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시작하는 한편 글로벌 민간 드론 시장의 강자 DJI에도 견제구를 던져 눈길을 끈다.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화웨이 제재 방침을 유예한 상황에서 또 다른 중국 IT 강자 DJI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는 분위기다.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화웨이 압박 최고조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후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때리기는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장 화웨이의 최신 안드로이드 접근을 막는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화웨이는 비상이다. 자국 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던 고객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애플을 잡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던 화웨이의 거침없는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자체 운영체제 훙멍을 공개하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인텔과 퀄컴 등이 화웨이에 대한 칩 및 부품 공급 중단에 돌입하는 대목도 부담이다. 5G 전략의 차질이 불가피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6개월간 화웨이에 대한 제재 유예에 나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제재가 본격화되면 화웨이에 칩과 부품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의 피해도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유연한 대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는 ‘물러서지 않는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런 창업주는 지난 18일 미중 무역협상 결렬 후 일본의 아사히 신문 등과 연이어 인터뷰하며 “(미국의 압박 영향은) 부분적일 것”이라면서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바다, 타이젠의 실패 사례가 회자되고 있으나 '우리는 다르다'는 전의를 불태우며 훙멍 운영체제 적용에 자신하는 한편 3개월 분량의 칩 보유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에게는 남은 3개월이 중요하다. 비축되어 있는 3개월 분량을 소진하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도 나설 전망이다. 특히 TSMC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이라는 팹리스 자회사를 통해 TSMC와 협력하고 있으며, 만약 인텔과 퀄컴으로부터 칩과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 TSMC에 물량을 의존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최악의 상황이며, TSMC라는 카드를 통해 인텔과 퀄컴 등과 협상에 있어 비교우위를 보이려는 행보가 유력하다.

문제는 대만의 TSMC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며 양안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만이 미국에 의존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면 화웨이의 우군인 TSMC의 입지가 모호해진다. 화웨이가 TSMC 카드를 맹신할 수 없는 이유다.

스마트폰 측면에서는 빠르게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화웨이는 이 기간 안드로이드에 대한 충실한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중국 진출을 원하는 구글과 접점을 찾으려 노력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은 곧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며,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큰 틀에서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문제 해결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으며, 오로지 중국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에 모든 것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 유예를 결정했으나 당분간 최고수준의 압박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국내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스마트폰 측면에서 안드로이드를 떠나야 하는 화웨이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 중국 내부에서 애플 아이폰 불매 운동이 나오는 장면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큰 호재가 아니지만, 화웨이가 흔들린다는 측면에서는 나름의 이익이 있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통신업계는 울상이다. 특히 화웨이와 협력하는 LG유플러스는 기지국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강원에 화웨이 5G 장비를 구축했으며 지난 4월 말 기준 2만개의 기지국을 구축했으나 이는 SK텔레콤과 KT와 비교해 약 1만개 적은 수치다. LG유플러스는 다만 "기지국 장비를 구축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추가 이슈에 대해서도 잘 방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에 이어 DJI까지...중 희토류 카드 만지작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유예 방침을 선언했으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가운데, 최근 중국 드론 업체인 DJI에 대한 압박에도 나섰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에 보내고, 중국 정부가 여기에 접근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백도어 논리와 비슷하다.  CISA는 이를 두고 "기관 정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CISA는 특정 드론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 DJI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DJI는 즉각 "우리 기술은 안전하다"고 반박했으나, CISA는 자국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드론을 구입할 경우 신중해야 하며 인터넷 장비를 꺼야 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국가 안보라는 프레임을 통해 화웨이에 이어 DJI까지 번지는 가운데,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전략 무기화는 미중 무역협상 결렬 당시부터 회자됐다.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2일 SNS를 통해 희토류, 미국 국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단 미국 국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진 부원장은 중국이 2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한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일각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볼모로 날을 세웠으나 결국 패배한 전적이 있다. 자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은 준수한 카드지만 역시 제한적인 영향력만 발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역효과가 우려된다.

중국이 미국 압박에 나설 경우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희토류 전략 무기화다. 반도체와 태양광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는 중국이 절대적인 생산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중국은 10만5000톤의 희토류를 생산해 수출했으며 현재는 15만톤이 넘는 수출량을 자랑,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5% 이상이다. 다양한 ICT 기술의 재료인 희토류는 ‘첨단 기술의 비타민’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인프라며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영토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금지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되며 희토류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지난 2월부터 가격이 30% 폭등했으며, 미국도 희토류를 생산하고 있으나 그 양이나 질적 측면에서는 중국의 존재감을 따라올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관세 폭탄 정국에서도 희토류는 모두 제외될 정도로 민감한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진핑 주석이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관련 시설을 시찰한 장면에 시선이 집중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 무기 카드로 쓸 경우 글로벌 ICT 전자 업계가 혼돈속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이를 전략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