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스킨푸드’가 새 출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발표하고, ‘대국민 사과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던 스킨푸드가 다시 로드숍 시장에 발을 들이자 주목하는 모습이다.

스킨푸드의 새 진출은 업계 큰 관심사다. 최근 뷰티 트렌드는 단일 브랜드숍에서 H&B스토어로 옮겨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10월 ‘세포라’가 국내 상륙을 확정지으면서, 경쟁사 로드숍 이외에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 스킨푸드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대국민 사과문. 출처=홈페이지 캡쳐

먹지 말고, 내 ‘사과’를 받아줄래요?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스킨푸드는 과일과 채소를 원료로 삼아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란 콘셉트로 에뛰드 하우스, 미샤, 더 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1세대 로드샵 화장품 시대를 이끌었다.

이후로는 굴곡이 많다. 로드숍 화장품 업계의 경쟁이 과열되고, 중국의 사드, ‘노세일(No Sale)’ 원칙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뒤늦게 타 로드숍 브랜드와 똑같은 세일 대란에 참여했지만 브랜드 신뢰도는 점점 잃어갔다. 노세일 전략을 바꾼 뒤에는 이미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스킨푸드는 지난해 10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바 있다.

최근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공식 홈페이지에 새로운 행보를 예고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기 때문이다. 스킨푸드는 사과문에서 “피부에 양보 드리지 못한 죄, 사과드린다”면서 “일시적인 차질을 주어 국민 여러분의 피부관리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스킨푸드는 망하지 않았음에도 망했다는 소문으로 사재기와 쟁임을 동요해 금전적 부담을 안겨 드린 죄,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사과문은 기업의 마케팅 효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킨푸드가 SNS를 통해 고가의 랩탑, 이어폰, 자사 화장품 세트 등을 경품으로 건 퀴즈 이벤트와 반값 파격 세일로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NS에서 게시글을 공유하는 이벤트를 내건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21일을 기준으로 인스타그램 #스킨푸드 해시태그는 5만개를 넘어섰다.

화장품 전 품목에 대해 최대 50% 세일을 진행하는 대목도 관심을 끌고 있다. 50% 세일 대상 품목은 37개이며 40%, 30%, 20% 할인 대상 품목은 각각 1개, 54개, 6개다. 스킨푸드의 인기 제품이었던 블랙슈가 시리즈도 이번 세일에 포함됐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스킨푸드하면 노세일 전략으로 유명한데, 이번 스킨푸드가 경영정상화를 이루면서 감사 세일 이벤트로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면서 “이벤트 기간이 끝나고 다시 옛날에 고수하던 노세일 정책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 스킨푸드의 인기라인이었던 '블랙슈가 퍼펙트 첫세럼 2X 에센셜' 제품. 출처=스킨푸드

로드숍 시장, 새바람 불어올까?
다시 돌아온 스킨푸드에 대해 업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 모습이다. 침체되고 있는 로드숍 시장 속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반응과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기업의 재진출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또한 점점 커지는 H&B스토어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매장은 설자리는 더욱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스킨푸드는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와 MOU 체결을 마쳤으며, 다음 달 중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관계인집회가 7월 말 열릴 계획으로, 만약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 동의 요건이 충족되면 법원의 최종 인가를 거쳐 회생계획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스킨푸드와 자회사 아이피어리스 매각 대금을 1000억원을 추산하고, 채권자들에게는 400억원가량이 변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스킨푸드 매장 내 모습. 출처=스킨푸드

경영환경은 여전히 좋지 않다. 조윤호 전 스킨푸드 대표와 일부 임원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형사 고소 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조 대표가 스킨푸드를 법인사업자(가맹사업)와 개인사업자(온라인 쇼핑몰) 두 가지 형태로 등록한 뒤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직원 월급, 물류비용 등은 법인이 부담하게 하고 발생하는 수익은 개인사업자인 조 대표가 챙겨왔다는 게 채권단의 주장이다.

이에 지난해 스킨푸드 채권단은 조윤호 대표 등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해달라며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조 전 대표는 관리인 지위를 잃은 상태로 경영에서 배제된 상태로, 조 전 대표의 공식 해임 절차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스킨푸드 측은 “MOU 체결을 통해 회사가 정상화됨에 따라 앞으로 임직원 전원이 대한민국의 미를 최우선 가치로 화장품 사업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를 고를 수 있는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 H&B스토어의 고성장세와 세포라까지 입점이 확정된 상황이다”면서 “스킨푸드의 재진출은 로드숍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지 몰라도 그 기간이 짧고, 아마 소비자들은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H&B스토어 눈을 돌릴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