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혁신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은 S&P 500 지수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을 크게 상회했다.    출처= Podi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혁신적 기업들이 안일함과 정체 속에 빠져 있는 기업들보다 더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 기업들이 얼마나 더 나은 성과를 내는지를 안다면 여러분은 아마 더 놀랄 것이다.

노무라(Nomura) 인스티넷 자회사의 한 전략가가 집계한 지수에 따르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은 지난 해 25%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S&P 500 지수 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해당되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수익률 19%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지수는 인스티넷의 양적투자전략 책임자인 조셉 메즈리히가 고안했다. 우선 러셀 1000 기업들을 조사했고, 각 산업의 유사한 기업들에 비해 이들 회사들이 총 자산가치 대비 얼마 만큼(퍼센트)의 돈을 연구 개발비에 쓰는지에 따라 가중치를 매겼다.

메즈리히의 '혁신지수'는 장기 트랙으로 봐도 기록이 대단하다. 지난 10년, 20년, 거의 40년 동안 시장을 넓혀 봤을 때에도 1위를 차지했다. 1990년 이후 S&P 500은 평균 10%의 수익률을, 나스닥 100은 15.6%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혁신지수는 평균 20%를 넘었다.

메즈리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결과는, 투자자들은 주로 자사주 재매입을 위해 돈을 쓰는 회사보다는 새로운 상품과 성장 방법을 끊임없이 찾으려는 회사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혁신적이 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더 살 것인지 연구에 투자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지요."

▲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시리얼로 널리 알려진 켈로그는 시리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단백질 바, 견과류 스프레드 등 다른 식품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처= Stockwinners

규모 작을수록 더 혁신적

물론 혁신지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기술 회사들이다. 퀄컴, 주니퍼 네트워크(Juniper Networks), 파이어아이(FireEye),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WDC), 시만텍(Symantec) 같은 회사들이 탑 10에 속해 있다.

이들 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대형 기술 회사들을 모두 앞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대형 기술 회사들은 혁신지수 탑 10에 끼지 못했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더 크고, 인수와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자원을 가진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일 수밖에 없다. 퀄컴은 반도체 칩 거인 인텔과 경쟁하고 있고 주니퍼 네트워크도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시스코(CSCO)와 경쟁해야 한다. 인텔과 시스코는 모두 다우 지수에 속해 있다.

혁신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냐

예를 들어, 식품 산업을 살펴보자. 메즈리히는 반대 방향으로 간 두 회사를 언급했다. 그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를 뜨는 해에,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를 지는 해로 비유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신제품 개발보다는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췄고 비욘드 미트는 급성장하는 식물성 기반 고기 시장의 선두주자다.

"한 회사는 혁신에 투자했지만 다른 회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비욘드 미트는 아직 신생 회사이기 때문에 혁진 지수에 포함될 수 없다. 이 회사는 최근에 상장됐다. 그러나 기존 회사들 중에서도 혁신지수 상위 20위 안에 든 회사가 있다. 바로 켈로그(Kellogg)다.

켈로그는 2017년에는 인기 단백질 바 알엑스바(RXBar)를 만드는 스타트업 시카고 바 컴퍼니(Chicago Bar Company)를 인수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포장 시리얼로 널리 알려진 회사지만 이제 시리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단백질 바, 견과류 스프레드 등 다른 식품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즈리히는 켈로그의 그런 노력이 이 회사의 주가를 크래프트 하인즈나 캠벨 수프(Campbell Soup) 등 비좁은 슈퍼마켓 시장 안에서 고전하고 있는 다른 식품 회사들의 주가보다 잘 유지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 트랙터 제조에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한 전통적 산업회사인 농기계업체 애그코(AGCO)는 혁신 지수 4위에 올라 있다.   출처= Assembly Magazine

전통 산업 회사도 혁신 대열에

메즈리히는 혁신지수를 만들면서 그가 발견한 가장 큰 놀라움은, 그 안에 정말로 많은 오래된 전통 산업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혁신 지수에 포함된 회사 들 중에는 기술 하드웨어 회사보다 기초 재료 회사의 비율이 더 높다. 그리고 자본재 회사들이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많다.

농기계업체 애그코(AGCO)는 혁신 지수 4위에 올라 있다. 대형 경쟁사인 디어(Deere)가 최근 트랙터 판매 부진과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애그코의 활약은 더욱 의미가 있다. 올해 디어의 주가는 10% 폭락했지만 애그코늬 주가는 20% 상승했다. 애그코는 트랙터 제조에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했고, 이용해 트랙터 제조를 도왔고 터치스크린 태블릿으로 조작할 수 있는 콤바인도 개발했다.

이 외에도 혁신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놀랄 만한 전통 산업 기업들 목록에는 석유첨가제 회사인 뉴마켓(NewMarket), 크레인 및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테렉스(Terex), 엔진 제조업체인 커민스(Commins) 같은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