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전환에 일단 제동이 걸린 KT 입장에서는 3G 전환에 대한 사내외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한 마음으로 나서는 직원들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터이다. 현장에서 고객들과 직접 부딪히며 3G 전환을 이끌어낸 직원들의 고군분투기가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KT의 2G(PCS) 서비스 종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KT 2G서비스 이용자들이 2G 서비스 중단을 정지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을 상대로 낸 서비스 중단 승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방통위는 물론 8일 0시를 기해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LTE 서비스를 개시하려던 KT로서는 전혀 예상 밖의 결과였다. 방통위와 KT가 8일 즉각 항고했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 가입자가 지난 13일 각각 50만, 40만을 돌파하는 상황에서도 KT 2G는 지속됐다.

LTE 서비스 차질은 단말기·유통 전략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 LTE 로밍(SKT)과 제주도 LTE 체험단(LGU+) 등 경쟁사의 LTE 마케팅 속, KT는 지난 16일, 경쟁사가 LTE용으로 내놓은 ‘갤럭시 노트’와 갤럭시S2 HD LTE, 베가LTE M의 3G 요금제 가입을 이달 19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한 달간 허용, 맞불을 놓았다.

이런 가운데, KT가 내부용으로 제작해 전체 직원들과 공유한 책자 하나가 화제다. 지난달 펴낸 ‘2G 전환을 위한 현장의 눈물겨운 감동 스토리’가 그것으로, 2G 종료를 위해 발로 뛴 200개 현장 기록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수기집에서 직원들 하나하나는 무응답과 욕설 등에도 불구, ‘3G 전환’을 이끌어 냈을 때의 기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회사 입장에서는 ‘2G 종료’가 절대 목표이겠지만, 이들에게는 늘 대하는 이웃과의 교감 결과였던 셈이다.

경남마케팅단 양산지사 CER팀에 근무하는 김인식 과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한쪽만 청각 보조장치를 시술한 상태였다. 2인 1조로 실시한 3G 전환에서 운전을 맡겼지만, 열정적인 고객 설득으로 다수의 3G 전환을 이끌어냈다. 김 과장의 사연은 동료가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말 못 하는 부모님과 불효자를 연결해준 전북마케팅단 남원지사의 김충식씨는 3G 전환을 통해 스스로 격려를 받았다고 전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아들의 2G 전화를 3G로 교체하면서 부담 없는 요금제로 부모님과 영상통화까지 실현, 농아 부부의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과 대화하며 적었던 종이쪽지가 김충식씨에게는 이후 용기와 힘을 주는 ‘비타민’이 됐다.

직원들의 끈기가 3G 전환을 이뤄낸 사례도 다수다. 경남마케팅단 통영지사에서 근무하는 신종호씨. 활어업에 종사하는 사장님 명의로 된 2G폰 실제 이용자는 조선족으로, 국내 들어왔을 때만 잠깐 사용하곤 했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와도 바로 중국으로 간다고 했지만 안부전화와 중국 배 도착 일정 체크를 거듭한 지 16일째, 마침내 새벽 4시 폭우를 뚫고 입항하는 중국 배를 기다려 3G 전환을 이뤘다. 배 도착 후 하역 작업을 도운 1시간은 덤이었다. 신종호씨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한 선장님 말씀에서 영업의 보람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KT를 고발한다던 2G 고객의 3G 전환 성공 사례도 담겼다. 전북마케팅단 전주지사의 신수경씨는 “직원들을 내세워 집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KT 고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며 112 신고 위협을 일삼은 고객을 2주일째 방문, 결국 아이폰 전환을 이뤄낸 내용을 소개했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통하지 않는 고객은 없다는 확신을 다시 얻게 됐다는 게 신수경씨의 고백이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