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KB국민은행이 최근 첫 원화 커버드본드(Covered Bond)를 발행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관심 두지 않았던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에서 국민은행이 물꼬를 트면서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성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커버드본드 발행구조. 출처=한국신용평가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커버드본드 5년물 4000억원과 7년물 1000억원을 발행했다. 5년물 금리는 1.900%, 7년물 금리는 1.960%다.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국민은행은 연도별 발행계획과 시장 상황에 따라 올해 최대 1조2000억원까지 발행할 계획이다.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인만큼 국민은행의 발행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준비되자 예수금 확보와 자금조달 다변화 이외에도 장기채권 시장에서 선제적 우위 선점을 위해 가장 먼저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투자자모집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보험사 등이 참여하면서 원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커버드본드의 금리는 은행채보다 낮지만, 국고채보다는 높은데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장기물을 선호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들의 커버드본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떠오른 커버드본드?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선박∙항공기 담보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이다. 투자자는 유사시 발행기관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담보물에 해당하는 기초자산집합에 대해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어 2중 보호 장치를 가진다. 발행기관의 신용도와 담보자산의 권리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고 보호된 채권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가계 대출 금리의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2014년 도입했다. 그러나 발행비용이 은행채와 유사한데다 건전성 지표를 산정하는 데도 특별한 이점이 없었던 탓에 금융기관들의 관심이 저조했다.

김홍미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지금까지 커버드본드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금리스프레드 차이가 크지 않아 발행비용 고려 시 금리절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면서 “투자자로서도 은행채 대비 회수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규제비율 산정 시 같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됨에 따라 투자매력도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제도를 도입한 이후 단 한 번의 발행도 없자, 당국은 다시 한번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다음 해 신지급여력제도를 도입하면서 커버드본드 유인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대책은 ▲ 커버드본드의 발행비용 절감 ▲ 은행권 예대율 산정 시 원화 예수금 인정한도 확대 검토 ▲ 은행 및 보험회사 규제비율 적용 시 커버드본드에 대해 낮은 위험가중치 적용 등이다.

현행법상 커버드본드의 발행비용은 발행분담금요율은 0.04%(4bp)로 일괄신고하고, 일반은행채 발행분담금과 같다. 개선된 제도는 발행분담금을 면제하는 동시에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커버드본드 발행액과 연계하여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만기 5년 이상 커버드본드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 가능했던 원화 예대율은 원화예수금으로 인정되는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액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은행 및 보험회사의 커버드본드에 대해서는 은행채보다 낮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전히 신용등급 상향효과는 없어

한신평에 따르면 커버드본드 신용등급은 발행기관 신용도를 기초로 기초자산집합 처분 등을 통한 회수가능성을 추가로 고려해 결정한다. 따라서 커버드본드는 발행기관의 선순위 무보증 채권 대비 예상회수율이 높아 발행기관 신용도보다 높은 신용등급이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 시절부터 축적된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기초자산이 될 만한 대출자산이 비교적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은행은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2015년부터 3차례에 걸쳐 역외 글로벌 커버드본드 프로그램을 통해 총 11억 달러(USD) 규모를 발행했다. 이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KB국민은행의 선순위 무보증 채권 신용등급인 ‘Aa3’보다 3노치(notch) 상향 조정한 ‘Aaa’등급을 부여했다.

▲ 국민은행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내역. 출처=한국신용평가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의 등급을 기존 국민은행의 선순위 무보증채권과 같은 ‘AAA’ 등급을 줬다. 이번 커버드본드의 원리금 지급의무를 1차적으로 부담하는 국민은행이 국내 최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국내 시중은행들이 커버드본드에 관심이 없던 이유 중 하나로 신용등급 상향효과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은 담보로 발행증권의 신용도를 상향시킴으로써 은행 자체의 신용도에 비해 높은 신용도로 증권을 발행해 외화조달비용의 절감효과가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시중은행 신용등급이 ‘AAA’로 최우량 등급이므로, 금리절감 등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국이 커버드본드의 발행비용 절감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커버드본드는 일반적으로 무보증채권보다 선순위의 지위를 지닌다. 이에 따라 기존에 발행한 은행채가 후순위 지위를 지니게 돼 무담보 은행채의 발행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김홍미 실장은 “신용등급이 같더라도 기초자산집합을 통한 회수가능성을 감안할 때 커버드본드의 예상회수율이 선순위 무보증채권 대비 현저하게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발행금리가 맞춰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커버드본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커버드본드가 일시적인 발행이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발행유인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금융시장 참가자 역시 커버드본드의 신용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투자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