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시진핑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유사한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유형의 지도자이다. 이제껏 미국을 이끈 이전 44명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통틀어 봐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한 리더는 없었다. 유일무이하다.

중국의 지도자를 대하는 것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담대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야 말로 보통 사람이 아니다. 덩샤오핑 이후 관행으로 굳혀진 10년 임기를 깨뜨리고, 장기집권 체제를 굳혀나간 중국 내 최고 강자이다.

그런데 진짜 힘을 겨룰 생각이 있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시진핑 주석을 일방적으로 구석으로 몰아친다. 적당한 수준의 타협이나, 상대를 배려하는 양보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힘이 더 세면, 그냥 나를 무너뜨리라는 식이다.

2019년 5월 19일 일요일 저녁,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런 사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초강대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물론, 중국 인민들이 다 들으라고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큰 경쟁국가”라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지켜보는 한 중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world’s top superpower)으로 부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과의 무역전쟁 진행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덧붙였다. 또 “고율의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철수하고,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나라들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맺을 무역· 통상 합의는 ‘절반의 합의’에 머물 수 없다.”며, “미국의 요구사항을 완전히 받아들일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이제 시진핑 주석이 대답할 차례이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와 아베 신조 총리

상대 국가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도자를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동반자적 경쟁관계임을 느낄 수 있는 중국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동구권과 구소련 붕괴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쓰히로 총리가 보여준 론야쓰 우정이 재연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냉전을 넘어, 설전의 시대로 접어든 동서 갈등의 시대, 레이건 대통령은 구소련으로부터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한 것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의 존 F. 케네디로 불리던 나카소네 총리와 브로맨스라고 불릴 정도의 우정을 과시했다. 대 중국 견제 장치였다.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서 시진핑 주석을 고립시키는 외교 행보를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가 호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 최고의 정치 가문 출신으로, 최연소 최장 총리의 기록을 갖고 있는 아베 총리는 미중 갈등이 일본에게는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선이 확정된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식이다. 이 기회에, 아베 총리는 미일 무역협상, 북일 정상회담, 7월 참의원 선거, 헌법 개정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조를 논의할 듯하다.

5월 21일 화요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5일 토요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일을 통해 굳건한 미일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환대 준비에 분주하다.

 

북한 비핵화와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깊이 신뢰한다. 이런 정서는 아베 총리에 대해서 갖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한반도 정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문재인 대통령이 해온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왔다. 2017년 11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 3척이 공동훈련을 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그런 긴장 상황을 반전시킨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20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최고위층 인사를 참석시켰다.

미국의 국제정치적 전략에 관해 무심한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독자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직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문재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로 표현했던 것은 상기할 만한 일이다. 네고시에이터는 과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과거에 협상가 역할을 해본 적 없던 문재인 대통령. 타임은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미리 적시했던 것이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속내가 드러난 것은 한국의 대북 지원에 대한지지 의사 표현이다. 5월 18일 일요일, 미국의 소리 방송은 미국 국무부가 한국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열흘 전인 5월 8일 수요일, 한미 정상 간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을 미국 국무부가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었다.

시진핑 주석, 아베 총리 모두 자국 이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말 그대로 자신에게 부여된 북미 간의 네고시에이터 역할을 감당한다. 전쟁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당장 북한을 쓸어 엎으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전쟁을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6.25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치 않는 듯하다. 그래서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

 

5곳의 북한 핵시설과 김정은 위원장

북한 비핵화는 이제 김정은 위원장의 몫이 되었다.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비핵화 결정권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만 남았다.

6자 회담까지 폭을 넓힌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 보장을 목적으로 북미 간의 대화의 틀을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으로까지 확대하려 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은 단호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은 분명했다. 6자 회담 반대와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접근 부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유를 밝혀서 주목받고 있다. 5월 19일 일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핵시설이 5곳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 중 1, 2곳만 없애기를 바랐지만, 미국은 5개 모두 없애기를 바랐기에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밝힌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북한이 핵시설 전부를 없애지 않는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FFVD)를 원한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2차례에 걸쳐 쏘아올린 발사체 실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하여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하다. 비핵화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