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항체를 하나의 항체로 결합하는 이중항체 개념도. 출처=하나금융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인체는 외부로부터 유해물질이나 병원균(항원)이 체내에 유입될 시 면역반응을 통해 이를 제거한다. 항체는 특이적으로 항원과 결합해 이를 중화하거나 제거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 10위권 내 바이오의약품은 8개다. 이 중에서 7개가 항체 의약품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체 의약품 ‘휴미라’ 매출은 지난해 약 22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항체 의약품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혁신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단일항체’ 대신 동시에 두 표적을 타깃하는 ‘이중항체’ 기술이 주목된다.

항체는 Y자 형태…이중항체 기술 무엇?

항체는 구조적으로 Y자 모양으로 표현한다. 동일한 2개의 긴 단백질 사슬과 2개의 짧은 단백질 사슬로 구성된다. 네 개의 사슬이 각각 이황화결합과 비공유결합으로 연결된다. Y줄기는 2개의 단백질 사슬로만 만들어진다. V부분의 끝은 각각 긴 단백질 사슬 하나와 짧은 단백질 사슬로 이뤄져 있다. 이곳은 항원의 항원결정인자와 결합할 수 있다. 해당 부분이 항원과 결합해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 항체 기본 구조(Y형). 출처=루츠 애널리시스

이중항체는 Y자 모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기존 항체 치료제의 안정성과 표적 항원 수, 반감기 증가 등 유효성을 개선하도록 개발됐다. 이는 2개 혹은 다수의 표적을 목표로 하는 항체 의약품 기술이다. 자연계에 없는 인공항체인 이중항체는 항원결정부 2개를 표적해 항체의 특이성과 친화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중항체 신약은 100여개가 넘는 플랫폼 기술이 연구개발(R&D)되고 있지만,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를 포함한 3개의 신약만이 시판허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로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의 BiTE, 로슈의 CrossMab 등이 있다.

▲ 이중항체는 Y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를 나타낼 수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글로벌 제약사가 이중항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항암치료에 해당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점이 꼽힌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는 단독요법으로 환자에게 투여했을 시 고형암에서 치료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연구 등에 따르면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를 병용투여 했을 시 항암 효능이 높아진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 글로벌 항체 치료제 시장규모(단위 억달러). 출처=이밸류에이트파마
▲ 이중항체 치료제 시장규모 전망(단위 십억달러). 출처=루츠 애널리시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 9562억원 중 약 11~12%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전통 강자로 이중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효종연구소, 신약연구소, 기술연구소, 바이오연구소 등 5개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인력만 512명이다. 종근당은 약 990~1153억원 수준의 R&D 비용을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전통 강자 종근당, 이중항체 항암효과 확인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하면 면역관문을 조절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표적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고, 면역관문 조절 표적과 항암 특이 항원을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항체를 개발할 수도 있어 병용투여법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중항체 시장 규모가 연평균 34%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업 루츠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17년 1억8000만달러로 추산된 이중항체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9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이중항체 후보물질은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수용체 EGFR과 c-Met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CKD-702’다. 이는 경쟁약물에 비해 우수한 항암효과가 확인됐으며, GLP 독성 연구와 임상용 원료의약품 제조 공정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준과 시험법 확립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항체 의약품 생산과 관련,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볼 수 있는 마스터셀뱅크(MCB) 제조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EGFR/c-Met 이중항체 개발이 중요한 이유로는 표적항암제 활용 시 내성이 쉽게 나타나는 점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EGFR 타깃 표적항암제 ‘이레사’와 ‘타세바’는 우수한 효능에도 1년 이내에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그리소’가 개발됐듯이 c-Met 과발현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EGFR 및 c-Met 동시 타깃 이중항체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일라이 릴리에서도 해당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개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이중항체 항암신약 CKD-702는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뒀다.

한미약품, 명실상부 R&D 강자 ‘펜탐바디’ 주목

한미약품은 글로벌 헬스케어 축제로 불리는 JP모건 컨퍼런스에서 2017년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펜탐바디(PENTAMBODY)를 소개했다. 펜탐바디는 북경한미가 자체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이다.

한미약품이 당시 발표한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결과를 보면 면역항암제인 PD-1과 암세포 표적 항원인 HER2(유방암 타깃)를 타깃으로 둔 이중항체는 각각의 항원을 발현하고 있는 두 종류의 세포를 서로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는 데이터가 있다. PD-1과 PD-L1 이중항체는 각각 단일항체에 비해 암세포 사멸능력이 더 높다는 데이터가 도출됐다.

한미약품은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으로 세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PD-1‧P-L1 결합 ‘BH2996H’와 PD-1‧CD47 결합 ‘BH29XX’, PD-1‧HER2 결합 ‘BH2950’이다. BH2950에 대해서는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공동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계약이 맺어져 있다. 한미약품은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지역의 허가와 상업화를 주도하고, 이노벤트는 중국 내 개발과 허가, 상업화,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JP모건 컨퍼런스 이후 2년이 지났다”면서 “한미약품 펜탐바디 파이프라인에 대한 결과 발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전문 기업 우뚝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이 가장 잘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암세포와 면역T세포를 동시에 타깃하는 T cell engager 4-1BB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으로 4-1BB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T세포를 활성화하는 인자다. 글로벌 제약사 BMS가 개발하던 우렐루맙은 간 독성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어 임상이 중단됐지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종양미세환경에서만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는 4-1BB 이중항체를 개발 중이다.

항암제 부작용은 대개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에도 약효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면역T세포 관여 4-1BB 이중항체는 정상세포에서는 면역T세포가 활성화되지 않다가 암세포를 만나게 되면 면역T세포 활성인자인 4-1BB를 활성화시켜 항암효과를 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외에도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및 DLL4 항원 타깃 이중항체 ‘ABL001’을 보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지난해 11월 30일 미국 트리거 테라퓨틱스로 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금 6500억원에 기술수출됐다. ABL001은 올해 3분기 중에 임상 1b에 진입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또 이중항체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개발 중이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 있는 알파 시누클린(독성 단백질) 작용에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ABL301의 한 부분은 알파 시누클린을 억제해 뇌세포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게 막고, 다른 부분은 혈액뇌관문을 타깃해 약효가 이곳을 통과할 수 있게 돕는다. 이는 약효가 도달하기 어려운 뇌척수액까지 도달할 수 있게 만든다.

업계 전문가는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파이프라인들은 대부분이 전임상 단계에 있지만, 신기술 치료제는 후보물질 단계에서도 기술수출된다”면서 “추가적인 기술수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