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우리나라 주방의 밥솥을 책임지고 있는 양강 쿠쿠와 쿠첸이 밥솥이 아닌 생활가전 제품 개발·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밥솥 보급률이 95%를 넘어간 가운데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양사는 일찌감치 전기레인지,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새롭게 성장한 가전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엔 식기세척기와 인버터 레인지 등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제품군을 생산하는 모양새다.

▲ 쿠쿠, 쿠첸 CI. 출처=각사

생활가전 제품 영역 점점 늘어나

쿠쿠는 지난 13일 자사의 첫 번째 식기세척기 마시멜로를 출시했다. 마시멜로는 360도 고압·고온수 살균세척이 특징이고 13kg용량의 3인용으로 작은 사이즈의 식기세척기다. 이용자는 세척, 살균,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 쿠쿠 마시멜로 식기세척기. 출처=쿠쿠

식기세척기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제품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2018년 10만대에서 올해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실제로 전자랜드의 경우 올해 1분기 식기세척기 판매량이 2018년 1분기 대비 225%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식기세척기 사용이 보편화된 북미·유럽과 다르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전기레인지, 건조기처럼 해외에는 보편화 됐지만 국내에선 좀처럼 쓰지 않던 제품군이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둔 전례가 이어지고 있다. 신혼부부의 맞벌이 비율 증가 등도 식기세척기 보급에 긍정 영향을 준다.

이 같은 추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식기세척기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2인용 식기세척기를 선보인 이후 6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4인 이하 가구에 최적화한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내놓았다. LG전자는 지난 3월 말 디오스 식기세척기를 출시했다.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SK매직이다.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으로 파악된다. SK매직이 주도하는 시장에 타 기업들이 속속 가세하는 형국이다.

▲ 쿠첸, ‘인버터 복합레인지’ 출시. 출처=쿠첸

쿠첸은 인버터 레인지 시장에 진입했다. 쿠첸은 지난달 첫 번째 전자레인지 제품 인버터 복합레인지를 출시했다. 인버터 복합레인지는 인버터 방식의 전자레인지다. 스마트센서, 듀얼쿡 기능 등을 갖췄다. 스마트센서 모드를 활용하면 1인분 밥짓기, 파스타, 라면, 물만두, 돼지고기 김치찜 등의 요리가 가능하다. 일정 분량의 음식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센서가 습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세팅해줘 필요한 양만 그릇째 조리할 수 있다.

인버터 레인지의 차별점은 조리 방식이다. 기존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가열할 때 출력의 세기가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음식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영양 손실도 발생한다. 반면 인버터 방식은 일정한 온도로 음식을 가열해줘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냉장·냉동보관된 음식도 수분과 영양 손실을 최소화해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쿠첸이 인버터 전자레인지를 내놓은 것도 시장 성장 가능성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쿠첸 관계자는 “인버터 레인지는 온도 편차 없는 조리를 통해 수분과 영양 손실을 최소화 해주기 때문에 일반 방식의 전자레인지보다 큰 장점이 있다”면서 “요즘 소비자들이 냉동식품과 간편조리 식품 등 이용이 늘어나며 앞으로도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도 이유? 쌀 소비량 줄고 밥솥 보급률 높고

국내 밥솥 시장은 쿠쿠와 쿠첸의 과점 시장이다. 두 업체의 실적과 행보가 곧 우리나라 밥솥 시장의 현주소다. 

양대 밥솥 업체가 신성장 동력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쌀 소비량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업체 모두 밥솥 매출이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1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7년의 61.8kg보다 1.3% 줄어든 수치다. 국내 쌀 소비량은 1980년대 이후 대체로 감소세를 보였다. 1988년인 122.2kg와 비교하면 현재 국민의 쌀 소비량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 전기밥솥 보급률은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밥솥 보급률이 높은 가운데에도 밥솥 업체는 기술 혁신으로 IH압력밥솥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며 살길을 모색해왔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1위 쿠쿠의 밥솥 매출 추이를 보면 주력 상품인 IH압력밥솥의 2018년 매출(2976억원)은 지난 2015년(3197억원)보다 낮다. 하위제품군인 전기보온밥솥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지속 감소했다. 열판압력밥솥은 매출이 소폭 등락하는 모습이다. 쿠쿠는 국내 전체 밥솥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 출처=DART
▲ 출처=DART
▲ 출처=DART
▲ 출처=DART

쿠첸의 경우 지난해 IH압력밥솥 매출(1166억원)이 2015년(601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2016년(1413억원)과 비교하면 감소했다. 열판압력밥솥과 일반밥솥도 비슷한 상황이다. 반면 전기레인지 매출은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 출처=DART
▲ 출처=DART
▲ 출처=DART
▲ 출처=DART

밥솥 업체의 외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비자는 웃는 반면 기업들은 긴장하며 신제품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