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25 방문객이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진단 키트 ‘가민패드’를 살펴보고 있다. 출처= GS리테일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GS리테일이 임신테스트기, 배란테스트기에 이은 세 번째 상품인 병균감염 진단 키트를 GS25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간 의료업계는 편의점에서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의료품이 판매되고 있는 점에 극렬히 반대해오다 최근 목소리를 낮췄다. GS리테일의 이번 출시 행보가 업계 간 갈등을 다시 악화시킬 사건이 될지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GS25,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진단키트 단독 출시, 업계선 수익 기대

GS리테일은 23일 GS25를 전문 의약 플랫폼으로 발돋움 시키겠다는 취지에 따라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진단 키트 ‘가인패드’를 독점 출시했다.

생리대처럼 생긴 이 키트는 여성이 4시간 동안 착용한 뒤 필터를 분리해 TCM생명과학 DNA검진센터로 착불 배송하면 센터에서 3일 내 진단 결과를 알려준다. TCM생명과학은 코넥스 상장사로 앞서 이달 21일 GS리테일과 의약 플랫폼 구축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이오 분야 기업집단 바이오리더스그룹에 속해있다.

GS리테일은 이번 출시에 따라 시, 군 등 지방자치단체에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한 일반 매장에서 상비약 13종, 의료기기 3종 등 최대 16가지의 의료품을 판매한다. 다만 병원에 입점한 매장 등 특수 점포의 경우 목발, 휠체어 등 품목 포함 10여종을 팔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키트 판매로 GS리테일의 상품 경쟁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CU, 세븐일레븐 등 다른 매장에는 없는 독점 물량인데다 수요 예측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여성 50만명이 걸리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20대부터 발병률이 급증하지만 산부인과 진료에 부담을 느끼거나 도서·산간 지역 등 의료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발병 여부 검사율(수검율)이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 암 검진 수검 현황에 따르면 2016년 20대와 30대의 자궁경부암 수검율은 각각 26.9%, 53.1%에 그쳤다.

당국은 검진 비율이 낮은 이유 가운데 검사 자체나 검사 방식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을 꼽는다. 미혼 여성이 기혼 여성보다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낀다는 관측이다. 검사 방식의 경우 의사가 직접 기구로 질 내 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점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 고객들이 기존 검사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전문적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가민패드의 차별 요소다. 가격이 비싸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GS리테일은 담담한 입장이다. 세계 최초 특허 기술로 만들어져 상용화한 상품인데다 제품 자체 생산가 뿐 아니라 키트 발송비, 검진비 등 키트 이용 관련 모든 비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전국 곳곳에서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을 통해 키트가 원활히 공급됨에 따라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키트 출시에 따른 수익성 확보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S리테일이 이날 키트를 서울 영등포구 본점 한 곳에서만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달 30일이 돼서야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매장 700여곳에 입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GS25 편의점 1만3000여곳 가운데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해 키트를 판매할 수 있는 매장은 2500곳 가량으로 다섯 곳 중 한 곳 수준이다. 2500여곳 전체에 키트를 진열하는 시점은 아직 미지수다.

CU·세븐일레븐, GS25 독점 출시에 촉각 “의료기기 신규 출시 여부는 미정”

CU와 세븐일레븐은 GS25의 의료기기 품목 확대 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GS25가 독점 판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자체로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는데다 편의점의 의료품 판매를 둘러싸고 의료업계와의 갈등이 이어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업체 모두 GS25의 신규 출시가 국민 편의 증진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GS25에 질세라 의료기기 품목을 잇따라 출시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출시 계획이 없거나  제품 시장성을 검토하는 등 사전 준비에 시간을 더 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올리브영 같이 ‘한국형 드러그 스토어’로 일컬어지는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GS25의 이번 출시에 별 반향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매장은 밴드, 연고 등 몇 안되는 의료품목을 비치하고 있어 GS25의 경쟁상대는 아니다. 또 이들 업체의 매장이 의료품보다는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을 앞세우고 있어 드러그 스토어보다는 ‘헬스&뷰티 스토어’로 고객들에게 더 잘 각인돼 있는 상황이다.

의료업계 잠잠, 일각선 “출시 자체는 문제 안 삼아, 이후 시장 부작용 걱정”

의료업계에서는 GS25의 출시 소식에 당장 반발하고 나서진 않고 있다. GS리테일이 이번 출시의 목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국민 편의 도모’가 허황된 표현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더 많은 의료품을 구매하고 업체들의 판매 목적에 감응할수록 의료품 유통 구조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편의점 업체가 영리 목적보다 공익을 증진시키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에 회의적이다. 편의점이 의료품 판매의 공공성을 강조할수록 이에 동조해 더 많은 상품을 손쉽게 구입할 계제가 있고 이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의약품 유통 채널 확대로 경기 개선의 성과를 거둔 시장이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최초 목적보단 산업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의료품 유통 구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편의점 채널로 의료품이 더욱 쉽게 시장에 공급될수록 소비자 오·남용 사례가 빈번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료품의 적정한 복용량·이용수준은 개별 소비자마다 차이가 있는데도 매장에서 고객 제공량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의료품 취급 확대가 국민 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는 모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든 상비약이든 이들을 판매하는 권한은 법적으로 판매업자에게 달렸고 외부에서 토를 달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와는 의료품 유통구조가 다른 미국, 일본에서 성행하는 드러그 스토어 시장을 국내 도입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늘 해당 사업에 대한 대내외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