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화염에 휩싸인 해양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에 대한 진화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2010년 4월 20일 오후 9시 56분,  美 멕시코만에서 해상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이 폭발했다. 불기둥이 아파트 24층 높이(73m)까지 치솟으며 순식간에 시추선 전체를 화염으로 뒤덮었다. 36시간 후 첨단장비를 자랑하던 딥워터 호라이즌은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폭발 사고로 11명이 사망했고, 17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후 5개월간 해저 유정에서 유출된 원유는 7억7800만 리터에 달했다. 검은 원유가 루이지애나 연안까지 번지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이 초래됐다.

사고원인은 원유유출 방지밸브의 작동불량이었다. 바다 밑 유정에 박은 파이프의 중간 부분(수면으로부터 1.6km 지점)에 설치된  문제의 밸브는 이전에도 몇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사고 당시 이 밸브가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유정에서 갑자기 솟아나온 고압가스와 원유가 곧바로 시추 파이프를 타고 해상까지 솟구쳐 폭발이 일어났다.

유정 탐사기업은 석유 메이저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었고, ‘딥워터 호라이즌’의 소유주는 트랜스오션社였다. 미국 법무부는 참사를 야기한 BP에 208억 달러(약 24조 2100억 원)의 손해 배상금을 부과했다. 단일기업에 부과된 배상액으로는 사상 최고액이었다.

세계 최고의 IoT 전략가 데이비드 스티븐슨은 저서 <초연결>(다산북스 펴냄)에서 사물인터넷 혁명이 ‘제2의 딥워터 호라이즌’의 발생을 원천 봉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해양시추시설은 언제나 한정된 예비부품만 지니고 있다. 특정 부위에 심각한 고장이 생기면 헬리콥터를 이용해 해상기지 현장까지 해당 분야 전문가와 관련 부품을 실어 날라야 한다. 더구나 중요설비는 대부분 450m 바다 밑에 위치해있어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시추효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석유시장에 셰일가스까지 가세하면서 업황이 열악해지자 해양시추기업들은 비용절감과 위험회피를 위해 ‘예측 유지보수’에 매달리게 됐다. '예측 유지보수'란 어떤 장비와 부품에서 미세한 이상 현상이라도 나타날 경우 즉각 파악함으로써 고장으로 이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유지보수를 하는 방식이다.

◇멕시코만을 오염시킨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사고는 2016년 영화로도 제작돼 환경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에선 마크 월버그·커트 러셀·존 말코비치 등이 주연을 맡았다. 출처=영화포스터

때맞춰 등장한 사물인터넷이 구세주 역할을 했다. 사물인터넷을 도입하면, 굴착 장비 한 대에 무려 4만 개의 감지기를 설치한다. 장비의 거의 모든 구성품에 달린 감지기는 실시간으로 작동상황과 부품상태를 장비를 판매한 제조업체와 구매한 굴착업체의 유지보수 시스템에 알린다. 굴착기 근처 해양의 압력과 온동,유속 등 여러 지표들도 모두 관리자의 디지털 현황판에 전송된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 분석도구를 통해 정교하게 분석되어 향후 굴착기에서 발생할 고장 소요를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곧바로 관련자들에게 알림 메시지가 날라간다.

현재 미국의 해양시추업체들은 사물인터넷을 통한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 덕분에 ▲투자수익률 10배 증가 ▲유지보수비용 25~30% 감소 ▲고장 70~75% 감소 ▲비가동시간 35~45% 증가 ▲생산성 20~25% 증가 등의 획기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만약 유정과 시추선 장비들에 설치된 감지기들이 실시간으로 보내온 데이터들을 시추선 관리자-시추기업-정부당국이 공유한다면, 해양시추선 폭발과 같은 재앙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