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과천점 노브랜드 매장. 출처= 이마트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대형마트 양대 산맥인 이마트·롯데마트가 특정 상품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전문 매장들의 수익성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대동소이한 제품으로 경쟁하며 고객 수요를 창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가운데 업체별 솔루션에 시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영업손실 악화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 이마트 전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1793억원) 대비 45.9%나 증가한 261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76억원에서 3배 확대된 227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시장 입지를 넓히기 위해 신규 전문점을 공격적으로 출점함으로써 높은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매장 설립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들을 회수할 만큼 점포 개수를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마트 주요 전문점 매장 수는 21일 현재 기준 285곳에 달한다. 이마트 주요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매장은 210곳에 달한다. 노브랜드는 통상 브랜드 가치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등 추가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은 좋은 가성비 상품을 취급한다는 목표로 출범됐다.

체험 테마형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와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증명된 영국 헬스&뷰티 브랜드 부츠 등 두 브랜드의 매장도 34곳씩 운영되고 있다. 식품 외 일상용품을 주로 취급하는 만물상 개념의 디스카운트 스토어(discount store)로 시장 관심을 모은 삐에로쑈핑은 7호점까지 개설된 상태다.

전문점 사업이 아직 성장 초반 시기에 머무는 가운데 올해 브랜드 출범 4년째를 맞은 노브랜드의 경우 그나마 수익성이 확보된 상태다. 이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018년 기준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6년 7곳, 2017년 92곳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브랜드는 이 같은 양적 성장에 힘입어 2016년 8월 1호점이 설립된 후 2년 7개월 만인 올해 3월 손익분기점(BEP)을 처음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노브랜드 외 브랜드 매장의 확장 규모는 사실상 미미하다. 이마트는 작년 하반기 전문점 출점에 집중해 106개의 전문점 신규 매장을 개장했다. 2017년 말 기준 노브랜드 매장 수가 92개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증가한 전문점 신규 매장 수치 대부분을 노브랜드가 차지한 셈이다.

롯데마트, 14개 특화 브랜드의 ‘비식품류’ 성장세 주춤

롯데마트는 이마트와 달리 PB 등 특화 브랜드의 별도 매장을 출점하지 않고 기존 대형점포 내 입점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특화 브랜드별 영업실적이 롯데마트 실적에 포함되고 있지만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 할인점 사업부(롯데마트)의 지난 1분기 국내 매출액은 1조245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260억원) 대비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60억원) 대비 48.9% 증가한 9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두자릿수로 크지만 금액으로는 30억원 밖에 늘어나지 않은데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0.7%에 불과하다.

1분기 매출액에서 특화 브랜드가 주로 입점해있는 일상생활용품, 패션 등 비식품류 상품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롯데마트에 입점한 주요 특화 브랜드에는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 생활용품 매장 해빗, 가정주방용품 전문 매장 룸바이홈 등이 있다. 이들은 방문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거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오프라인 대형마트 시장의 전환점을 제시한다는 포부 아래 출범한 브랜드들이다.

롯데쇼핑 ‘2019년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존점의 매출 증가폭(신장률)이 전년대비 3.6% 줄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지만 그 증가폭은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한 규모보다 적다는 의미다.

과일, 채소, 건식품 등 ‘신선1’ 부문 매출 신장률이 –2.1%로 집계되고 축·수산물 등 ‘신선2’ 부문은 4.2%를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이에 비해 홈 퍼니싱(-3.9%), 취미&패션(-13.3%), 브랜드의류(-12.5%), 토이저러스(-18.3%) 등 비식품류 품목에서는 신장률이 악화됐다.

두 업체가 오프라인 매장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 매장에 비용을 쏟고 마케팅에 주력하는 등 분투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매장이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현재와 같은 차별화 전략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는 가격 경쟁에서는 온라인 채널에 밀리고 있으며 가정간편식 등 최근 소비 트렌드 선점에 있어서는 편의점이나 배달 플랫폼에 뒤처지고 있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실물 체험, 브랜드 입점 및 물량 조달 능력 등 대형마트 고유의 강점은 여전히 시장에 유효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 점포 운영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등 업태를 혁신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롯데마트 내 입점한 주방가정용품 전문 매장 룸바이홈 전경. 출처= 롯데쇼핑

이마트·롯데마트, 전문매장 운영 효율 강화·차별 컨텐츠 확대

이마트는 전문 매장을 최근 제2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 못지 않은 중요도를 부여하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 매장이 기존 대형점포에 비해 틈새시장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추구할 수 있어 고객의 특화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시장 입지를 확보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을 통해 전문매장의 성장성이 입증됐지만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정리해나갈 계획이다. 이마트는 앞서 1분기 전문매장 8곳을 폐점했다. 한편 향후 입지가 좋은 부지를 선정해 전문매장을 출점하는 등 양적 성장에도 공들일 방침이다.

전문 매장이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제공하는 곳인 만큼 해당 매장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의 경우 오락실이나 야구 배팅 시설 등 콘텐츠들을 적극 운영하고 늘리는 등 전략으로 남성 성인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해나갈 계획이다. 삐에로쇼핑은 수많은 상품군들 가운데 방문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에도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문 매장은 A라는 상품을 구매하러 온 손님에게서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며 “온라인 거래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특화 매장은 기존 대형 점포 내에 입점해있기 때문에 고객 수요나 실적 등 사업 여건의 변화에 비교적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입지 선정, 인테리어 등 운영 환경 재정비에 대한 부담이 적고 점포 면적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서다.

롯데마트는 이 같은 조건을 토대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매장을 증설하거나 신규 입점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기존 실적이 부진한 비식품류 매장의 면적을 축소시키고 고객 이용률이 높은 식품류 매장의 면적을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분야를 불문하고 경쟁력 있는 핵심(key) 컨텐츠를 입점시킴으로써 새 수요를 창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 2만6000개에 달하던 재고관리코드(SKU)를 1만6000개로 압축해 표준화시킬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상품 수를 1만개 가량 줄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구강청정제 상품군에 기존 10개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이 가운데 매출이 낮은 브랜드 상품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반대로 현재 매장에서 구매할 수 없는 브랜드지만 외부에서 고객 호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 제품이 있다면 입고하는 등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최근까지 아주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지만 이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압축해 진열할 것”이라며 “전국 점포가 다양한 상품 진열 구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각 매장에 최적화한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