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발표일을 26일로 예상하는 한편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를 두고 "현재로는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토스가 금융주력자가 되면 토스뱅크의 꿈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청신호다.

▲ 토스뱅크 청신호가 들어왔다. 출처=토스

토스뱅크, 험난한 길
지난 3월 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정국이 시작될 당시 네이버 등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 업계에서는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막판 대혼전세를 보이며 판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키움뱅크는 상대적으로 무난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당시 고배를 마셨던 SK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와 협력해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했으며.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다면 키움뱅크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것으로 봤다. 키움증권은 14년째 주식시장 점유율 1위(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비대면 계좌개설 수에서도 1위를 달성하고 있다. 국내 1세대 ICT 벤처기업인 다우기술이 모기업이며, 다우기술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등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후 하나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핀크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핀테크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운 후,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꿈을 이룬다는 각오다. 주주총회를 통해 김석동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신규 선임하며 핀테크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김 사외이사는 금융위원장 출신이다.

진영도 커졌다. 롯데멤버스와 투게더펀딩 등 다양한 주주들이 속속 합류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는 롯데멤버스의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인프라와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각오다. 롯데는 한 때  일본의 세븐뱅크 모델을 기반으로 자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하며 피에스넷을 인수하는 등 핀테크에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키움뱅크와 함께 유통 기반의 새로운 혁신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전국의 ATM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엘포인트 노하우도 적극 살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 키움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통과를 낙관하는 이유다.

문제는 토스뱅크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와 하나금융지주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과 협력해 키움증권 등의 손을 잡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꾸린 후, 토스는 신한그융지주와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신한이 발을 뺐다. 두 회사는 "양사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 및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면서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양사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기는 계속됐다. 현대해상 등 기존 컨소시엄 참여군들도 속속 발을 뺐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스는 3월 22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과 포용의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다. 비록 예비인가 신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기존 컨소시엄 구성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으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완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글로벌 VC를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합류시키는 한편, 한화그룹 계열 종합자산관리회사인 한화투자증권과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 베스핀글로벌이 극적으로 합류했다.

신한과의 결별 후 크게 흔들렸으나 글로벌 VC 등과 협력, 토스뱅크의 꿈은 햔재 진행형이 됐으나 업계는 크게 두 가지 리스크를 경고했다. 바로 금융주력자 인정 여부와 키움뱅크와의 경쟁이다.

토스는 예비인가를 신청하며 자사를 금융주력자로 위치,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전자금융업자인 토스가 금융주력자가 될 수 있는지는 이견이 많았다.

만약 비금융주력자가 된다면 최대 34%의 지분만 확보할 수 있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정상적인 토스뱅크가 가동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토스뱅크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바로미터로 봤다. 여기서 최 위원장이 22일 동아줄을 내려준 셈이다. 최 위원장이 아직 '이견은 있으나' 토스를 금융주력자로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 중요한 이유다.

키움뱅크와의 경쟁도 제3의 방식으로 해결될 길이 열렸다. 현 상황에서 키움뱅크는 무난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토스뱅크도 동시에 '합격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길 수 있다는 업계 내외부의 '신호'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뱅크가 ICT와 금융의 만남이라는 본 취지와 달리 증권과 은행의 결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에서, 진정한 인터넷전문은행을 키우기 위해 토스뱅크도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이승건 토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토스

4개 인터넷전문은행 시대 열릴까
예비인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동시에 등판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포함해 4개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4개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열리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며, 그 연장선에서 케이뱅크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증자를 통해 KT가 대주주로 올라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황창규 회장에게 제기된 비리, 횡령 등 법적 책임이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이다. 5년 내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없어야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 직장인K대출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난맥상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한 불은 껐다. 15일 이사회를 열어 전환 신주 약 823만5000주,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보통주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환 신주 발행을 통해 약 412억원 규모의 증자를 브리지 차원에서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는 "일부 기업들과 신규 주주 참여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확정 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면서 "1월부터 추진하고 있던 기존 유상증자는 잠정 중단하고, 추후 신규 주주사 영입 상황에 따라 새로 이사회를 열어 규모 및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서비스가 다운되는 등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많다.

최 위원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케이뱅크가 순조로운 증자를 하지 못하는 현실에 우려가 많다"면서 케이뱅크의 자본 건전성을 걱정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카카오뱅크는 다소 가벼운 행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5 단독부는 14일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에서 계열사 5곳을 누락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결과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는 것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의 호재다. 최근 은산분리 기조 완화에 힘입어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카카오는 증자를 통해 대주주로 올라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연장선에서 김 의장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며 카카오의 최대주주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