 부부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이 하나 있다. 성인이 된 아들은 이제 생존에 필요한 의사소통이나 행동은 스스로의 판단 하에 할 수 있지만, 그 밖의 재산관리 등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조력이 필요한 상태다. 이에 A씨 부부는 자신들이 죽고 난 후에도 아들을 돌봐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다.

우리 민법 상 성년은 만 19세로, 성년이 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판단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법률행위를 할 수 있고, 또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사례들과 같이 고령에 의한 치매 등 질병으로 혹은 태어날 때부터의 선천적인 발달장애로 성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자립적인 사회생활과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의 그 ‘누군가’는 대부분 부모, 자녀, 혹은 가까운 친척 등이었으나, 최근 급속한 가족해체현상으로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일은 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특히 의학기술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노령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치매 등 정신과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저출산 현상으로 정작 이들을 돌볼 자식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 장애인에 대한 권리의식의 향상으로 발달장애인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자신들의 사후에도 자녀들이 행복한 삶을 계속적으로 영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는 점 등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 내었다. 지난 2013년 민법 개정을 통한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등에 대한 후견제도는 있었지만, 후견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배우자, 직계혈족, 3촌 이내의 방계혈족’ 등으로 한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후견인이 될 수 있는 순서까지도 법률이 정하고 있어 가족들 간에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실제로 활용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후견인에 대한 통제는 전적으로 친족회가 맡도록 되어 있었는데, 현실에서는 친족회라는 것이 거의 운영되고 있지도 않아 후견인이 권한을 남용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기존 제도가 갖는 결정적인 결함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에 반해 민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이 필요한 당사자, 즉 피후견인들의 특성에 맞게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나누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후견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도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해 친족 또는 제3자를 후견인으로 자유롭게 정하고 후견인의 권한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후견이 개시된 이후에도 법원은 후견감독인을 선임하여 후견을 하게 하거나 아예 법원이 직접 후견인을 감독할 수 있게 하여 온전히 피후견인의 복리에 초점을 맞춘 후견제도 운영이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과거 가족들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것을 해결하려던 후견제도가 법원, 국가를 통한 운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활용가능한 제도로 변모한 것이다. 실제로 2013년 7월 1일 8건의 후견심판 청구로 시작한 성년후견 제도는 서울가정법원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4년 380건, 2015년 588건, 2016년 682건, 2017년 803건, 2018년 941건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성년후견의 종류와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 성년후견청구를 함에 있어 고려할 점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