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점차로 증가하고 다양한 쇼핑 플랫폼이 생기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는 점점 더 늘어났다. 각 쇼핑몰들은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경쟁해왔고 그 중 많은 부분은 가격과 단독 상품이었다. 최저가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단어로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또한 '단독' '한정' 이라는 문구로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쿠팡이 로캣배송이라는 배송서비스로 경쟁의 방향을 바꿔버렸다. 가격에서 배송품질로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내일 도착 “보장”에 친절한 정규직 배송사원, 거기에 더해 가격도 거의 최저가에 근접함으로써 다른 플랫폼의 모든 강점을 흡수한 놀라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거의 처음으로 SOHO몰 급이 아닌 종합쇼핑몰 팬덤에 가까운 구매자층이 생겨났고, 각종 사이트와 커뮤니티에는 쿠팡맨과의 일화가 올라왔다.

로켓배송의 불법여부와 관련한 기사에는 진짜 충성고객들이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왜 정부에서 못하게 하려고 하냐, 나는 더 비싸도 로켓배송으로만 사겠다는 댓글이 넘쳐났다. 그 시절 로켓배송은 강력한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뒤이어 경쟁사에서도 다양한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만들어서 대응했다. 총알배송, 번개배송, 신데렐라배송, 라이브 배송 등 모든 쇼핑몰은 새로운 배송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마켓컬리를 시작으로 낮시간이 아닌 밤사이 배송을 마무리하는 새벽배송까지 배송 전쟁의 영역은 확대되었다. 당연히 주문 즉시 받을 수 있는 퀵을 이용한 배송서비스도 점차 확장되었다. 

쇼핑몰의 자체배송을 포함한 다양한 배송경쟁이 촉발되면서 고객의 눈높이는 더 올라갔고, 쇼핑몰들은 그에 대응하여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 결과 이커머스 플랫폼은 고객과 적자를, 배송서비스 제공자들은 저단가 경쟁과 그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 

배송전쟁은 향후 어떤 형태로 나아갈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재 국내 택배사와 여러 배송서비스 업체들의 속도 측면에서의 서비스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어느 택배사를 이용하든 익일 도착률은 90% 이상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후 며칠 동안, 일주일 이상 배송이 되지 않는 것은 배송사의 문제가 아닌 판매자의 재고보유 여부 문제다. 실제 배송사로 출고된 이후 고객에게 도착까지는 대부분 하루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도 물품을 직접 수령하는 대면 비율도 10%가 안되고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즉 서비스품질은 결국 속도로만 판단할 텐데 그 속도는 택배사를 이용해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자체비용을 투입하여 속도를 높이는 경쟁도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자체 배송서비스를 위해 만들었던 시스템이나, 창고, 인력은 어떻게 될까? 내부에서 처리하기 위해 확장하기 보다는 점차 축소로 가지 않을까 한다. 

쿠팡맨을 계속 충원하겠다는 말과 달리 쿠팡플렉스를 통한 일반인을 활용한 배송이나, 5대광역시 외에는 타 택배사와 연계하여 배송을 하고 있는 쿠팡과 점차로 자체 물류 인프라를 줄여가고 있는 위메프를 비롯한 쇼핑몰 들을 볼 때 이미 축소는 시작되었다. 

향후 드론이나 로봇,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배송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쇼핑 플랫폼의 자체 물류 인력뿐 아니라 전체 배송서비스 종사자들의 감소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 차량 공유와 관련하여 해법을 찾지 못하고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물류 서비스에서도 머지않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기업과 노동자와 개인간의 이슈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전체 종사자 규모와 관련된 시장 규모를 생각할 때 배송의 변화로 인한 노동 이슈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조금씩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