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NK Cell)의 모습. 출처=사이언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정부가 지속해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전 세계에 2개의 주요 의약품이 출시된 ‘CAR-T 면역항암제’를 이을 4세대 항암제 ‘자연살해(NK, Natural Killer)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주목된다. NK세포치료제 개발은 GC녹십자의 자회사인 GC녹십자랩셀이 이끌고 있다. 바이오기업 엔케이맥스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임상 1상을 허가 받아 관련 항암제 개발 업계를 고무시켰다.

NK세포 치료제 뭐길래?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앞으로 진행성 암환자의 약 60%가 항암면역치료를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면역항암제는 세포치료제로 구분된다. 의약품시장 조사기업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은 2015년 40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 75억달러로 성장, 2020년까지 1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 전망(단위 억달러). 출처=프로스트&설리번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항암면역세포치료 시장은 2014년 약 74억원 규모였다. 이는 2017년 약 126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전문가는 “항체, 유전자, 면역세포를 융합한 면역치료기술이 발달하고 좋은 임상결과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과 글로벌 제약사 등은 항암면역치료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단위 억원). 출처=제약바이오 업계

주요 면역항암제는 CAR-T 세포를 활용한 의약품이다. 2017년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CAR-T 면역항암제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자회사 카이트 파마의 ‘예스카타’가 유명하다. 해당 의약품은 2018년을 기준으로 각각 7600만달러, 2억6400만달러의 매출을 나타냈다.

▲ CAR-T 면역항암제 '킴리아'와 '예스카타' 2018년 매출(단위 백만달러). 출처=각 제약사

CAR-T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에 암세포를 항원(대상)으로 인식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도입해 해당 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도록 조작된 T세포 치료제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지만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다. 표적세포를 만나면 빠르게 분열하는 T세포의 특성으로 중추신경계부종과 사이토카인 폭풍(CRS)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CAR-T 면역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로 CAR-NK 등 NK세포를 주목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CAR-NK 치료제 개발은 미국에서도 페이트 테라퓨틱스, 낭트키웨스트 등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NK세포는 종양세포와 바이러스 감염세포 등 비정상세포를 즉각 인식해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진 면역세포다. 이는 T세포와 비교할 때 기억 기능과 분열기능이 약하므로 CRS 등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분류된다. 업계 전문가는 “CAR-NK는 CAR-T 치료제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고,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NK세포는 건강한 타인의 세포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환자 본인의 세포만을 사용해야 하는 CAR-T 치료제와 비교해 제작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세포를 활용할 수 있다는 특성은 세포은행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GC녹십자랩셀, CAR 명가로부터 기술도입

GC녹십자랩셀은 2014년부터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받은 간암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서울대병원 등에서 NK세포치료제 ‘MG4101’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MG4101은 정상인(타인)의 말초혈액에서 NK세포를 분리 및 증식 배양해 제조한 세포치료제다. 해당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018년 10월 재발성‧불응성 B세포 림프종 치료 적응증 확대를 위한 ‘리툭산’ 병용투여 임상 1, 2a상 시험계획도 승인받았다.

NK세포는 고순도로 배양하는 것이 어렵고 활성 기간이 짧아 대량 배양과 동결보관을 통한 지속적인 공급이 상용화의 핵심이다. GC녹십자랩셀은 미국과 유럽, 호주, 일본, 중국 등에서 NK세포 대량생산‧보관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 관계자는 “NK세포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기술들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랩셀은 지난해 6월 캐나다 펠던테라퓨틱스로부터 NK세포에 단백질과 유전자를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190억원에 인수하는 등 NK세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R-T 세포 관련 플랫폼 기술기업으로 꼽히는 앱클론과도 협업을 강화했다. 앱클론은 단백질 발굴 시스템인 NEST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과 앱클론은 각각 보유한 NK세포 기술과 항체 플랫폼 기술을 통해 더 진보한 NK세포치료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혈액암에서 높은 효능을 나타내는 CAR-T 면역항암제 원리를 NK세포에 적용한 개념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CAR-NK는 암세포에만 결합하도록 유전자 조작된 CAR 단백질을 발현시켜 NK세포의 암살상력을 높은 형태”라고 설명했다.

엔케이맥스, 고순도 분리‧배양 한계 극복 중

체외진단키트 전문기업 에이티젠과 합병이 결정된 NK세포치료제 개발 바이오기업 엔케이맥스는 최근 FDA로부터 NK세포치료제 ‘SNK-01’의 임상 1상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엔케이맥스는 슈퍼 NK라는 기술을 통해 기존 NK세포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엔케이맥스 관계자는 “특허받은 배양법으로 NK세포를 1000~1만배 증식, 생산한다”면서 “1회 공정으로 500회 이상의 투여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NK세포의 살상능력을 극대화한 것도 주목된다. 엔케이맥스 관계자에 따르면 슈퍼NK는 여러 면역세포 중에서 98%의 고순도로 NK세포를 분리할 수 있다.

미국에서 진행하는 임상 1상은 기존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암환자 9명을 대상으로 환자 체외에서 배양한 SNK01의 용량별 안정성을 주로 평가한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임상 연구와 일본 협력병원을 통해 암환자에게 투여한 다수의 치료사례에서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아 미국 임상 1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식약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 2a상을 승인 받아 환자 18명을 3개 그룹군으로 나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비교 투여, 병용 투여, 고용량 병용 투여를 진행하고 있다.

순항 중인 임상에 기반을 둔 에이티젠‧엔케이맥스는 합병 후 활용할 사명을 엔케이맥스로 정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티젠이 체외진단키트 등으로 즉시 판매 수익을 내 현금창출원으로 사업 운영에 기여하고, NK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엔케이맥스가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에이티젠 관계자는 “엔케이맥스와의 합병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면역세포치료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젠 시가총액은 약 3600억원, 엔케이맥스의 시가총액은 약 1500억원이다. 단순 합산 시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5100억원이지만,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두 기업은 합병 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합병 엔케이맥스의 기업가치는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